기억의 기록

2021-06-10 (No.48)
아름다운 벗에게 해마다 이맘때면 텃밭에 오를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오랜 시간을 알아 온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 깊이 울림을 남겨준 사람이기에 어쩌면 평생을 기억하게 될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분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감히 그분을 벗이라 부르려 한다. 지난해 말에 혜윰뜰이 영화제에 참가했다. 도시농부 활동이 3년차 정도 되다 보니, 처음 도시농업을 시작하던 날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아쉬워 짧은 기록 영상을 만들고 있었는데, 때마침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텃밭에서 밭일하다 영화제라니. 애초에 수상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혜윰뜰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이가 세상에 누구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영화제에 응모했다. 애초에 영상 제작일에 많은 경험이 없다 보니 별다른 도구도 없어서, 영화제 참여하면서 휴대전화 카메라 하나에 의지해야 했다. 서울특별시의회 30초 영화제에 응모한 작품은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이라 정했다. 제목을 정하는 것에 큰 고민은 없었는데, 평소 텃밭에 오를 때마다 떠올려 보았던 지난 과정을 생각할 때 혜윰뜰의 시작을 ‘기적’이라는 표현 이외에 달리 담아낼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혜윰뜰에서 활동하는 이웃의 일상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여과 없이 담아내려 노력했던 기억이다. 2019년 5월에서야 제대로 된 텃밭 활동을 시작한 혜윰뜰이지만, 준비의 과정은 길었다. 땅을 정돈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시간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긴 시간의 흐름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의 이야기는 혜윰뜰에서 온 편지를 처음 시작할 때 거의 다 이야기를 했으니 여기서 다시 꺼내지는 않으려 한다. 영화제 출품 영상에는 이 과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영화제 출품을 위해 혜윰뜰 이웃의 일상을 인터뷰로 담다 보니 한가지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정말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텃밭 활동 시간을 행복하게 여기는 이웃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 농부가 되었다고 게으른 본성이 달라지지는 않았기에, 텃밭 작물 돌보고 가꾸는 일을 남들처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 텃밭 활동을 계획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혜윰뜰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지만, 농부로서는 여전히 낙제 수준이다. 이웃이 함께하고 그 안에서 이웃이 소통하는 힘이 성장하는 일에 보람이 있지만, 땅과 그리 친한 사람이 아니라서 농사가 늘 어색하고 힘든 여정이라고 느끼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도시농부 활동이 보람은 있지만,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도시농부란 도전하고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이웃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지내왔다. 이런 나의 무지한 생각이 영화제 출품을 위한 이웃과의 인터뷰에서 무척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씨 뿌리며 새싹을 보살피고 수확하는 경험에서 살아 있음을 느껴요’ 인터뷰 중 텃밭 활동의 의미를 묻는 말에 짧게 답한 이웃의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었다. 몇 년 전 혜윰뜰 텃밭이 폐허의 공터였던 시절 이곳을 되살리기 위해서 함께 힘을 더했던 그분의 말과 같았다. 그동안 어떤 이야기에서도 꺼내 본 일이 없지만, 혜윰뜰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해준 분이 그 당시 무악현대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이었던 조지현 센터장이다. 중요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단지 내 큰 업무를 척척 해낸 터라 혜윰뜰 텃밭을 되살리는 일도 업무 분담을 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나는 민원이 있는 점유 주민과의 일을 해결하고 행정에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았고, 그 외 실무적인 대부분의 일은 그분의 몫이었다. 평소 하다가 안 되면 한만큼으로 만족하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던 나였기에, 혜윰뜰 텃밭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이 벽에 부딪혔을 때마다 ‘안 되는 일이면 할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나와는 달리, 센터장은 서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고난 속에서 헌신했다. 어느 날인가 약속한 일의 진행 경과와 안부를 묻는데, 일은 난관에 봉착해있고 고민하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마세요’ 나는 평소 내 신조대로 조언을 드렸지만, 그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 공간이 목적한 것처럼 제대로 복원되고 난 뒤 이곳을 함께 이용할 이웃들이 느낄 행복과 보람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의지에 담긴 뜻이 잘 와닿지 않았다. 영화제 출품을 위한 이웃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 센터장의 혜안에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다 운 좋게 성과가 나면 좋고 아니면 말자는 가벼운 생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뒤에서 진심으로 이웃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센터장은 혜윰뜰 텃밭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 치료를 위해서 퇴임했다. 반년 넘는 투병 끝에 다행스럽게도 치료를 끝내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지만, 차마 예전처럼 같이 일하자는 부탁을 할 수 없었다. 조금 여유있는 단지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간절한 마음을 대신했다. 세상 사람 눈으로 보면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사무소장으로 만난 사이일 뿐이겠지만, 난관 앞에서 같은 뜻과 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 우리는 말 그대로 동지였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지켜주려 한 고마운 인연이었다. 그 아름다운 벗에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리운 벗이여, 그대가 있었기에 혜윰뜰의 오늘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어두웠던 날 등불이 되기 위해 견뎌준 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하는 한 혜윰뜰은 우리 모두의 늘 푸른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나는 아직도 다시 만날 어느 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 5월의 파릇한 혜윰뜰 텃밭에서.
아름다운 벗에게 해마다 이맘때면 텃밭에 오를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오랜 시간을 알아 온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 깊이 울림을 남겨준 사람이기에 어쩌면 평생을 기억하게 될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분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감히 그분을 벗이라 부르려 한다. 지난해 말에 혜윰뜰이 영화제에 참가했다. 도시농부 활동이 3년차 정도 되다 보니, 처음 도시농업을 시작하던 날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이 아쉬워 짧은 기록 영상을 만들고 있었는데, 때마침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텃밭에서 밭일하다 영화제라니. 애초에 수상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혜윰뜰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이가 세상에 누구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영화제에 응모했다. 애초에 영상 제작일에 많은 경험이 없다 보니 별다른 도구도 없어서, 영화제 참여하면서 휴대전화 카메라 하나에 의지해야 했다. 서울특별시의회 30초 영화제에 응모한 작품은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이라 정했다. 제목을 정하는 것에 큰 고민은 없었는데, 평소 텃밭에 오를 때마다 떠올려 보았던 지난 과정을 생각할 때 혜윰뜰의 시작을 ‘기적’이라는 표현 이외에 달리 담아낼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혜윰뜰에서 활동하는 이웃의 일상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여과 없이 담아내려 노력했던 기억이다. 2019년 5월에서야 제대로 된 텃밭 활동을 시작한 혜윰뜰이지만, 준비의 과정은 길었다. 땅을 정돈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시간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긴 시간의 흐름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의 이야기는 혜윰뜰에서 온 편지를 처음 시작할 때 거의 다 이야기를 했으니 여기서 다시 꺼내지는 않으려 한다. 영화제 출품 영상에는 이 과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영화제 출품을 위해 혜윰뜰 이웃의 일상을 인터뷰로 담다 보니 한가지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정말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텃밭 활동 시간을 행복하게 여기는 이웃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 농부가 되었다고 게으른 본성이 달라지지는 않았기에, 텃밭 작물 돌보고 가꾸는 일을 남들처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 텃밭 활동을 계획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혜윰뜰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지만, 농부로서는 여전히 낙제 수준이다. 이웃이 함께하고 그 안에서 이웃이 소통하는 힘이 성장하는 일에 보람이 있지만, 땅과 그리 친한 사람이 아니라서 농사가 늘 어색하고 힘든 여정이라고 느끼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도시농부 활동이 보람은 있지만,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도시농부란 도전하고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이웃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지내왔다. 이런 나의 무지한 생각이 영화제 출품을 위한 이웃과의 인터뷰에서 무척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씨 뿌리며 새싹을 보살피고 수확하는 경험에서 살아 있음을 느껴요’ 인터뷰 중 텃밭 활동의 의미를 묻는 말에 짧게 답한 이웃의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었다. 몇 년 전 혜윰뜰 텃밭이 폐허의 공터였던 시절 이곳을 되살리기 위해서 함께 힘을 더했던 그분의 말과 같았다. 그동안 어떤 이야기에서도 꺼내 본 일이 없지만, 혜윰뜰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해준 분이 그 당시 무악현대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이었던 조지현 센터장이다. 중요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단지 내 큰 업무를 척척 해낸 터라 혜윰뜰 텃밭을 되살리는 일도 업무 분담을 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나는 민원이 있는 점유 주민과의 일을 해결하고 행정에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았고, 그 외 실무적인 대부분의 일은 그분의 몫이었다. 평소 하다가 안 되면 한만큼으로 만족하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던 나였기에, 혜윰뜰 텃밭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이 벽에 부딪혔을 때마다 ‘안 되는 일이면 할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나와는 달리, 센터장은 서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고난 속에서 헌신했다. 어느 날인가 약속한 일의 진행 경과와 안부를 묻는데, 일은 난관에 봉착해있고 고민하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마세요’ 나는 평소 내 신조대로 조언을 드렸지만, 그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 공간이 목적한 것처럼 제대로 복원되고 난 뒤 이곳을 함께 이용할 이웃들이 느낄 행복과 보람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의지에 담긴 뜻이 잘 와닿지 않았다. 영화제 출품을 위한 이웃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 센터장의 혜안에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다 운 좋게 성과가 나면 좋고 아니면 말자는 가벼운 생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뒤에서 진심으로 이웃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센터장은 혜윰뜰 텃밭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 치료를 위해서 퇴임했다. 반년 넘는 투병 끝에 다행스럽게도 치료를 끝내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지만, 차마 예전처럼 같이 일하자는 부탁을 할 수 없었다. 조금 여유있는 단지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간절한 마음을 대신했다. 세상 사람 눈으로 보면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사무소장으로 만난 사이일 뿐이겠지만, 난관 앞에서 같은 뜻과 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 우리는 말 그대로 동지였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지켜주려 한 고마운 인연이었다. 그 아름다운 벗에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리운 벗이여, 그대가 있었기에 혜윰뜰의 오늘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어두웠던 날 등불이 되기 위해 견뎌준 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하는 한 혜윰뜰은 우리 모두의 늘 푸른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나는 아직도 다시 만날 어느 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 5월의 파릇한 혜윰뜰 텃밭에서.
2021-04-16 (No.47)
가장 아름다운 꿈 새봄이 아름다운 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까. 도시에서 살면서 4월의 생기와 싱그러움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도시농부가 된 이후에는 새롭게 만나는 4월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매번 새롭다. 희망과 기대, 걱정과 소망이 섞인 다채로운 감각이 아직은 차가운 4월의 봄바람에 소복이 묻어 있다. 차갑고 딱딱한 땅을 비집고 힘겹게 싹트는 새싹을 보면 때로는 애처롭다.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새싹을 날카롭게 흔드는 모습을 보면 야속한 마음마저 든다. 처음 도시농부 생활을 시작할 때 추억거리 하나가 생각난다. 마르고 차가운 땅 위에서 힘없이 지쳐 잎을 모두 늘어뜨린 작물을 보면서 다 틀렸구나 싶은 경험이 있었다. 아직 봄기운이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던 날, 말 그대로 힘없이 다 죽어가는 작물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농부의 정성이 부족한 것이었을까? 아니야, 모종이 처음부터 약했던 거야' 시든 작물을 보면서 갖가지 상념에 빠진 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서둘러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옆으로 쓰러진 작물은 일으켜 세워보기도 한다. 자연의 힘을 믿어보면서 내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생생함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애써 자신을 위로해본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작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고민하면서.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찾아간 텃밭에는 변화가 없다. 분명히 새봄인데, 만물이 소생한다는 그 봄이 맞는데. 날은 갈수록 따뜻해지고 어제와 다른 바람은 오늘 따뜻하게 살랑 불어주는 미풍임에도 나의 작물은 여전히 힘없이 쓰러져 있다. 이때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도시농부로서 내 소양이 많이 부족하여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종이 약한 것도, 땅이 모질어서도 아닌 내 탓을 하는 자아 성찰 시간이 시작된다. 자아 성찰은 시작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나도 모르면 어떤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학창시절 평범한 진리가 도시농부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마음속을 파고든다. 깜깜하고 답답한 마음을 안고 우두커니 텃밭에 서 있는데 마침 마을 선배를 만났다. 내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인지 별다른 말씀 없이 모종삽을 가지고 와서 시든 작물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마을 선배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나는, 속마음으로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얼 하시려는 것인지 묻는 내 질문에, 일단 모종삽 하나 가지고 와서 옆에서 잘 보고 따라하라신다. 시든 잎만큼이나 앙상한 뿌리를 드러내면서 뽑힌 작물이 텃밭 고랑 사이에 쓰러진다. 작물을 걷어낸 텃밭은 여름 폭우에 부스러진 터 마냥 심란한 속내를 드러내고만다. 봄 농사를 망쳤다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작물을 보며 나의 부족함에 마음이 움츠러든다. 가련하게 쓰러져 있는 작물처럼 내 마음도 힘없이 희망의 등불이 약하게 깜빡이는 기분이 든다. 좋은 농부 손에 놓였다면 힘차게 뿌리 내리고 있을 작물에 가장 미안한 마음이다. “자, 이제부터 다시 심는 겁니다.” 선배 농부의 한마디 말에 어리둥절하다. 금방 뽑아낸 줄기마저 시들해져서 이제는 잎사귀에서 생명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 작물을 다시 심으라는 말인지 되물었지만, 다시 심는 것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다. 선배 농부의 텃밭에서 잘 자라고 있는 작물을 증거 삼아 그 말을 따라서, 시들어 뽑아 놓은 작물을 다시 텃밭에 심기 위해 우선은 텃밭을 깔끔하게 정리를 시작한다. 흔히 쟁기 또는 쇠스랑이라고 말하는 농기구 ‘네기’로 어질러진 밭을 다듬기 시작한다. 쇠스랑이 밭을 오갈 때마다 엄지손가락 마디보다 굵은 돌이 한 움큼씩 골라져 나온다. 모종 심기 전에 한 번 정리했는데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나의 지난 행적이, 쇠스랑 오갈 때마다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마음이 부끄럽다. 그러는 사이 나의 돌밭은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돌을 심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려올 때 나도 같이 호탕한 듯 웃었지만, 속마음으로는 숨을 곳을 찾기 바빴다. 그렇게 정리가 끝난 텃밭에 다시 한번 작물을 정성스럽게 심기 시작한다. 흙을 높게 돋아주고 심으라는 선배의 말 그대로 실천하면서. 다시 심기는 모두 마쳤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곧 세상 떠날 듯이 처져 있던 작물을 뽑아서 던져 놓고 흙을 고르는 두어 시간 동안 그대로 땅 위에 뉘어 놓았던 작물이 온전한 모양새일 리 없다. 다시 심기 전보다 더 처져 있는 모습에서 시간 낭비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농부로서 포기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에 선배 말 따라 마지막 남은 한 포기까지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심어 본다. 혹시나 기적처럼 일어서려나 하는 마음에 텃밭 앞에서 작물을 한참 바라보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눈 빠지게 지켜본다고 무슨 수가 나겠냐며 시간에 의지해보라는 말씀을 선배 농부가 하신다. 말 잘 듣는 나는 또 그 말씀 따라서 그날은 그렇게 내려왔다. 다음날은 해 뜨기 전에 눈부터 떠졌다. 밤사이 날은 더 따뜻해졌지만, 시든 작물은 어둠이 드리운 시간마저 힘겹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이제 겨우 새벽 어슴푸레한 빛이 퍼지는 동안 밭으로 가는 계단 길을 오르면서 조금은 설레고 한편으로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하루 만에 당장 나아지지는 않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텃밭에 오르고 잠시 동안 내 밭을 찾지 못했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마음속에 담겨 있던 시든 작물이 가득했던 어제의 밭을 찾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어림잡아 밭의 위치를 발걸음으로 세어보고 또 세어보면서 그제야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세상 떠난 것으로 생각한 어제 그 작물이, 한 포기 한 포기 싱싱하게 줄기와 잎을 꼿꼿이 세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이날 나는 봄기운이라는 흔한 말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였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새봄에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기적을 작은 텃밭에서 배울 수 있었다. 자연은 가혹하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정성과 관심만으로는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는다. 도시농부의 가련한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순리와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단칼에 절망스러운 시련을 안겨준다. 한편으로 자연은 자애롭다. 설령 조금 부족하여도, 미숙함으로 실수를 해도 다시 기회를 준다. 나는 이날 마을 선배 도움으로 자연으로부터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에서 세상 사는 진리도 이와 같음을 미루어 짐작하며, 지금 내 실수와 시행착오로 시드는 순간이 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꿈을 가져본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잘못되어도, 다시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이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 되어 주었다. 4월, 이제 다시 새로운 꿈을 싱그럽게 피워 볼 시간이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낸 뒤에 가장 아름다운 꿈을 찾을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봄을 서둘러서 살짝 열어본다. 아름답다, 새봄.
가장 아름다운 꿈 새봄이 아름다운 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까. 도시에서 살면서 4월의 생기와 싱그러움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도시농부가 된 이후에는 새롭게 만나는 4월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매번 새롭다. 희망과 기대, 걱정과 소망이 섞인 다채로운 감각이 아직은 차가운 4월의 봄바람에 소복이 묻어 있다. 차갑고 딱딱한 땅을 비집고 힘겹게 싹트는 새싹을 보면 때로는 애처롭다.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새싹을 날카롭게 흔드는 모습을 보면 야속한 마음마저 든다. 처음 도시농부 생활을 시작할 때 추억거리 하나가 생각난다. 마르고 차가운 땅 위에서 힘없이 지쳐 잎을 모두 늘어뜨린 작물을 보면서 다 틀렸구나 싶은 경험이 있었다. 아직 봄기운이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던 날, 말 그대로 힘없이 다 죽어가는 작물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농부의 정성이 부족한 것이었을까? 아니야, 모종이 처음부터 약했던 거야' 시든 작물을 보면서 갖가지 상념에 빠진 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서둘러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옆으로 쓰러진 작물은 일으켜 세워보기도 한다. 자연의 힘을 믿어보면서 내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생생함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애써 자신을 위로해본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작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고민하면서.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시 찾아간 텃밭에는 변화가 없다. 분명히 새봄인데, 만물이 소생한다는 그 봄이 맞는데. 날은 갈수록 따뜻해지고 어제와 다른 바람은 오늘 따뜻하게 살랑 불어주는 미풍임에도 나의 작물은 여전히 힘없이 쓰러져 있다. 이때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도시농부로서 내 소양이 많이 부족하여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모종이 약한 것도, 땅이 모질어서도 아닌 내 탓을 하는 자아 성찰 시간이 시작된다. 자아 성찰은 시작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나도 모르면 어떤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학창시절 평범한 진리가 도시농부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마음속을 파고든다. 깜깜하고 답답한 마음을 안고 우두커니 텃밭에 서 있는데 마침 마을 선배를 만났다. 내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인지 별다른 말씀 없이 모종삽을 가지고 와서 시든 작물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마을 선배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나는, 속마음으로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얼 하시려는 것인지 묻는 내 질문에, 일단 모종삽 하나 가지고 와서 옆에서 잘 보고 따라하라신다. 시든 잎만큼이나 앙상한 뿌리를 드러내면서 뽑힌 작물이 텃밭 고랑 사이에 쓰러진다. 작물을 걷어낸 텃밭은 여름 폭우에 부스러진 터 마냥 심란한 속내를 드러내고만다. 봄 농사를 망쳤다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작물을 보며 나의 부족함에 마음이 움츠러든다. 가련하게 쓰러져 있는 작물처럼 내 마음도 힘없이 희망의 등불이 약하게 깜빡이는 기분이 든다. 좋은 농부 손에 놓였다면 힘차게 뿌리 내리고 있을 작물에 가장 미안한 마음이다. “자, 이제부터 다시 심는 겁니다.” 선배 농부의 한마디 말에 어리둥절하다. 금방 뽑아낸 줄기마저 시들해져서 이제는 잎사귀에서 생명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 작물을 다시 심으라는 말인지 되물었지만, 다시 심는 것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다. 선배 농부의 텃밭에서 잘 자라고 있는 작물을 증거 삼아 그 말을 따라서, 시들어 뽑아 놓은 작물을 다시 텃밭에 심기 위해 우선은 텃밭을 깔끔하게 정리를 시작한다. 흔히 쟁기 또는 쇠스랑이라고 말하는 농기구 ‘네기’로 어질러진 밭을 다듬기 시작한다. 쇠스랑이 밭을 오갈 때마다 엄지손가락 마디보다 굵은 돌이 한 움큼씩 골라져 나온다. 모종 심기 전에 한 번 정리했는데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나의 지난 행적이, 쇠스랑 오갈 때마다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마음이 부끄럽다. 그러는 사이 나의 돌밭은 모두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돌을 심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려올 때 나도 같이 호탕한 듯 웃었지만, 속마음으로는 숨을 곳을 찾기 바빴다. 그렇게 정리가 끝난 텃밭에 다시 한번 작물을 정성스럽게 심기 시작한다. 흙을 높게 돋아주고 심으라는 선배의 말 그대로 실천하면서. 다시 심기는 모두 마쳤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곧 세상 떠날 듯이 처져 있던 작물을 뽑아서 던져 놓고 흙을 고르는 두어 시간 동안 그대로 땅 위에 뉘어 놓았던 작물이 온전한 모양새일 리 없다. 다시 심기 전보다 더 처져 있는 모습에서 시간 낭비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농부로서 포기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에 선배 말 따라 마지막 남은 한 포기까지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심어 본다. 혹시나 기적처럼 일어서려나 하는 마음에 텃밭 앞에서 작물을 한참 바라보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눈 빠지게 지켜본다고 무슨 수가 나겠냐며 시간에 의지해보라는 말씀을 선배 농부가 하신다. 말 잘 듣는 나는 또 그 말씀 따라서 그날은 그렇게 내려왔다. 다음날은 해 뜨기 전에 눈부터 떠졌다. 밤사이 날은 더 따뜻해졌지만, 시든 작물은 어둠이 드리운 시간마저 힘겹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이제 겨우 새벽 어슴푸레한 빛이 퍼지는 동안 밭으로 가는 계단 길을 오르면서 조금은 설레고 한편으로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하루 만에 당장 나아지지는 않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텃밭에 오르고 잠시 동안 내 밭을 찾지 못했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마음속에 담겨 있던 시든 작물이 가득했던 어제의 밭을 찾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어림잡아 밭의 위치를 발걸음으로 세어보고 또 세어보면서 그제야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세상 떠난 것으로 생각한 어제 그 작물이, 한 포기 한 포기 싱싱하게 줄기와 잎을 꼿꼿이 세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이날 나는 봄기운이라는 흔한 말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였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새봄에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기적을 작은 텃밭에서 배울 수 있었다. 자연은 가혹하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정성과 관심만으로는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는다. 도시농부의 가련한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순리와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단칼에 절망스러운 시련을 안겨준다. 한편으로 자연은 자애롭다. 설령 조금 부족하여도, 미숙함으로 실수를 해도 다시 기회를 준다. 나는 이날 마을 선배 도움으로 자연으로부터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에서 세상 사는 진리도 이와 같음을 미루어 짐작하며, 지금 내 실수와 시행착오로 시드는 순간이 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꿈을 가져본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잘못되어도, 다시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이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꿈이 되어 주었다. 4월, 이제 다시 새로운 꿈을 싱그럽게 피워 볼 시간이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낸 뒤에 가장 아름다운 꿈을 찾을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봄을 서둘러서 살짝 열어본다. 아름답다, 새봄.
2021-01-24 (No.46)
도시농부의 꽃 지난겨울은 유난히 혹독하고 매섭게 차가웠던 것 같다. 그 겨울 추위가 얼마나 맹렬했던지 발코니에서 십 년 넘게 무탈하게 키우던 화분이 얼어버렸다. 추위에 대비하여 집안에 들여놓지 못한 스스로 게으름 탓이지만, 오랜 시간을 가꾸어 온 것이라 조금은 마음이 허전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동안 길을 찾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수많은 기회와 선택 앞에서 선뜻 가야 할 길을 선택하지 못한 나는, 쉬운 길에서 그만 미아가 되어 서 있었다. 평범한 일상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데도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런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지금은 소천하신 부친이 어느 날 전화를 주셔서는 생명을 가꾸고 키운다는 책임감에서 얻는 보람을 느껴보라며 화분 하나 키워보라 하셨다. 본래 성품이 게으른 내가 무언가를 키우고 가꾸는 일은 잘 못 한다는 것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의아했다. 그렇지만, 말씀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 수요 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화분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것이 햇수로 십 년이 되었다. 아직도 그 화분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늘 한결같은 모습에 애정도 조금씩 자라났다. 부친이 소천하신 뒤에는 어쩌면 나에게 남겨진 당신의 말씀 같은 화분이라 조금 더 애지중지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소중한 추억이 마디마디 걸려 있는 화분이었는데, 안이한 게으름으로 이 겨울 그렇게 화분과 인연이 다하게 된 것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스스로 게으름에 대한 원망이 상념처럼 피어오르다 보니, 이상하게도 지난해 가을 텃밭에서 마주쳤던 한 송이 꽃이 문득 떠오른다. 일상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무리 지은 꽃송이가 인상 깊기도 했지만, 텃밭에서 만나리라 기대하지 않고 마주한 꽃이라 그랬는지 그렇게 예뻐 보였다. 오가는 이웃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고서야 그 꽃이 부추 꽃임을 알았다. 갑자기 이 꽃이 왜 떠올랐을까? 부추는 꽃이 피면 대가 억세져서 먹기가 어렵다. 꽃을 이용한 요리법도 있지만, 이제 처음 농사를 배우기 시작한 도시농부에게 부추 꽃 요리는 아직은 대하기 쉽지 않은 생소한 요리이다. 농부의 원래 목표는 야들야들한 부추였는데, 일상생활과 도시농부, 두 가지 삶을 병행하다 보니 수확의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바쁜 일상을 헤치며 살아가는 도시농부의 바쁨과 나의 게으름을 같은 것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애써 도시농부가 수확의 시기를 잠시 잊은 것에, 나의 아픈 실수를 섞어서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려 이 꽃이 문득 떠오른 모양이다. 어떤 일은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 도시농업을 꿈꾸며 텃밭을 조성하려고 했던 3년의 세월 동안 뜻한 바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포기하려 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인생의 씁쓸한 맛을 보았다. 그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소망을 담아서 무엇인가를 시도해본 일이 없던 나였기에, 바로 눈앞에 보일 듯하면서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간격에서 조금은 좌절감을 맛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당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포기했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 애써온 이웃들에게 나와 같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 희망과 바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묻어 두고는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 나는 발코니에 놓인 화분 앞에 서서 잎사귀 하나하나를 닦으며 물을 주고 군데군데 싹 나 있는 토끼풀을 뽑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때 조금은 부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화분 하나 정성스럽게 가꾸어 보라는 그 말씀에 담긴 의미와 애정을. 그 마음에 담긴 진심에 닿았을 때, 나는 무거운 짐을 포기하지 않고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길 위에서 쉬어가는 법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조급함을 내려놓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보였고, 동행에 의지하면서 길을 천천히 찾아가는 여유 속에서 이전보다는 편안하게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다. 혜윰뜰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게으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으니 지난해 경작 이야기를 안 하고 지나갈 수 없겠다. 늦은 봄날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텃밭에 올랐다. 6월 중순 즈음으로 생각되는데, 경작하던 곳에 알 수 없는 꽃이 말 그대로 바람결을 따라 반짝이며 피어 있었다. 나는 속마음으로 ‘그동안 밭일을 하지 않았더니 어느 이웃분이 안타까운 마음에 꽃을 다 심어 놓으셨구나, 참 보기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옆에서 한창 토마토 수확을 하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회원분에게 이 꽃이 어느 분의 솜씨인지를 물으니, 그분이 나의 등을 딱 때리시면서 하는 말씀이 ‘대표님이 심은 거잖아요. 쑥갓입니다, 쑥갓!’이라는 것이다. 하도 수확을 하지 않으니까 쑥갓이 자랄 대로 자라서 꽃까지 피운 것이었다. “쑥갓 오래 키웠지만, 꽃은 정말 처음 보내요” 회원분들이 지나가면서 꽃 피운 쑥갓을 보고는 한 말씀씩 하신다. 지나치도록 여유 넘치는 도시농부의 게으름으로 쑥갓꽃을 만나게 되었으니 게으름이라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가 보다. 이왕에 피운 꽃,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니, 쑥갓꽃은 예로부터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꽃차이다. 꽃을 잘 따서 꽃대를 바짝 잘라주고 며칠을 잘 말린 다음 적당히 달군 팬에 몇 번 가볍게 구워주면 시중에서 파는 국화차와 같은 꽃차다운 형태가 된다. 그대로 잘 말려두었다가 마음 무거워 잠 안 오는 날 따뜻한 물에 내린 쑥갓 꽃차 한잔이면 훌륭한 불면증 치료제가 된다고 하니 불면증이 있는 분이라면 올봄에 쑥갓 씨앗으로 작은 쑥갓 꽃밭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문득 그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식물 하나 정해서 정성껏 키워보라는 말씀에 담긴 의미가 날이 갈수록 새롭다. 오랫동안 가꾸어온 화분을 지난겨울에 잃고 스스로 부족함에 자책하는 마음만 들었는데, 쑥갓꽃을 떠올려보니 게으름도 어쩌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않은가 싶다. 올해는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빈 화분을 채워 보려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좀 더 슬기롭게 게을러져 볼 생각이다. 올해는 조금 더 아름다운 도시농부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당신의 말씀이 꽃 피는 계절마다 다시 소생하기를 바라면서.
도시농부의 꽃 지난겨울은 유난히 혹독하고 매섭게 차가웠던 것 같다. 그 겨울 추위가 얼마나 맹렬했던지 발코니에서 십 년 넘게 무탈하게 키우던 화분이 얼어버렸다. 추위에 대비하여 집안에 들여놓지 못한 스스로 게으름 탓이지만, 오랜 시간을 가꾸어 온 것이라 조금은 마음이 허전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동안 길을 찾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수많은 기회와 선택 앞에서 선뜻 가야 할 길을 선택하지 못한 나는, 쉬운 길에서 그만 미아가 되어 서 있었다. 평범한 일상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데도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런 마음이 전해졌던 것일까, 지금은 소천하신 부친이 어느 날 전화를 주셔서는 생명을 가꾸고 키운다는 책임감에서 얻는 보람을 느껴보라며 화분 하나 키워보라 하셨다. 본래 성품이 게으른 내가 무언가를 키우고 가꾸는 일은 잘 못 한다는 것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의아했다. 그렇지만, 말씀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 수요 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화분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것이 햇수로 십 년이 되었다. 아직도 그 화분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늘 한결같은 모습에 애정도 조금씩 자라났다. 부친이 소천하신 뒤에는 어쩌면 나에게 남겨진 당신의 말씀 같은 화분이라 조금 더 애지중지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소중한 추억이 마디마디 걸려 있는 화분이었는데, 안이한 게으름으로 이 겨울 그렇게 화분과 인연이 다하게 된 것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스스로 게으름에 대한 원망이 상념처럼 피어오르다 보니, 이상하게도 지난해 가을 텃밭에서 마주쳤던 한 송이 꽃이 문득 떠오른다. 일상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무리 지은 꽃송이가 인상 깊기도 했지만, 텃밭에서 만나리라 기대하지 않고 마주한 꽃이라 그랬는지 그렇게 예뻐 보였다. 오가는 이웃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고서야 그 꽃이 부추 꽃임을 알았다. 갑자기 이 꽃이 왜 떠올랐을까? 부추는 꽃이 피면 대가 억세져서 먹기가 어렵다. 꽃을 이용한 요리법도 있지만, 이제 처음 농사를 배우기 시작한 도시농부에게 부추 꽃 요리는 아직은 대하기 쉽지 않은 생소한 요리이다. 농부의 원래 목표는 야들야들한 부추였는데, 일상생활과 도시농부, 두 가지 삶을 병행하다 보니 수확의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바쁜 일상을 헤치며 살아가는 도시농부의 바쁨과 나의 게으름을 같은 것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애써 도시농부가 수확의 시기를 잠시 잊은 것에, 나의 아픈 실수를 섞어서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려 이 꽃이 문득 떠오른 모양이다. 어떤 일은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 도시농업을 꿈꾸며 텃밭을 조성하려고 했던 3년의 세월 동안 뜻한 바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포기하려 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인생의 씁쓸한 맛을 보았다. 그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소망을 담아서 무엇인가를 시도해본 일이 없던 나였기에, 바로 눈앞에 보일 듯하면서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간격에서 조금은 좌절감을 맛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당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포기했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 애써온 이웃들에게 나와 같은 좌절감을 안겨주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 희망과 바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묻어 두고는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 나는 발코니에 놓인 화분 앞에 서서 잎사귀 하나하나를 닦으며 물을 주고 군데군데 싹 나 있는 토끼풀을 뽑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때 조금은 부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화분 하나 정성스럽게 가꾸어 보라는 그 말씀에 담긴 의미와 애정을. 그 마음에 담긴 진심에 닿았을 때, 나는 무거운 짐을 포기하지 않고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길 위에서 쉬어가는 법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조급함을 내려놓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보였고, 동행에 의지하면서 길을 천천히 찾아가는 여유 속에서 이전보다는 편안하게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다. 혜윰뜰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게으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으니 지난해 경작 이야기를 안 하고 지나갈 수 없겠다. 늦은 봄날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텃밭에 올랐다. 6월 중순 즈음으로 생각되는데, 경작하던 곳에 알 수 없는 꽃이 말 그대로 바람결을 따라 반짝이며 피어 있었다. 나는 속마음으로 ‘그동안 밭일을 하지 않았더니 어느 이웃분이 안타까운 마음에 꽃을 다 심어 놓으셨구나, 참 보기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옆에서 한창 토마토 수확을 하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회원분에게 이 꽃이 어느 분의 솜씨인지를 물으니, 그분이 나의 등을 딱 때리시면서 하는 말씀이 ‘대표님이 심은 거잖아요. 쑥갓입니다, 쑥갓!’이라는 것이다. 하도 수확을 하지 않으니까 쑥갓이 자랄 대로 자라서 꽃까지 피운 것이었다. “쑥갓 오래 키웠지만, 꽃은 정말 처음 보내요” 회원분들이 지나가면서 꽃 피운 쑥갓을 보고는 한 말씀씩 하신다. 지나치도록 여유 넘치는 도시농부의 게으름으로 쑥갓꽃을 만나게 되었으니 게으름이라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가 보다. 이왕에 피운 꽃,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니, 쑥갓꽃은 예로부터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꽃차이다. 꽃을 잘 따서 꽃대를 바짝 잘라주고 며칠을 잘 말린 다음 적당히 달군 팬에 몇 번 가볍게 구워주면 시중에서 파는 국화차와 같은 꽃차다운 형태가 된다. 그대로 잘 말려두었다가 마음 무거워 잠 안 오는 날 따뜻한 물에 내린 쑥갓 꽃차 한잔이면 훌륭한 불면증 치료제가 된다고 하니 불면증이 있는 분이라면 올봄에 쑥갓 씨앗으로 작은 쑥갓 꽃밭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문득 그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식물 하나 정해서 정성껏 키워보라는 말씀에 담긴 의미가 날이 갈수록 새롭다. 오랫동안 가꾸어온 화분을 지난겨울에 잃고 스스로 부족함에 자책하는 마음만 들었는데, 쑥갓꽃을 떠올려보니 게으름도 어쩌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않은가 싶다. 올해는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빈 화분을 채워 보려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좀 더 슬기롭게 게을러져 볼 생각이다. 올해는 조금 더 아름다운 도시농부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당신의 말씀이 꽃 피는 계절마다 다시 소생하기를 바라면서.
2021-01-01 (No.45)
2020 서울특별시의회 30초 영화제 대상 수상작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
2020 서울특별시의회 30초 영화제 대상 수상작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
2021-01-01 (No.44)
2020년 겨울 무악동 협치 활동 참여에 관한 짧은 기록 영상
2020년 겨울 무악동 협치 활동 참여에 관한 짧은 기록 영상
2020-12-25 (No.43)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는 비대면 종합처방전 – 종로구 무악현대아파트 LH공사 주최 공동주택공동체사례 에세이 부문 우수상 https://myapt.molit.go.kr/board/64.do?mode=view&schBcode=&schCon=&schStr=&sDate=&eDate=&page=1&idx=28393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무악현대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 활동을 실현해가는 꿈 많은 964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입니다. 2016년부터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준비한 공동체활성화단체가 2019년에 결실을 보아서,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 <책수다>, 550㎡의 텃밭과 공동체공유정원을 가꾸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온라인 활동을 통한 관리주체와 입주민의 소통창구 <무악행복톡톡>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민모임이 결성되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에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면서 연말에는 조촐하지만, 함께 행복한 송년 모임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 활동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날벼락 같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에 처음 공동주택에서 공동체 활성화단체를 시작하면서 2020년에는 활짝 피어날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며 단꿈을 꾸었는데, 함께 모일 수 없는 날이 와버린 것입니다. 일상의 잠시 멈춤으로, 영원히 이전의 생활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에 생각이 까맣게 타서 마음속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행복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는 무악현대아파트의 분투기이자 생존기입니다. 100여 명의 이웃이 생각과 지혜를 모아서 이겨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드리려 합니다. 1편 -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 이야기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는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무악현대아파트에 정식 등록된 공동체 활성화단체로 독서 활동과 논제 문을 활용한 평생학습 동아리를 지향하는 건설적인 자생단체입니다. 지난해에도 수십 회의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함께 단단한 공동체가 되었고, 독서토론을 통해서 마음치유라는 삶의 질 향상을 경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2019년 봄에 의기투합하여 가벼운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하면서, 서로 지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가자는 의미에서 ‘느슨한’ 주민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희한하다’라는 수식어가 더해진 이유는, 서로 왕래가 전혀 없던 주민 십여 명이 어느 날 독서모임이 시작되니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모여보자는 소문만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라 저마다 시작도 참 희한하다는 뜻으로 이름에 더해졌습니다. 함께 모여 즐거운 공동체 활성화단체가 비대면의 시대를 마주하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날이 깊어져 가다가 누군가 비대면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을 내고 그때부터 작은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수다는 우선 채팅방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둘러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비대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에서 익숙한 몇 가지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수다 독서모임에서는 논제 문을 이용한 토론이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에 각자 순번을 정해서 논제 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된 논제 문은 전자 우편과 SNS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받았고, 모임 날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을 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할 방법을 찾는 다른 공동체를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대화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체 대화방의 음성 대화 기능을 이용하였습니다.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 사용하는 대화방에 있는 단체통화 버튼만 누르면 쉽게 함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면 갈증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선택이 있고, 대부분 도구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ZOOM이나 WEBEX, 그리고 구글 MEET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방법이 정말 쉽기 때문입니다. 이 도구들은 앱만 설치하면 컴퓨터가 없어도 괜찮고,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수다의 비대면 활동을 요약해본다면, 단체 대화방을 통한 의사소통, 그룹 호출 기능을 활용한 독서토론, 그리고 온라인 화상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얼굴 보면서 대화하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2편 –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앞서 <책수다>의 활동과 달리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참여 세대가 많고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약 33세대 100여 명의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에 맞는 비대면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화방을 이용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은 예도 있는 공동체에서 비대면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전통적인 비대면 서비스인 서신 교환이었습니다. 물론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는 이웃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참여가 쉽지 않은 이웃과는 서면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소통에 참여하는 이웃은 오랜만에 우편함을 지날 때 기다려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청구서와 고지서, 광고물만 들어 있던 우편함에 이웃의 소식이 들어 있는 날이 늘어가면서 우편함에 작은 편지가 들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도 독서모임 책수다에서 실행해본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서 행복원예 수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공동체활성화단체가 함께 소통하면서 먼저 경험한 효과적인 비대면 서비스에 관한 정보 교류를 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 준비한 행복원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이 시기에 참여하는 주민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수업에 참여한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한 사진입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찾아옵니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서비스라는 완성된 기술만으로 비대면 공동체 활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다름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기다려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익숙하고 능숙하게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도 있습니다. 비대면일지라도 동행하는 이웃의 느린 발걸음도 이해와 배려로 기다려주는 마음이 혜윰뜰의 비대면 행복원예수업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결국, 공동체활성화단체의 진정한 힘은 소통과 배려라는 것이 대면이건 아니건 도구와 방법과 관계없이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편 –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의 활성화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역시 2019년에 정식 승인된 공동체활성화단체입니다. 밴드 리더와 자원 활동으로 참여하는 이웃들이 매일 아침을 여는 좋은 글과 단지 내 소식을 전하는 안내 창구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무단침입한 이 시기에는 온라인 활동이라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행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 게시판에 공지한 내용을 밴드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지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입주민의 피드백과 민원도 접수하여서 내용을 정리해서 관리주체 (무악현대아파트에서는 생활지원센터라고 부릅니다)에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면, 답변을 정리해서 다시 밴드에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여러 번 방문할 필요 없이 민원 사항의 해결될 수 있어서 비대면의 톡톡한 효과를 무악행복톡톡을 통해서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입주자등의 의결이 필요한 내용은 어렵지만, 간혹 주민 설문을 시행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기 위한 주민 의견을 모을 때도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에 기본 제공되는 설문 기능이나, 구글 설문지 기능을 연계해서 밴드에 공지하고, 설문에 참여하는 주민을 통해서 주된 방향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가 없었다면 설문지를 세대마다 방문해서 돌려야 했을 것입니다.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사례는 공동체활성화단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관리주체가 서로 조화롭게 코로나19 시대의 문제를 이겨내는 활동이 되고 있고,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밴드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 이외의 입주민 이용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밴드에서는 최근에 실시간 동영상 실황도 가능해서, 관리주체에서 추첨 이벤트를 하거나, 공동체활성화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실황으로 중계도 가능해서 대규모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주민이 투명하게 행사의 진행을 관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마무리 편 – 다 함께 부르는 노래 비대면으로 소통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있어도,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애초에 무악현대아파트에서 이웃 간 소통의 길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도구가 좋아도 비대면으로 참여를 활성화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에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해온 시간의 깊이가 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비대면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 좋은 것은 한 개의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함께 교류하는 흐름이 이 시대에 더욱더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모임에서 처음 시도했던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의 독서토론이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는 앞서 소개해 드린 행복원예 수업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혜윰뜰의 행복원예 수업의 비대면 성공에 대한 입소문은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애초에 온라인 기반 활동인 무악행복톡톡 밴드는 무악현대아파트 내의 공동체활성화단체 사이 소통의 창구 기능,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활동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면서 비대면에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름 그대로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범해 있습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표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우울감을 나타내는 용어까지 등장했을까요. 그렇지만 무악현대아파트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활성화단체,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는 해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해법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할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해법임을 기억하며 소통의 길을 주민공동체를 통해서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이 되어, 조용히 울려 퍼지는 하모니가 무악현대아파트의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지혜가 되어 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는 비대면 종합처방전 – 종로구 무악현대아파트 LH공사 주최 공동주택공동체사례 에세이 부문 우수상 https://myapt.molit.go.kr/board/64.do?mode=view&schBcode=&schCon=&schStr=&sDate=&eDate=&page=1&idx=28393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무악현대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 활동을 실현해가는 꿈 많은 964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입니다. 2016년부터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준비한 공동체활성화단체가 2019년에 결실을 보아서,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 <책수다>, 550㎡의 텃밭과 공동체공유정원을 가꾸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온라인 활동을 통한 관리주체와 입주민의 소통창구 <무악행복톡톡>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민모임이 결성되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에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면서 연말에는 조촐하지만, 함께 행복한 송년 모임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 활동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날벼락 같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에 처음 공동주택에서 공동체 활성화단체를 시작하면서 2020년에는 활짝 피어날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며 단꿈을 꾸었는데, 함께 모일 수 없는 날이 와버린 것입니다. 일상의 잠시 멈춤으로, 영원히 이전의 생활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에 생각이 까맣게 타서 마음속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행복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는 무악현대아파트의 분투기이자 생존기입니다. 100여 명의 이웃이 생각과 지혜를 모아서 이겨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드리려 합니다. 1편 -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 이야기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는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무악현대아파트에 정식 등록된 공동체 활성화단체로 독서 활동과 논제 문을 활용한 평생학습 동아리를 지향하는 건설적인 자생단체입니다. 지난해에도 수십 회의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함께 단단한 공동체가 되었고, 독서토론을 통해서 마음치유라는 삶의 질 향상을 경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2019년 봄에 의기투합하여 가벼운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하면서, 서로 지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가자는 의미에서 ‘느슨한’ 주민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희한하다’라는 수식어가 더해진 이유는, 서로 왕래가 전혀 없던 주민 십여 명이 어느 날 독서모임이 시작되니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모여보자는 소문만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라 저마다 시작도 참 희한하다는 뜻으로 이름에 더해졌습니다. 함께 모여 즐거운 공동체 활성화단체가 비대면의 시대를 마주하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날이 깊어져 가다가 누군가 비대면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을 내고 그때부터 작은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수다는 우선 채팅방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둘러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비대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에서 익숙한 몇 가지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수다 독서모임에서는 논제 문을 이용한 토론이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에 각자 순번을 정해서 논제 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된 논제 문은 전자 우편과 SNS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받았고, 모임 날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을 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할 방법을 찾는 다른 공동체를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대화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체 대화방의 음성 대화 기능을 이용하였습니다.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 사용하는 대화방에 있는 단체통화 버튼만 누르면 쉽게 함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면 갈증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선택이 있고, 대부분 도구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ZOOM이나 WEBEX, 그리고 구글 MEET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방법이 정말 쉽기 때문입니다. 이 도구들은 앱만 설치하면 컴퓨터가 없어도 괜찮고,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수다의 비대면 활동을 요약해본다면, 단체 대화방을 통한 의사소통, 그룹 호출 기능을 활용한 독서토론, 그리고 온라인 화상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얼굴 보면서 대화하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2편 –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앞서 <책수다>의 활동과 달리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참여 세대가 많고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약 33세대 100여 명의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에 맞는 비대면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화방을 이용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은 예도 있는 공동체에서 비대면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전통적인 비대면 서비스인 서신 교환이었습니다. 물론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는 이웃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참여가 쉽지 않은 이웃과는 서면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소통에 참여하는 이웃은 오랜만에 우편함을 지날 때 기다려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청구서와 고지서, 광고물만 들어 있던 우편함에 이웃의 소식이 들어 있는 날이 늘어가면서 우편함에 작은 편지가 들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도 독서모임 책수다에서 실행해본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서 행복원예 수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공동체활성화단체가 함께 소통하면서 먼저 경험한 효과적인 비대면 서비스에 관한 정보 교류를 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 준비한 행복원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이 시기에 참여하는 주민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수업에 참여한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한 사진입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찾아옵니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서비스라는 완성된 기술만으로 비대면 공동체 활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다름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기다려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익숙하고 능숙하게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도 있습니다. 비대면일지라도 동행하는 이웃의 느린 발걸음도 이해와 배려로 기다려주는 마음이 혜윰뜰의 비대면 행복원예수업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결국, 공동체활성화단체의 진정한 힘은 소통과 배려라는 것이 대면이건 아니건 도구와 방법과 관계없이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편 –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의 활성화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역시 2019년에 정식 승인된 공동체활성화단체입니다. 밴드 리더와 자원 활동으로 참여하는 이웃들이 매일 아침을 여는 좋은 글과 단지 내 소식을 전하는 안내 창구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무단침입한 이 시기에는 온라인 활동이라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행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 게시판에 공지한 내용을 밴드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지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입주민의 피드백과 민원도 접수하여서 내용을 정리해서 관리주체 (무악현대아파트에서는 생활지원센터라고 부릅니다)에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면, 답변을 정리해서 다시 밴드에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여러 번 방문할 필요 없이 민원 사항의 해결될 수 있어서 비대면의 톡톡한 효과를 무악행복톡톡을 통해서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입주자등의 의결이 필요한 내용은 어렵지만, 간혹 주민 설문을 시행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기 위한 주민 의견을 모을 때도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에 기본 제공되는 설문 기능이나, 구글 설문지 기능을 연계해서 밴드에 공지하고, 설문에 참여하는 주민을 통해서 주된 방향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가 없었다면 설문지를 세대마다 방문해서 돌려야 했을 것입니다.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사례는 공동체활성화단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관리주체가 서로 조화롭게 코로나19 시대의 문제를 이겨내는 활동이 되고 있고,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밴드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 이외의 입주민 이용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밴드에서는 최근에 실시간 동영상 실황도 가능해서, 관리주체에서 추첨 이벤트를 하거나, 공동체활성화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실황으로 중계도 가능해서 대규모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주민이 투명하게 행사의 진행을 관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마무리 편 – 다 함께 부르는 노래 비대면으로 소통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있어도,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애초에 무악현대아파트에서 이웃 간 소통의 길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도구가 좋아도 비대면으로 참여를 활성화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에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해온 시간의 깊이가 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비대면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 좋은 것은 한 개의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함께 교류하는 흐름이 이 시대에 더욱더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모임에서 처음 시도했던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의 독서토론이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는 앞서 소개해 드린 행복원예 수업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혜윰뜰의 행복원예 수업의 비대면 성공에 대한 입소문은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애초에 온라인 기반 활동인 무악행복톡톡 밴드는 무악현대아파트 내의 공동체활성화단체 사이 소통의 창구 기능,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활동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면서 비대면에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름 그대로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범해 있습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표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우울감을 나타내는 용어까지 등장했을까요. 그렇지만 무악현대아파트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활성화단체,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는 해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해법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할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해법임을 기억하며 소통의 길을 주민공동체를 통해서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이 되어, 조용히 울려 퍼지는 하모니가 무악현대아파트의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지혜가 되어 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2020-12-25 (No.42)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그냥쓰는글 이 글은 마을공동체 활동에서의 제 경험을 더해서 한참 각색해서 적어본 글입니다. 마침 종로구 공모전이 있어서 내용을 조금씩 나누어서 제출해보기도 했습니다. 공모전에는 분량 관계상 제출하지 못한 뒷 부분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글의 원래 제목은 "2030년 희망 일기, 어느날" 입니다. 이야기는 가상의 어느날 시간 순서에 따른 내용으로 작중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어딘가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오후 5시 35분" 벌써 10년 전 일이다. 참으로 무거운 절망과 치열한 희망이 공존했던 2020년, 그해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언젠가 올 미래의 내 마지막 순간에도, 2020년 그때가 가장 뚜렷하게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2020년의 시작과 함께 이상한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 간 전염되는 질병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발병 지역의 이름으로 불리던 그 질병은 한국으로 건너오던 즈음에는 코로나19라는 제대로 된 이름까지 가지게 되었다. 봄이 올 때까지만 해도 그 이름을 2020년 한 해 동안 내내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책수다> 독서모임과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던 나에게 2020년은 다른 해와는 매우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함께 소통하고 함께 경작해야 하는데 함께 만나지 않아야 하는 과제였다.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해 봄에는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쇼핑몰 앞에 온종일 앉아 있기도 했고, 여름 동안에는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조차 지쳐서, 멍하니 질병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막다른 순간이 찾아왔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소중했던 이웃과 소통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나? 하는 고민을 하던 중에 이웃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한동안 일상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던 중, 한 문장이 쑥 들어왔다. ‘비대면으로 만나 볼까요?’ 그 한마디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키지 않았다기보다는 이해가 잘 안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한 것 같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이웃과 만남에서 시작되는데 그걸 만나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말인가? 그렇지만 그때 이미 ‘비대면’이라는 단어는 당시 내 마음속에 깊숙이 심어졌고, 그 씨앗은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싹을 틔웠다. 몇 달 동안 쌓인 그리움이 양분되어, 목소리라도 듣고 랜선 너머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마냥 기쁜 이유였으리라. 조금씩 마을공동체 활동은 생명력을 되찾아갔다. 비록 옆에서 친근한 정담을 나누던 날과는 달랐지만, 혼자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그해에는 새로운 것도 참 많이 배웠다. ZOOM, 웹 엑스와 같이 생소한 서비스를 배웠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KF94 마스크가 왜 94라는 숫자를 붙이고 있는지와 같은 것을 익혀갔다. 그렇게 새로운 생존 지식을 배우고, 방역과 공존하는 일상생활 속에 비록 비대면이지만 함께 소통하는 기회 속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이 회복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번 열린 물길은 거세게 굽이쳐 흐르기 시작했다. 랜선 너머로 원예수업, 독서토론, 주민 회의가 이루어졌고, 생존의 길을 찾아가는 마을공동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절망의 시간은 길었지만, 시간은 결국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도 보여주었다. 절망하고 있을 그해 봄의 나에게 전할 방법이 있다면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다. “어떤 경우건 절망하지 말자. 그리고 포기하지도 말자. 이웃과 이웃을 잇기 위한 노력이 거대한 장벽 앞에 부딪힌다 해도 절대로 쓰러지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 너에게는 멋진 이웃이 있고, 시간의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너는 결국 극복해 낼 것이고, 마을 안에서 이웃과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시간이 분명히 올 것이니까”라고 말이다. 이제 외출할 시간이다. 10월 마지막 날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오랜 벗이 성화다. 바쁜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가봐야겠다. 오늘 문득 10년 전 그 날을 추억해보니, 이렇게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이 새롭다. 오늘은 10년 전 그 날, 우리의 무거웠던 절망과 치열했던 희망의 시간을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으리라. "오후 6시 48분" 결국, 약속 시각에 조금 늦고 말았다. 추억어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목요일인데도, 도로에 차가 쏟아져 나와서 하는 수 없이 한참을 달렸더니 이마에 땀 방물이 맺힌다. 때마침 불어오는 10월의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은 서늘함이 찾아든다. 다행히 십년지기 친구는 넉넉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서로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기도 했고, 몇 년 전 친구가 해외에서 창업한 이후로 서로 연락도 못 하고 지낸 아쉬움에 서운해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운 이유라 짐작해본다. 친구는 오래전에 여행업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잠시 일을 쉬고 있던 차였다. 아직도 나는 처음 친구를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첫 만남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는데,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마을지원사업에서였다. 편의상 친구를 d라고 하겠다. d를 만난 그 해는 참 혹독한, 아니 참담한 한 해였다. 2020년, 코로나19의 그 해. 모든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찾아왔고 일상은 무너지다시피 했다. 사회적거리두기라는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용어가 무겁게 일상 속에 내려앉았고, 익숙하지 않은 삶의 변화에 어색해하면서도 생존하기 위해서 배워나가야 했던 그해, 나는 처음 d를 만났다. 그 당시 우리마을지원사업을 담당하던 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적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마을탐방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d는 첫 번째 마을탐방에 참여했다. 탐방주민 중 유난히 안색이 창백했던 d가 궁금해서 평소 내성적이라 먼저 인사를 하지 못하던 나였지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내가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힘드시지요’라고 건넨 한마디 인사에 d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눈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느껴지는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 할 수 있었던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옆에서 말없이 걸으면서 지나갔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나의 인사말에 그제야 d는 조용히 웃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꾸벅하고는 사라져갔다. 그 뒤로도 d는 마을탐방에 열심히 나왔다. 마을탐방뿐 아니라, 온라인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도, 함께 글쓰는 캘리그라피 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해 우리마을지원사업에서 d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김장나눔 행사에서였다. 평소 가까운 마을공동체 회원들과 김장을 마친 나는 주민센터 도움으로 나눔을 함께 할 이웃에게 김장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마침 그 자리에 d가 김장나눔을 받으려고 온 것이다. 이미 여러 달 함께 마을 활동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 있던 터라 잠시 어색하기는 했지만, d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d는 원래 작지만 단단한 여행사업을 했는데, 2020년 한 해에 수년 동안의 성과를 모두 잃어버리고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한다. 두어 달을 심하게 방황하며 자포자기하고 있다, 마을 산책이나 하자고 나선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많이 힘들지 않으냐’는 안부 인사를 들었고, 그날은 집에 가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세상에서 내동댕이질 당하고 단절되어 버렸다는 생각을, 탐방 다녀간 그 날 버렸다고 들었다. 원치 않은 잠시 멈춘 시간 동안, 마을이라도 돌아보고 이웃이라도 만나보자는 생각에 참여했던 마을공동체 활동이 자신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듬해 백신이 세상에 나오면서 일상은 서서히 회복해갔다. 그리고 d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재기했다. 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선생님의 잔소리 같은 코치에 따라서 이웃과 함께 글쓰기를 하며, 그리고 이웃이 직접 키우고 수확해서 담근 김치를 나눔 받으며 d는 생각했다고 한다. 세상의 큰 난관 앞에 쓰러져 심한 상처도 입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고. 그 혹독했던 날에도 희망은 조용히 자라났고, 나는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밤 9시 50분" 10월의 밤바람이 포근하다. 주말도 아닌 목요일이지만, 거리에 인파가 넘치는 모습을 보니 d와 일찍 자리를 마친 것이 못내 아쉽다. 몇 년 만의 만남에 조금 더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다음날 출국해야 하는 d를 위해서 내가 먼저 일어서자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환승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치고 잠시 생각하다 집까지 걷기로 했다. 날이 따뜻하기도 하고, 홍대 거리의 인파와 신촌 거리의 에너지를 오랜만에 느끼면서 가보고 싶었다. 이런 자유가 일상으로 회복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십 년 전 그해에 관한 추억을 되살려보니, 지금과 같은 이런 자유가 더없이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d와의 만남에서 그 시절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해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깊이 각인된 시간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중에 김장 김치 나눔 했던 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d였다. 십 년 전 그날 d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김장 김치 나눔을 하고 있던 나를 먼발치에서 먼저 발견했다고 한다. 주민센터 연락을 받고 가던 길이었지만, 차마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발걸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그 당시 d는 가정 형편 때문에 나이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김치를 참 좋아하셨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 생각이 나서 다시 주민센터로 왔던 것이다. d는 그때 내가 다른 말 없이 웃으면서 김치를 건네주던 것이 고마웠다고, 힘내라거나 위로하는 말을 했으면 마음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하였고, 도전했던 일이 실패하면서 크게 낙담했던 시기도 있었기에 d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약하고 부족하여 동정심으로 친절을 베푸는 것만큼 나를 작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이미 경험해본 바 있기에 그에게 가슴 아픈 친절을 보일 수 없었다. 오늘 밥값은 d가 냈다. 김장 김칫값이란다. ‘그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준비한 것이라서 내가 밥 얻어먹을 일은 아닌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d의 즐거운 얼굴을 보니 쓸데없는 말보다 열심히 먹는 것이 친구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현임을 느꼈다. “근데 너답지 않게 오늘은 좀 늦었다?” d가 말한다. 평소 일은 잘하지 못해도 제때는 한다는 신조로 살아온 나였고, 약속 시각만큼은 항상 지키며 살아왔기에 오늘의 이런 모습이 d에게도 조금 낯선 모양이다. “사진, 사진 때문에.” 애써 핑곗거리를 찾다가, 나는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사진을 꺼내 보였다. 2030년, 2029년…. 연도별로 한참을 뒤로 넘기다가 2020년에 멈춘 사진 목록을 우리는 한 장씩 넘겨 보았다. 처음 마을공동체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산책 모임이 있다는 말에 나왔던 d의 모습, 원예수업에서 만든 작은 정원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들,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처음 잡아본 어색한 붓놀림으로 써본 글자들…. 사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추억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d와 헤어지며 인사하는데 불쑥 한마디를 건넨다. 나도 그랬다고 답했다. 그 당시 d의 여건을 듣고,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 해보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배우고,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을 할애하며 마을 활동에 참여하며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의미가 충분하다’라고. 마을공동체 활동이 아니었다면 남처럼 스쳐 지나갔을 소중한 인연 덕분에 어려운 날에 다시 앞을 바라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만남이 살아갈 이유와 힘이 되어준 시절이 있기에,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현실이 되어줄 것도 믿어보려 한다. 10월 마지막 날의 바람이 오늘 이렇게나 따뜻한 것은, 어쩌면 조금 더 따뜻해진 그의 마음과 내 마음이 더해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fin- 🏘🏠💒🏢🏡 언젠가 이 환란과 같은 일들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2020.11.28. 바람의노래 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그냥쓰는글 이 글은 마을공동체 활동에서의 제 경험을 더해서 한참 각색해서 적어본 글입니다. 마침 종로구 공모전이 있어서 내용을 조금씩 나누어서 제출해보기도 했습니다. 공모전에는 분량 관계상 제출하지 못한 뒷 부분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글의 원래 제목은 "2030년 희망 일기, 어느날" 입니다. 이야기는 가상의 어느날 시간 순서에 따른 내용으로 작중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어딘가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오후 5시 35분" 벌써 10년 전 일이다. 참으로 무거운 절망과 치열한 희망이 공존했던 2020년, 그해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언젠가 올 미래의 내 마지막 순간에도, 2020년 그때가 가장 뚜렷하게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2020년의 시작과 함께 이상한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 간 전염되는 질병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발병 지역의 이름으로 불리던 그 질병은 한국으로 건너오던 즈음에는 코로나19라는 제대로 된 이름까지 가지게 되었다. 봄이 올 때까지만 해도 그 이름을 2020년 한 해 동안 내내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책수다> 독서모임과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던 나에게 2020년은 다른 해와는 매우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함께 소통하고 함께 경작해야 하는데 함께 만나지 않아야 하는 과제였다.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해 봄에는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쇼핑몰 앞에 온종일 앉아 있기도 했고, 여름 동안에는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조차 지쳐서, 멍하니 질병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막다른 순간이 찾아왔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소중했던 이웃과 소통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나? 하는 고민을 하던 중에 이웃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한동안 일상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던 중, 한 문장이 쑥 들어왔다. ‘비대면으로 만나 볼까요?’ 그 한마디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키지 않았다기보다는 이해가 잘 안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한 것 같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이웃과 만남에서 시작되는데 그걸 만나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말인가? 그렇지만 그때 이미 ‘비대면’이라는 단어는 당시 내 마음속에 깊숙이 심어졌고, 그 씨앗은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싹을 틔웠다. 몇 달 동안 쌓인 그리움이 양분되어, 목소리라도 듣고 랜선 너머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마냥 기쁜 이유였으리라. 조금씩 마을공동체 활동은 생명력을 되찾아갔다. 비록 옆에서 친근한 정담을 나누던 날과는 달랐지만, 혼자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그해에는 새로운 것도 참 많이 배웠다. ZOOM, 웹 엑스와 같이 생소한 서비스를 배웠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KF94 마스크가 왜 94라는 숫자를 붙이고 있는지와 같은 것을 익혀갔다. 그렇게 새로운 생존 지식을 배우고, 방역과 공존하는 일상생활 속에 비록 비대면이지만 함께 소통하는 기회 속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이 회복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번 열린 물길은 거세게 굽이쳐 흐르기 시작했다. 랜선 너머로 원예수업, 독서토론, 주민 회의가 이루어졌고, 생존의 길을 찾아가는 마을공동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절망의 시간은 길었지만, 시간은 결국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도 보여주었다. 절망하고 있을 그해 봄의 나에게 전할 방법이 있다면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다. “어떤 경우건 절망하지 말자. 그리고 포기하지도 말자. 이웃과 이웃을 잇기 위한 노력이 거대한 장벽 앞에 부딪힌다 해도 절대로 쓰러지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 너에게는 멋진 이웃이 있고, 시간의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너는 결국 극복해 낼 것이고, 마을 안에서 이웃과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시간이 분명히 올 것이니까”라고 말이다. 이제 외출할 시간이다. 10월 마지막 날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오랜 벗이 성화다. 바쁜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가봐야겠다. 오늘 문득 10년 전 그 날을 추억해보니, 이렇게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이 새롭다. 오늘은 10년 전 그 날, 우리의 무거웠던 절망과 치열했던 희망의 시간을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으리라. "오후 6시 48분" 결국, 약속 시각에 조금 늦고 말았다. 추억어린 옛 사진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목요일인데도, 도로에 차가 쏟아져 나와서 하는 수 없이 한참을 달렸더니 이마에 땀 방물이 맺힌다. 때마침 불어오는 10월의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은 서늘함이 찾아든다. 다행히 십년지기 친구는 넉넉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서로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기도 했고, 몇 년 전 친구가 해외에서 창업한 이후로 서로 연락도 못 하고 지낸 아쉬움에 서운해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운 이유라 짐작해본다. 친구는 오래전에 여행업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잠시 일을 쉬고 있던 차였다. 아직도 나는 처음 친구를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첫 만남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는데,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마을지원사업에서였다. 편의상 친구를 d라고 하겠다. d를 만난 그 해는 참 혹독한, 아니 참담한 한 해였다. 2020년, 코로나19의 그 해. 모든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찾아왔고 일상은 무너지다시피 했다. 사회적거리두기라는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용어가 무겁게 일상 속에 내려앉았고, 익숙하지 않은 삶의 변화에 어색해하면서도 생존하기 위해서 배워나가야 했던 그해, 나는 처음 d를 만났다. 그 당시 우리마을지원사업을 담당하던 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적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마을탐방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d는 첫 번째 마을탐방에 참여했다. 탐방주민 중 유난히 안색이 창백했던 d가 궁금해서 평소 내성적이라 먼저 인사를 하지 못하던 나였지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내가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힘드시지요’라고 건넨 한마디 인사에 d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눈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느껴지는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 할 수 있었던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옆에서 말없이 걸으면서 지나갔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나의 인사말에 그제야 d는 조용히 웃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꾸벅하고는 사라져갔다. 그 뒤로도 d는 마을탐방에 열심히 나왔다. 마을탐방뿐 아니라, 온라인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도, 함께 글쓰는 캘리그라피 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해 우리마을지원사업에서 d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김장나눔 행사에서였다. 평소 가까운 마을공동체 회원들과 김장을 마친 나는 주민센터 도움으로 나눔을 함께 할 이웃에게 김장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마침 그 자리에 d가 김장나눔을 받으려고 온 것이다. 이미 여러 달 함께 마을 활동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 있던 터라 잠시 어색하기는 했지만, d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d는 원래 작지만 단단한 여행사업을 했는데, 2020년 한 해에 수년 동안의 성과를 모두 잃어버리고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한다. 두어 달을 심하게 방황하며 자포자기하고 있다, 마을 산책이나 하자고 나선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많이 힘들지 않으냐’는 안부 인사를 들었고, 그날은 집에 가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세상에서 내동댕이질 당하고 단절되어 버렸다는 생각을, 탐방 다녀간 그 날 버렸다고 들었다. 원치 않은 잠시 멈춘 시간 동안, 마을이라도 돌아보고 이웃이라도 만나보자는 생각에 참여했던 마을공동체 활동이 자신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듬해 백신이 세상에 나오면서 일상은 서서히 회복해갔다. 그리고 d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재기했다. 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선생님의 잔소리 같은 코치에 따라서 이웃과 함께 글쓰기를 하며, 그리고 이웃이 직접 키우고 수확해서 담근 김치를 나눔 받으며 d는 생각했다고 한다. 세상의 큰 난관 앞에 쓰러져 심한 상처도 입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고. 그 혹독했던 날에도 희망은 조용히 자라났고, 나는 그렇게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밤 9시 50분" 10월의 밤바람이 포근하다. 주말도 아닌 목요일이지만, 거리에 인파가 넘치는 모습을 보니 d와 일찍 자리를 마친 것이 못내 아쉽다. 몇 년 만의 만남에 조금 더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다음날 출국해야 하는 d를 위해서 내가 먼저 일어서자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환승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치고 잠시 생각하다 집까지 걷기로 했다. 날이 따뜻하기도 하고, 홍대 거리의 인파와 신촌 거리의 에너지를 오랜만에 느끼면서 가보고 싶었다. 이런 자유가 일상으로 회복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십 년 전 그해에 관한 추억을 되살려보니, 지금과 같은 이런 자유가 더없이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d와의 만남에서 그 시절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해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깊이 각인된 시간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중에 김장 김치 나눔 했던 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d였다. 십 년 전 그날 d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김장 김치 나눔을 하고 있던 나를 먼발치에서 먼저 발견했다고 한다. 주민센터 연락을 받고 가던 길이었지만, 차마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발걸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그 당시 d는 가정 형편 때문에 나이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김치를 참 좋아하셨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 생각이 나서 다시 주민센터로 왔던 것이다. d는 그때 내가 다른 말 없이 웃으면서 김치를 건네주던 것이 고마웠다고, 힘내라거나 위로하는 말을 했으면 마음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하였고, 도전했던 일이 실패하면서 크게 낙담했던 시기도 있었기에 d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약하고 부족하여 동정심으로 친절을 베푸는 것만큼 나를 작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이미 경험해본 바 있기에 그에게 가슴 아픈 친절을 보일 수 없었다. 오늘 밥값은 d가 냈다. 김장 김칫값이란다. ‘그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준비한 것이라서 내가 밥 얻어먹을 일은 아닌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d의 즐거운 얼굴을 보니 쓸데없는 말보다 열심히 먹는 것이 친구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현임을 느꼈다. “근데 너답지 않게 오늘은 좀 늦었다?” d가 말한다. 평소 일은 잘하지 못해도 제때는 한다는 신조로 살아온 나였고, 약속 시각만큼은 항상 지키며 살아왔기에 오늘의 이런 모습이 d에게도 조금 낯선 모양이다. “사진, 사진 때문에.” 애써 핑곗거리를 찾다가, 나는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사진을 꺼내 보였다. 2030년, 2029년…. 연도별로 한참을 뒤로 넘기다가 2020년에 멈춘 사진 목록을 우리는 한 장씩 넘겨 보았다. 처음 마을공동체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산책 모임이 있다는 말에 나왔던 d의 모습, 원예수업에서 만든 작은 정원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들,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처음 잡아본 어색한 붓놀림으로 써본 글자들…. 사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추억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d와 헤어지며 인사하는데 불쑥 한마디를 건넨다. 나도 그랬다고 답했다. 그 당시 d의 여건을 듣고,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 해보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배우고,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을 할애하며 마을 활동에 참여하며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의미가 충분하다’라고. 마을공동체 활동이 아니었다면 남처럼 스쳐 지나갔을 소중한 인연 덕분에 어려운 날에 다시 앞을 바라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만남이 살아갈 이유와 힘이 되어준 시절이 있기에,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현실이 되어줄 것도 믿어보려 한다. 10월 마지막 날의 바람이 오늘 이렇게나 따뜻한 것은, 어쩌면 조금 더 따뜻해진 그의 마음과 내 마음이 더해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fin- 🏘🏠💒🏢🏡 언젠가 이 환란과 같은 일들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2020.11.28. 바람의노래 씀
2020-12-25 (No.41)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책수다 마을공동체 참여 수기입니다 나는 애초에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2000년 초반에는 직장 생활하면서 한 해에 800여 권의 책을 읽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독서가 삶으로 이어지지 않음에 찾아온 회의감 때문이었다. 책이 삶의 토대가 아닌 장식이 되었음을 느낀 날부터 나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책을 버린 탓이었을까, 그 뒤로 삶에 꽤 많은 역경이 찾아왔다. 일상적으로 들어보기 힘든 병마와 오랜 기간 싸우면서 평범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 치료가 급한 동안에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지냈지만, 치료가 성과를 내면서부터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두 번째 생을 선물 받은 날, 인생의 경주에서 탈락한 자의 마음이 부록처럼 함께 찾아왔다. 그 부록 같은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멈춰선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고 앞도 내다보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멈추어야 하는 시간이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앞으로의 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사회생활이 이전과 비교하면 풍족할 수는 없었지만, 행복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초점은 흐려졌음에도 더 넓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알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을이었다.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던 마을의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마을 주민이 직접 상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주민자치 활동이 내 속에서 계속 맴돌기 시작했다. 작은 권한을 권력처럼 행사하는 일들에 관한 소문, 그 속에서 걱정하고 고민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쩌면 이전에도 있던 것들이 내 마음에 찾아온 여유 덕분에 제대로 듣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험해본 일이 아니기에 잘할 자신은 없었지만, 바르게 할 수는 있다는 생각으로 처음 참여한 것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였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동대표가 된 것이다. 스스로 참여하겠다고 생각한 일이라 사회생활 하듯이 해보리라 생각하고 관련 법령을 공부하면서 동대표의 역할을 했고, 그와 같은 시간이 이어지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역할까지 주어지게 되었다. 사는 동안 크기에 관계없이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자리가 리더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그 자리는 가장 먼저 비, 바람을 맞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약속을 한 뒤였다. 바르게 하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는 날이 이어지던 중에 마을공동체 활동, 주민공동체라는 생소한 분야와 마주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어졌다. 나는 주민자치라는 관점으로 마을 일에 참여를 시작했는데, 실상 주민자치 활동은 주민공동체라는 동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일임을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주민자치 활동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참여의 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선의로 참여하는 주민이 다수를 이루어야 자치활동이 공동체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도전도 새롭게 시작되었다. 독서모임 책수다는 그런 이유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 프로그램 기획 중 하나였다. 마을 탐방 프로그램, 원예수업, 문화강좌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 중 하나로 기획한 독서모임이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었다. 책을 읽던 시절에도 혼자서 읽었지 누군가와 함께 책 읽기를 공유하는 경험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획서를 제출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실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가끔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주기도 하는 것이었는지, 독서모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날 우연히 정독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마을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 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총 6번의 강의를 들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독서동아리 운영과 독서토론을 위한 논제문, 진행자의 기본자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오랫동안 책 읽기를 떠나 있던 탓이었을까, 오랜만에 읽는 글 한 줄 한 줄이 머리가 서늘해지도록 깊숙이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덕분에 마을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의 매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교육 첫날 혼자만의 일화가 있는데 앞으로 이야기해야 할 일을 위해서 잠시 적어보려 한다.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이 있는 정독도서관은 입구에는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리더 교육 첫 회차가 있던 날은 5월임에도 꽤 더운 날로 기억하는데, 그 나무 앞에 키 큰 분이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쳐 지나가면서 곧 잊었지만, 수업시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업의 선생님이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먼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수업에 늦게 와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오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 정독도서관이 구조가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세상에 나만큼이나 길치인 분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업 중 한번은 꾀가 나서 수업을 빠질 생각으로 그 선생님에게 결석계를 제출한 일이 있었다. 여기 결석계의 전문을 인용으로 담아본다. *** 2012년은 저에게 혹독한 한 해였습니다. 뇌간에 형태와 성질을 알 수 없는 종양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저에게는 일상 생활의 작은 기쁨도 허락되지 않는 날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럼…… 차라리 그냥 죽겠습니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반으로 쪼개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의사 앞에서 처음 쏟아낸 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저의 말이 진심이었는지 이제는 기억 나지 않지만,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서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해 저는 수많은 병원을 전전했고, 가는 곳마다 절망감을 가슴에 쌓아가야 했습니다. 곧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되도록 천천히 걷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어느 날에는 이대로 병이 사라지고 감기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내 절망도 녹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희망을 가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순간은 곧 이어 찾아오는 통증에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아직 지구별에서 저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그 해 암센터에서 치료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긴 투병 생활과 방사선 치료의 시간을 겪었지만, 몇 해가 지나고 의사로부터 “당신은 이제 이 병으로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던 날로부터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사로부터 희망적인 선고를 들었던 날, 치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혼자서 울었습니다. 암센터에서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정류장까지는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병원 문을 나서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길 한가운데 앉아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날의 눈물은 안도감으로 인한 것도 아니었고, 그 동안의 치료가 가져온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 눈물은 떠난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쏟아내는 눈물이었습니다. 암센터에서 방사선 양성자 치료는, 한 종류의 치료를 할 때 같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모아서 치료를 합니다. 고가의 장비를 환자에 맞게 설정을 해야 하는데 한번 설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 소요 됩니다. 그래서, 같은 목적의 환자를 모아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암센터에는 치료 대기실이 있는데 7개 정도의 둥근 테이블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대기실에 들어서는 것이 많이 낯설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 같은 괴물과 싸우고 있음을 알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하게 됩니다. 제가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13명이 함께 치료를 받았습니다. 오늘 독서토론의 선정 도서를 받고서 기쁜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어보니 익숙한 기억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저의 마음속에 봉인되어 있던, 너무 날카로워 봉인된 문틈을 살짝 열어 보는 것만으로도 이내 가슴속 깊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런 아픔이 다시 밀려 왔습니다. 그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저자의 일상을 같이 겪어 보았지만, 눈으로 본 것을 말로 꺼내 놓을 용기가 선뜻 생기지 않습니다. 2012년 저와 함께 치료를 받았던 한 초등학생, 80대 후반이었던 어르신, 이제 갓 손주를 봤다고 좋아하시는 어느 어머님, 그리고 저와 또래가 비슷했던 학교 선생님, 그들은 모두 지금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순간마다 그때의 무거운 감정이 심하게 되살아 납니다. 더군다나 이 병은 완치판정을 받을 수 없는 병이기에, 어느 날인가 이미 사라진 12인처럼 저에게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해옵니다. 특히나 오늘 선정된 도서를 생각하면 혹사나 중환 가족이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가 묘사되어 있을까 싶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에 차갑고 무거운 감정이 흐릅니다. 혹시나 저에게 있을 미래의 불행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겪을 일들을 날 것 그대로 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해일처럼 밀려 옵니다. 그런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낼 날이 오면 좋겠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되었음을 느끼고 이번 모임에 빠지는 것을 이해 구해 봅니다. 오늘은 편안하고 조용히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 보려 합니다. *** 결석계를 메일로 제출하고 그날은 오랜만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에 답장이 날아왔다. 내용을 요약하면 ‘무슨 소리 하고 있냐, 이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정신 차리고 빨리 수업에 뛰어오라’라는 의미를 담은 부드럽지만 못 본 척할 수 없는 답장에 그날의 근사한 계획을 포기하고 수업에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얻은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2019년 초에 마을공동체 계획을 세우고 이웃에게 홍보하면서 독서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실상은 그 당시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지만) 는 호언장담을 했던 터라 물러설 곳 없이 독서모임에 참여할 이웃을 찾기 위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아래는 그때 만들었던 웹자보 중 하나이다. 마을 소식을 알리는 밴드에 독서모임을 소개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나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라고 참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술책으로, 도서모임 앞에 굳이 ‘희한하고 느슨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렇지만 첫 번째 만남을 약속 날 날까지도 참여하겠다고 확언한 이웃이 없어서 이 프로그램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앞서 나간 일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그 당시의 솔직한 마음이다. 만남의 자리에 가장 먼저 와서 아무도 없는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희한하고 느슨하다는 수식어에 사람들이 잘 속지 않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래도 회칙은 있어야겠고,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필요했었기에 관련 자료를 챙겨갔던 나는, 나의 본심이라도 들킨 마냥 빈 자리를 보며 풀 죽어 앉아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같은 5분이 지나고 처음 보는 이웃이 인사를 하면 들어온다. 그렇게 한 분, 두 분, 세 분…. 모두 모이고 나니 8명의 꽤 북적이는 자리가 되었다. 이날이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첫날이다. 나와는 달리 평소 책을 가까이하는 이웃들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 책을 읽듯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교감하는 법을 안다고 생각되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배려가 담겨 있고, 단단한 주관 위에 따뜻한 소통이 이어져 있는 참 편한 자리였다. 첫 번째 모임이 마냥 즐거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은 그 날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독서모임을 두어 번 해보겠다고 세웠던 나의 계획과 달리 앞으로 책수다의 이웃을 만날 많은 날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이때에도 마을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을 하고 있던 나에게 책수다 시간은 그야말로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다른 마을공동체 활동의 주관자로 기획자로, 실행 그룹으로 참여하면서 행사를 책임지는 책임자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대표회장으로 단지 내 대소사에 관한 마음 편하지 않은 결정 사항의 최종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처지와 달리, 책수다는 안식이 되었다. 앞서 독서동아리 교육을 통해서, 책수다 모임은 느슨한 활동으로 애초 계획되었지만, 한가지 원칙만은 세웠다. 그것은 독서토론을 위해서 논제문을 기반으로 한 토론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독서토론에 있어서 논제문은 책 속 여행자를 위한 길잡이 지도와 같아서 토론의 내용이 책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 덕분에 토론마다 책에 깊이 심취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책에 심취하면서, 그리고 논제문에 깊이 몰입하면서 온전히 나를 잊을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에는 자유로운 에너지로 충만한 길을 동행과 함께 걷는 책수다 회원으로 다시 호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 치유와 안식과 평안을 되찾아 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독서모임에는 다른 마을공동체 활동과는 또 다른 남다른 즐거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타인의 인생을 살아 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 옛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작품에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인생을 살다 보면, 한참을 바라보다가 미처 가보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가지 못한 길을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하지만 결국 가지 못하고 잊었다가 다시는 돌아가기 어려워지는 때가 되어서야, 그때 그 길을 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같은 미련이 찾아오는데, 책수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나는 바라만 보고 가보지 못한 그 길을 타인의 시선과 경험 속에서 거닐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참 좋았다. 2019년을 지나 2020년이 되어서 책수다 모임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만나야 할지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그 멈춤의 시간에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니 아쉬운 마음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 그 여정을 작게라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이었지만, 적어도 모임을 처음 기획한 나는 모임의 여로를 의미 있게 남기는 일을 고민해야 했는데…, 라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책수다 모임 하나만큼은 나에게 있어 일이 아닌 소중한 사적인 경험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수다가 함께 한 시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밴드에 활동 기록을 하면서 이 정도가 최선이리라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지만 때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고 했던가. 나의 작은 소망이 담긴 바람이 올해는 동행하는 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을 보았다. 책수다는 독서 논제문이라는 길잡이를 놓고 토론을 한다는 특징과 함께, 자생적으로 얻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참여하는 회원 각자가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야 밝히지만, 이 글을 쓰는 화자인 나는 몽파이다. 책수다 회원 중 ‘흥겹고 즐거운 라라(우리는 줄여서 라라 님이라고 부른다)’님이 2020년이라는 혹독한 시기에 리더 역할을 맡아 주셨다.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하고,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셨는지도 알 수가 없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책수다 모임은 라라님을 통해서 소중한 기록물로 태어나고 있었다. 앞서 독서모임은 참여하는 이웃의 시선과 경험으로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을 한 바 있는데, 독서모임이 말과 말로 이어지다 보니 순간의 시간을 스쳐 가는 말들 가운데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말을 미처 주워 넣기도 전에 잊어버리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기록물에 대한 소망은 그런 이유에서 있었던 것인데, 이심전심이었을까? 라라님은 어느새 우리의 시간을 지면에 풀어내어 책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간절한 소망을 담은 바람은 그 소망이 바라보는 곳으로 불게 된다는 말을 조금은 믿어보게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에 오늘의 이 믿음이 나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이다. 글을 어떻게 맺을까 생각하다 문득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보니 우리들의 소망 가득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라라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인사로 글을 마친다. ~~~~~~ 여기부터 대 놓고 앞광고 시간입니다. 이 책은 온라인 출판,서점 부크크에서 구입 가능하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한 권 구매해주시면 책수다는 몇백원의 수익금을 얻습니다. https://www.bookk.co.kr/book/view/94963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책수다 마을공동체 참여 수기입니다 나는 애초에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2000년 초반에는 직장 생활하면서 한 해에 800여 권의 책을 읽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독서가 삶으로 이어지지 않음에 찾아온 회의감 때문이었다. 책이 삶의 토대가 아닌 장식이 되었음을 느낀 날부터 나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책을 버린 탓이었을까, 그 뒤로 삶에 꽤 많은 역경이 찾아왔다. 일상적으로 들어보기 힘든 병마와 오랜 기간 싸우면서 평범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 치료가 급한 동안에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지냈지만, 치료가 성과를 내면서부터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두 번째 생을 선물 받은 날, 인생의 경주에서 탈락한 자의 마음이 부록처럼 함께 찾아왔다. 그 부록 같은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멈춰선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고 앞도 내다보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멈추어야 하는 시간이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앞으로의 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사회생활이 이전과 비교하면 풍족할 수는 없었지만, 행복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초점은 흐려졌음에도 더 넓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알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을이었다.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던 마을의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마을 주민이 직접 상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주민자치 활동이 내 속에서 계속 맴돌기 시작했다. 작은 권한을 권력처럼 행사하는 일들에 관한 소문, 그 속에서 걱정하고 고민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쩌면 이전에도 있던 것들이 내 마음에 찾아온 여유 덕분에 제대로 듣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험해본 일이 아니기에 잘할 자신은 없었지만, 바르게 할 수는 있다는 생각으로 처음 참여한 것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였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동대표가 된 것이다. 스스로 참여하겠다고 생각한 일이라 사회생활 하듯이 해보리라 생각하고 관련 법령을 공부하면서 동대표의 역할을 했고, 그와 같은 시간이 이어지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역할까지 주어지게 되었다. 사는 동안 크기에 관계없이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자리가 리더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그 자리는 가장 먼저 비, 바람을 맞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약속을 한 뒤였다. 바르게 하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고민하는 날이 이어지던 중에 마을공동체 활동, 주민공동체라는 생소한 분야와 마주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어졌다. 나는 주민자치라는 관점으로 마을 일에 참여를 시작했는데, 실상 주민자치 활동은 주민공동체라는 동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일임을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주민자치 활동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참여의 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선의로 참여하는 주민이 다수를 이루어야 자치활동이 공동체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도전도 새롭게 시작되었다. 독서모임 책수다는 그런 이유에서 시작한 마을공동체 프로그램 기획 중 하나였다. 마을 탐방 프로그램, 원예수업, 문화강좌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 중 하나로 기획한 독서모임이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었다. 책을 읽던 시절에도 혼자서 읽었지 누군가와 함께 책 읽기를 공유하는 경험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획서를 제출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실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가끔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주기도 하는 것이었는지, 독서모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날 우연히 정독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마을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 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총 6번의 강의를 들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독서동아리 운영과 독서토론을 위한 논제문, 진행자의 기본자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오랫동안 책 읽기를 떠나 있던 탓이었을까, 오랜만에 읽는 글 한 줄 한 줄이 머리가 서늘해지도록 깊숙이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덕분에 마을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의 매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교육 첫날 혼자만의 일화가 있는데 앞으로 이야기해야 할 일을 위해서 잠시 적어보려 한다. 독서동아리 리더 교육이 있는 정독도서관은 입구에는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리더 교육 첫 회차가 있던 날은 5월임에도 꽤 더운 날로 기억하는데, 그 나무 앞에 키 큰 분이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쳐 지나가면서 곧 잊었지만, 수업시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업의 선생님이었다. 나보다 한참이나 먼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수업에 늦게 와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오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 정독도서관이 구조가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세상에 나만큼이나 길치인 분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업 중 한번은 꾀가 나서 수업을 빠질 생각으로 그 선생님에게 결석계를 제출한 일이 있었다. 여기 결석계의 전문을 인용으로 담아본다. *** 2012년은 저에게 혹독한 한 해였습니다. 뇌간에 형태와 성질을 알 수 없는 종양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저에게는 일상 생활의 작은 기쁨도 허락되지 않는 날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럼…… 차라리 그냥 죽겠습니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반으로 쪼개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의사 앞에서 처음 쏟아낸 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저의 말이 진심이었는지 이제는 기억 나지 않지만,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서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해 저는 수많은 병원을 전전했고, 가는 곳마다 절망감을 가슴에 쌓아가야 했습니다. 곧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되도록 천천히 걷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어느 날에는 이대로 병이 사라지고 감기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내 절망도 녹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희망을 가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순간은 곧 이어 찾아오는 통증에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아직 지구별에서 저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그 해 암센터에서 치료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긴 투병 생활과 방사선 치료의 시간을 겪었지만, 몇 해가 지나고 의사로부터 “당신은 이제 이 병으로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던 날로부터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사로부터 희망적인 선고를 들었던 날, 치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혼자서 울었습니다. 암센터에서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정류장까지는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병원 문을 나서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길 한가운데 앉아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날의 눈물은 안도감으로 인한 것도 아니었고, 그 동안의 치료가 가져온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 눈물은 떠난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쏟아내는 눈물이었습니다. 암센터에서 방사선 양성자 치료는, 한 종류의 치료를 할 때 같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모아서 치료를 합니다. 고가의 장비를 환자에 맞게 설정을 해야 하는데 한번 설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 소요 됩니다. 그래서, 같은 목적의 환자를 모아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암센터에는 치료 대기실이 있는데 7개 정도의 둥근 테이블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대기실에 들어서는 것이 많이 낯설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 같은 괴물과 싸우고 있음을 알고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하게 됩니다. 제가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13명이 함께 치료를 받았습니다. 오늘 독서토론의 선정 도서를 받고서 기쁜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어보니 익숙한 기억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저의 마음속에 봉인되어 있던, 너무 날카로워 봉인된 문틈을 살짝 열어 보는 것만으로도 이내 가슴속 깊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그런 아픔이 다시 밀려 왔습니다. 그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저자의 일상을 같이 겪어 보았지만, 눈으로 본 것을 말로 꺼내 놓을 용기가 선뜻 생기지 않습니다. 2012년 저와 함께 치료를 받았던 한 초등학생, 80대 후반이었던 어르신, 이제 갓 손주를 봤다고 좋아하시는 어느 어머님, 그리고 저와 또래가 비슷했던 학교 선생님, 그들은 모두 지금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순간마다 그때의 무거운 감정이 심하게 되살아 납니다. 더군다나 이 병은 완치판정을 받을 수 없는 병이기에, 어느 날인가 이미 사라진 12인처럼 저에게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해옵니다. 특히나 오늘 선정된 도서를 생각하면 혹사나 중환 가족이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가 묘사되어 있을까 싶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에 차갑고 무거운 감정이 흐릅니다. 혹시나 저에게 있을 미래의 불행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겪을 일들을 날 것 그대로 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해일처럼 밀려 옵니다. 그런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낼 날이 오면 좋겠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되었음을 느끼고 이번 모임에 빠지는 것을 이해 구해 봅니다. 오늘은 편안하고 조용히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 보려 합니다. *** 결석계를 메일로 제출하고 그날은 오랜만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에 답장이 날아왔다. 내용을 요약하면 ‘무슨 소리 하고 있냐, 이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정신 차리고 빨리 수업에 뛰어오라’라는 의미를 담은 부드럽지만 못 본 척할 수 없는 답장에 그날의 근사한 계획을 포기하고 수업에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얻은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2019년 초에 마을공동체 계획을 세우고 이웃에게 홍보하면서 독서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실상은 그 당시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지만) 는 호언장담을 했던 터라 물러설 곳 없이 독서모임에 참여할 이웃을 찾기 위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아래는 그때 만들었던 웹자보 중 하나이다. 마을 소식을 알리는 밴드에 독서모임을 소개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나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라고 참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술책으로, 도서모임 앞에 굳이 ‘희한하고 느슨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렇지만 첫 번째 만남을 약속 날 날까지도 참여하겠다고 확언한 이웃이 없어서 이 프로그램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앞서 나간 일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그 당시의 솔직한 마음이다. 만남의 자리에 가장 먼저 와서 아무도 없는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희한하고 느슨하다는 수식어에 사람들이 잘 속지 않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래도 회칙은 있어야겠고,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필요했었기에 관련 자료를 챙겨갔던 나는, 나의 본심이라도 들킨 마냥 빈 자리를 보며 풀 죽어 앉아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같은 5분이 지나고 처음 보는 이웃이 인사를 하면 들어온다. 그렇게 한 분, 두 분, 세 분…. 모두 모이고 나니 8명의 꽤 북적이는 자리가 되었다. 이날이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첫날이다. 나와는 달리 평소 책을 가까이하는 이웃들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 책을 읽듯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교감하는 법을 안다고 생각되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배려가 담겨 있고, 단단한 주관 위에 따뜻한 소통이 이어져 있는 참 편한 자리였다. 첫 번째 모임이 마냥 즐거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은 그 날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독서모임을 두어 번 해보겠다고 세웠던 나의 계획과 달리 앞으로 책수다의 이웃을 만날 많은 날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이때에도 마을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을 하고 있던 나에게 책수다 시간은 그야말로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다른 마을공동체 활동의 주관자로 기획자로, 실행 그룹으로 참여하면서 행사를 책임지는 책임자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대표회장으로 단지 내 대소사에 관한 마음 편하지 않은 결정 사항의 최종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처지와 달리, 책수다는 안식이 되었다. 앞서 독서동아리 교육을 통해서, 책수다 모임은 느슨한 활동으로 애초 계획되었지만, 한가지 원칙만은 세웠다. 그것은 독서토론을 위해서 논제문을 기반으로 한 토론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독서토론에 있어서 논제문은 책 속 여행자를 위한 길잡이 지도와 같아서 토론의 내용이 책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 덕분에 토론마다 책에 깊이 심취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책에 심취하면서, 그리고 논제문에 깊이 몰입하면서 온전히 나를 잊을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에는 자유로운 에너지로 충만한 길을 동행과 함께 걷는 책수다 회원으로 다시 호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 치유와 안식과 평안을 되찾아 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독서모임에는 다른 마을공동체 활동과는 또 다른 남다른 즐거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타인의 인생을 살아 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 옛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작품에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인생을 살다 보면, 한참을 바라보다가 미처 가보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가지 못한 길을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하지만 결국 가지 못하고 잊었다가 다시는 돌아가기 어려워지는 때가 되어서야, 그때 그 길을 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같은 미련이 찾아오는데, 책수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나는 바라만 보고 가보지 못한 그 길을 타인의 시선과 경험 속에서 거닐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참 좋았다. 2019년을 지나 2020년이 되어서 책수다 모임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만나야 할지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그 멈춤의 시간에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니 아쉬운 마음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 그 여정을 작게라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이었지만, 적어도 모임을 처음 기획한 나는 모임의 여로를 의미 있게 남기는 일을 고민해야 했는데…, 라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책수다 모임 하나만큼은 나에게 있어 일이 아닌 소중한 사적인 경험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수다가 함께 한 시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밴드에 활동 기록을 하면서 이 정도가 최선이리라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지만 때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고 했던가. 나의 작은 소망이 담긴 바람이 올해는 동행하는 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을 보았다. 책수다는 독서 논제문이라는 길잡이를 놓고 토론을 한다는 특징과 함께, 자생적으로 얻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참여하는 회원 각자가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야 밝히지만, 이 글을 쓰는 화자인 나는 몽파이다. 책수다 회원 중 ‘흥겹고 즐거운 라라(우리는 줄여서 라라 님이라고 부른다)’님이 2020년이라는 혹독한 시기에 리더 역할을 맡아 주셨다.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하고,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셨는지도 알 수가 없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책수다 모임은 라라님을 통해서 소중한 기록물로 태어나고 있었다. 앞서 독서모임은 참여하는 이웃의 시선과 경험으로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을 한 바 있는데, 독서모임이 말과 말로 이어지다 보니 순간의 시간을 스쳐 가는 말들 가운데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말을 미처 주워 넣기도 전에 잊어버리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기록물에 대한 소망은 그런 이유에서 있었던 것인데, 이심전심이었을까? 라라님은 어느새 우리의 시간을 지면에 풀어내어 책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간절한 소망을 담은 바람은 그 소망이 바라보는 곳으로 불게 된다는 말을 조금은 믿어보게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에 오늘의 이 믿음이 나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이다. 글을 어떻게 맺을까 생각하다 문득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보니 우리들의 소망 가득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라라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인사로 글을 마친다. ~~~~~~ 여기부터 대 놓고 앞광고 시간입니다. 이 책은 온라인 출판,서점 부크크에서 구입 가능하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한 권 구매해주시면 책수다는 몇백원의 수익금을 얻습니다. https://www.bookk.co.kr/book/view/94963
2020-12-25 (No.40)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조금은 결이 다른 내용의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 기록입니다. 기고하기 위해 쓴 글이라 존칭이 생략되었습니다. 분량이 많아서 기고는 못하게 되었고 이웃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밴드에 올립니다. 😄 이 글은 무악동의 모든 공동주택이 함께 소통한 2020년 겨울 모습을 관찰한 일지 같은 글이다. 어느 날 어려운 용어가 들려왔다. 협치, 거버넌스, 혹은 민관 협력. 생소한 단어 앞에 편치않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마을을 아끼는 주민이 함께해볼 수 있는 일을 시작할 기회가 된다는 말에 이웃과 의기투합해서 참여를 시작했다. 2년 전 어느 날 공동주택에 사는 나는 마을의 공동주택에 공유 공간이 저마다 특색있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주택 사이의 서로 다른 공간을 공유하면서 왕래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렇게 공동주택 공유 공간 프로그램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런 제안과정에 주민과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도 잊은 2020년 10월 어느 날, 다시 그 어려운 용어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민과 관이 협력해야 하는 사업에 무악동의 각 공동주택마다 참여 주민을 섭외하여 실행 그룹을 구성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다. 공동주택은 담장이 높고, 단단하다. 우리 마을은 특히나 특색이 서로 다른 네 개 단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그 어느 마을과도 다른 형태의 구성을 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모두가 사유지이고, 단지마다 사유지를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주민 조직이 단지의 처지를 대변하여 주민자치 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조금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마을 현안에 있어서 어떤 일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는 일이 있어도 단지를 대표하는 처지에서는 전체 주민의 의견을 따라서 걷는 길을 정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공동주택의 대표자들은 그 입장과 생각을 온전히 상대에게 전해볼 기회를 얻기도 전에 가로막힌 담장 앞에 멈춰서야 하는 날들이 의도와 관계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협치나 거버넌스의 의미를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였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서로 말이라도 한 번 주고받을 기회를 얻자는 생각에 제안했던 프로그램. 그렇지만 2년의 세월이 지난 뒤 2020년이라는 대환란의 시기에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공동주택이 모두 함께 하는 화합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으로는 쉬운 일도 대표와 대표로 만나는 자리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을 각각의 단지 대표자들과 어쩌다 한 번이라도 인사라도 나눈 사람이 나라는 이유로 주어진 연결망 구성 책임. 시작의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부터 고민의 시작이었다. 더군다나 지원 사업의 성격과 내용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잘못 전해지는 한마디가 나중에 무겁게 돌아올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 때문에 맡은 소임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 희망이란 새롭게 참여하는 주민이 마을을 더 넓게 보는 기회가 이번 교류를 통해서 일어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었다. 희망이란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본 바가 있다. 희망이란 없는 길과 같아서 많은 사람이 함께 걷기 시작하고 이어 가다 보면 생겨나는 길과 같은 것이다. 처음 길 없는 곳을 걷기 시작하는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라도, 이어서 걸어줄 누군가를 믿으며 앞으로 나가다 보면 지나온 곳이 길의 되어 있으리라는 믿음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이어서 걸어줄 사람들을 믿으면 첫걸음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대화. 오가는 말들이 조금은 어색하고 조심스럽다. 전해줄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민 손이 깨끗한 손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신중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선의를 이해한 순간부터 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화의 길이 시작되었다. 서로의 진심이 담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사업 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또 다른 논점들이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19다. 이런 시국에 실내 공유 공간을 공유하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모임을 한다는 것은 공동주택 대표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입장에서는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너무 큰 모험이었다. 그 모험이 내 혼자만의 책임이라면 해볼 수 있겠지만, 참여하는 많은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 일이기에 사업의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주민 조직이 빛을 발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기 시작되었다. 공동주택의 안건을 제시하고 의결하는 일들을 수없이 해온 입주자대표회의 주민 조직은 조직화한 의결기구의 힘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안이 나오고 그 안에 공동의 뜻이 모였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참가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와 같은 추진 동력은 오랜 시간 동안 주민 의견을 경청하면서 마을 주민 공동체가 바라는 방향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입주자대표의 생존 본능과도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협치 활동의 온전한 의미를 다 알지 못하지만, 이번 경우에 있어서 최소한의 성과는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원만하고 발전적인 소통 경로 형성, 행정과 주민협의체 사이의 협업 실행,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마을 주민의 참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발의된 안건에 주민이 참여할 문을 하나 만들었고, 그것이 무악동을 빛내줄 올해의 한마디 공모전이었다. 비록 사업 비용 집행 제한으로 인해서 주민 공모전은 단지마다 공모의 방식과 참여에 대한 보답의 과정이 모두 다른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도 마을 주민의 따뜻한 참여가 이어졌다. 내가 속한 무악현대의 경우 주민공모를 통해서 모인 귀중한 문구가 30건에 이르렀다. 아마도 다른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이 마을 활동의 기록을 위한 것이기에 주민 한분 한분이 보내주신 글을 이곳에 여과 없이 담아두려 한다. 그 글은 다음과 같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2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3 하얀 겨울 뒤에 새봄이 오는걸 아니까 기다릴께 04 밤 하늘이 유난히 반짝여 자꾸보니 너도 그렇네 05 올 해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 진짜 영웅이에요 06 초록빛 환한 봄이 희망과 함께 천천히 오고 있어요 07 당신 얼굴 떠오르니 찬바람 속에도 마음 따스하다 08 겨울 바람 속에 잠자는 봄 꽃 있어 이 겨울 아름답다 09 들리나요 봄의 목소리 그대를 향해 오고 있어요 10 삼백예순다섯번 새 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11 괜찮치 않아도 되요 그래도 당신 수고 많았어요 12 새하얀 입김은 당신의 숨결이 따뜻하다는 증거 13 내일도 모레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요❤ 14 날이 점점 추워졌어요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5 걷는 것은 두배로 웃는 것은 세배로 사랑은 무한정으로 16 코로나 한파에 힘드시죠. 우리 모두 사랑의 비타민을 나누세요 17 우리 가끔 하늘도 보고 뒤도보고옆도 보며 함께 걸어가요 18 마스크와 함께한 한 해 우리모두 고생하셨습니다 19 햇볕 달빛 별님 구름 고운 사랑 듬뿍 희망 가득 무악 20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모두 코로나 한번 이겨내봐요 21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22 코로나19 함께하면 극복 할수있습니다 23 탁 트인하늘 꿈꾸는 삶이 아름다워 24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더 빛난 우리 25 위기를 함께 넘는 모아재, 이공 겨울 지나 이일은 봄 26 가가호호 외로워 마셔요 우리가 함께 있잖아요 27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8 겁내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29 SINCE 1975 무악! 코로나도 끝날겁니다 30 코로나19 함께해서 극복하고 따뜻한 마음과 정을 나누는 이웃이 되어 보아요. 이렇게 모인 문구에서 5개를 선정해서 최종 결선 투표를 위한 후보로 준비해야 했다. 이 선정 과정이 선정의 책임을 맡은 대표자에게는 아마도 뼈를 깎는 것 같은 시간이었으리 짐작된다. 이웃 주민이 보내준 문안 하나하나가 귀하고 각자의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려운 선택의 시간을 거쳐 선정된 문안은 다음 다섯 가지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2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3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04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05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단지마다 문안을 모아서 결선 1차 투표가 진행되었다. 우선 각 단지에서 올라온 문안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01 포근한 빛이 시린 내 어깨 위를 감싸네 02 이 작은 불빛이 그대 눈과 마음을 밝혀주기를 03 함께해요. 무악에 쌓이는 첫눈 같은 사랑과 희망을 04 도심속의 정원, 인왕산자락의 여유로운 정취 05 꿈이 서린 인왕, 꿈에 그린 무악 06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7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8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09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10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11 새 날에는 주민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길~ 12 성탄의 기쁨이 내내 당신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13 오늘의 준비는 내일을 빛내기 위한것 힘내세요 14 탁 트인 하늘, 꿈꾸는 삶이 아름다워라 15 배려와 격려로 토닥토닥 우린 서로 행복 비타민 16 따뜻한 한마디로 내미는 손길 따라 새 희망 싹튼다 17 오늘도 기쁜 날 오늘도 행복한 날 오늘도 건강한 날 18 낙엽 떨어져 바람 인줄 알았더니 쌓이는 情 이도다 이 문안 중에서 최종 결선을 위한 4개 문안을 선택했고, 그 과정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활동을 위해 단톡방 투표로 진행되었다. 최종 결선을 위해 선정된 4개 문안은 다음과 같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4 득표) 02 배려와 격려로 토닥토닥 우린 서로 행복 비타민 (4 득표) 03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3 득표) 04 오늘도 기쁜 날 오늘도 행복한 날 오늘도 건강한 날 (3 득표) 여기까지도 짧지 않은 과정이었고, 회의마다 기록의 역할을 담당한 입장으로는 회의가 아주 반갑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회의마다 즐거운 마음이었다. 참여하는 주민의 소중한 마음을 각 단지의 대표자들이 함께 신중하고 정중하게 상의하는 과정은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최종 문안 선정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누가 봐도 정당한 절차를 지키기 위해서 비대면이지만, 실시간 화상 회의를 이용하여 정하게 되었다. 회의 참석자마다 차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고, 투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뒤에 우리 마을을 위한 단 하나의 문장이 선정되었다. 그것이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이다. 공동주택에서 입주자대표란 바람 부는 벌판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바람이 훈풍이건 매서운 겨울바람이건 관계없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마을이란 쉼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입주자 대표에게는 그런 쉼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보통의 주민과 다른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본래의 책임 이외의 활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참여하지 않으면 맞지 않아도 되는 바람을 원치 않게 마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이 따뜻한 미풍이면 괜찮지만, 매서운 찬바람이라면 어느 순간에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마음이다. 나는 그랬다. 이 글은 2020년 한마을에서 있었던 공동주택과 공동주택 사이의 협력 과정을 짧게나마 기록하는 글이라 관찰자로서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모두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낯선 과정들 앞에서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마을의 담장이 높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보았다. 첫 만남에서 의견 하나 내는 것에도 묵직한 기운이 감돌던 것과는 달리 회의라는 이름을 가진 소통의 기회가 늘어날 때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길도 넓어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부터 그러했기 때문이다. 높았던 담장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낮아지기 시작했고, 낮은 담장 사이에는 신뢰가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얻게 될 결과는 각자가 원하던 성과에 이를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궁금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우리는 이미 이번 사업이 그렸던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사업 실행의 결과물은 또 다른 사안이 되겠지만, 오늘 우리 마을이 경험한 협력과 소통의 길이 언젠가 마을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해야 할 날에 조금은 덜 힘들게 동행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을 확실히 얻었다. 글을 마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준 종로구 협치추진단와 주거 재생과에 감사하다. 이 두 조직이 원만히 협의가 안 되었다면 이 글을 쓸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실행 과정에서 서로의 선의를 믿고 나서준 무악현대아파트, 아이파크 1차, 아이파크 2차, 롯데 캐슬 입주자대표회의에 경의를 표한다. 그분들의 용기 있는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특별한 보상 없는 마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좋은 글을 보내주신 이웃분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웃의 동행이 없었다면 이 글은 조금은 쓸쓸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혀 쓸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2년 전 그날 우리는 함께하기 위한 작은 희망을 담아 같은 곳을 바라보았고, 그날 우리가 띄워 보냈던 소망은 따뜻한 미풍이 되어 마을에 불어왔다. 협치, 거버넌스, 민관 협력. 이 모든 말들은 결국 사람 사이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함께 하는 소망이 깊어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리라는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 작은 산책로가 되기 시작했다. 다음에 누군가 이 길을 걸어갈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한 안식이 되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의 짧은 여정을 이 글에 담아 전한다. 희망은 처음부터 놓여 있는 것이 아닌, 동행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소망하며. 2020년 겨울 종로구 무악동 채동균 덧글 - (단편) 캘리그라피 디자인 선정의 뒷 이야기 위와 같이 다양한 캘리그라피를 곽가 선생님이 준비해주셨고, 처음에는 실행그룹에서 선정할 생각을 했지만, 작품은 원 저작자가 의도와 해석을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서 작품을 준비해주신 작가님에게 선정을 의뢰했고 그것이 글 머리에 올린 디자인입니다. "무악동이 선택한 문장이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말인만큼 둥그스름하게 안아주는 느낌으로, 조금은 감정을 투박하게 꺼내는 느낌으로, 연결선이 부드러워 따뜻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글씨" 라는 의미에서 최종 작품을 선택해주셨고, 그 작품을 무악동 올해 문안의 옷으로 입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선정 과정에서 원 저작자의 의도와 선택에 따라 결정하게 된 이유에는, 보상없이 자원활동으로 참여해주신 캘리그라피 작가님에 대한 실행그룹의 존중하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 합의로 실행 방향을 정하고, 소중한 참여를 대함에 있어서는, 존중과 신뢰로 사안을 정하는 실행그룹의 모습에서 저도 새로운 무악동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조금은 결이 다른 내용의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 기록입니다. 기고하기 위해 쓴 글이라 존칭이 생략되었습니다. 분량이 많아서 기고는 못하게 되었고 이웃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밴드에 올립니다. 😄 이 글은 무악동의 모든 공동주택이 함께 소통한 2020년 겨울 모습을 관찰한 일지 같은 글이다. 어느 날 어려운 용어가 들려왔다. 협치, 거버넌스, 혹은 민관 협력. 생소한 단어 앞에 편치않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마을을 아끼는 주민이 함께해볼 수 있는 일을 시작할 기회가 된다는 말에 이웃과 의기투합해서 참여를 시작했다. 2년 전 어느 날 공동주택에 사는 나는 마을의 공동주택에 공유 공간이 저마다 특색있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주택 사이의 서로 다른 공간을 공유하면서 왕래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렇게 공동주택 공유 공간 프로그램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런 제안과정에 주민과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도 잊은 2020년 10월 어느 날, 다시 그 어려운 용어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민과 관이 협력해야 하는 사업에 무악동의 각 공동주택마다 참여 주민을 섭외하여 실행 그룹을 구성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다. 공동주택은 담장이 높고, 단단하다. 우리 마을은 특히나 특색이 서로 다른 네 개 단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그 어느 마을과도 다른 형태의 구성을 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모두가 사유지이고, 단지마다 사유지를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주민 조직이 단지의 처지를 대변하여 주민자치 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조금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마을 현안에 있어서 어떤 일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는 일이 있어도 단지를 대표하는 처지에서는 전체 주민의 의견을 따라서 걷는 길을 정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공동주택의 대표자들은 그 입장과 생각을 온전히 상대에게 전해볼 기회를 얻기도 전에 가로막힌 담장 앞에 멈춰서야 하는 날들이 의도와 관계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협치나 거버넌스의 의미를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였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서로 말이라도 한 번 주고받을 기회를 얻자는 생각에 제안했던 프로그램. 그렇지만 2년의 세월이 지난 뒤 2020년이라는 대환란의 시기에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공동주택이 모두 함께 하는 화합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으로는 쉬운 일도 대표와 대표로 만나는 자리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을 각각의 단지 대표자들과 어쩌다 한 번이라도 인사라도 나눈 사람이 나라는 이유로 주어진 연결망 구성 책임. 시작의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부터 고민의 시작이었다. 더군다나 지원 사업의 성격과 내용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잘못 전해지는 한마디가 나중에 무겁게 돌아올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 때문에 맡은 소임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 희망이란 새롭게 참여하는 주민이 마을을 더 넓게 보는 기회가 이번 교류를 통해서 일어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었다. 희망이란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본 바가 있다. 희망이란 없는 길과 같아서 많은 사람이 함께 걷기 시작하고 이어 가다 보면 생겨나는 길과 같은 것이다. 처음 길 없는 곳을 걷기 시작하는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라도, 이어서 걸어줄 누군가를 믿으며 앞으로 나가다 보면 지나온 곳이 길의 되어 있으리라는 믿음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이어서 걸어줄 사람들을 믿으면 첫걸음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대화. 오가는 말들이 조금은 어색하고 조심스럽다. 전해줄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민 손이 깨끗한 손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신중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선의를 이해한 순간부터 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화의 길이 시작되었다. 서로의 진심이 담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사업 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또 다른 논점들이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19다. 이런 시국에 실내 공유 공간을 공유하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모임을 한다는 것은 공동주택 대표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입장에서는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너무 큰 모험이었다. 그 모험이 내 혼자만의 책임이라면 해볼 수 있겠지만, 참여하는 많은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 일이기에 사업의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주민 조직이 빛을 발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기 시작되었다. 공동주택의 안건을 제시하고 의결하는 일들을 수없이 해온 입주자대표회의 주민 조직은 조직화한 의결기구의 힘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안이 나오고 그 안에 공동의 뜻이 모였다. 입주자대표회의에 참가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와 같은 추진 동력은 오랜 시간 동안 주민 의견을 경청하면서 마을 주민 공동체가 바라는 방향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입주자대표의 생존 본능과도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협치 활동의 온전한 의미를 다 알지 못하지만, 이번 경우에 있어서 최소한의 성과는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원만하고 발전적인 소통 경로 형성, 행정과 주민협의체 사이의 협업 실행,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마을 주민의 참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발의된 안건에 주민이 참여할 문을 하나 만들었고, 그것이 무악동을 빛내줄 올해의 한마디 공모전이었다. 비록 사업 비용 집행 제한으로 인해서 주민 공모전은 단지마다 공모의 방식과 참여에 대한 보답의 과정이 모두 다른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도 마을 주민의 따뜻한 참여가 이어졌다. 내가 속한 무악현대의 경우 주민공모를 통해서 모인 귀중한 문구가 30건에 이르렀다. 아마도 다른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이 마을 활동의 기록을 위한 것이기에 주민 한분 한분이 보내주신 글을 이곳에 여과 없이 담아두려 한다. 그 글은 다음과 같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2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3 하얀 겨울 뒤에 새봄이 오는걸 아니까 기다릴께 04 밤 하늘이 유난히 반짝여 자꾸보니 너도 그렇네 05 올 해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 진짜 영웅이에요 06 초록빛 환한 봄이 희망과 함께 천천히 오고 있어요 07 당신 얼굴 떠오르니 찬바람 속에도 마음 따스하다 08 겨울 바람 속에 잠자는 봄 꽃 있어 이 겨울 아름답다 09 들리나요 봄의 목소리 그대를 향해 오고 있어요 10 삼백예순다섯번 새 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11 괜찮치 않아도 되요 그래도 당신 수고 많았어요 12 새하얀 입김은 당신의 숨결이 따뜻하다는 증거 13 내일도 모레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요❤ 14 날이 점점 추워졌어요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5 걷는 것은 두배로 웃는 것은 세배로 사랑은 무한정으로 16 코로나 한파에 힘드시죠. 우리 모두 사랑의 비타민을 나누세요 17 우리 가끔 하늘도 보고 뒤도보고옆도 보며 함께 걸어가요 18 마스크와 함께한 한 해 우리모두 고생하셨습니다 19 햇볕 달빛 별님 구름 고운 사랑 듬뿍 희망 가득 무악 20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모두 코로나 한번 이겨내봐요 21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22 코로나19 함께하면 극복 할수있습니다 23 탁 트인하늘 꿈꾸는 삶이 아름다워 24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더 빛난 우리 25 위기를 함께 넘는 모아재, 이공 겨울 지나 이일은 봄 26 가가호호 외로워 마셔요 우리가 함께 있잖아요 27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8 겁내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29 SINCE 1975 무악! 코로나도 끝날겁니다 30 코로나19 함께해서 극복하고 따뜻한 마음과 정을 나누는 이웃이 되어 보아요. 이렇게 모인 문구에서 5개를 선정해서 최종 결선 투표를 위한 후보로 준비해야 했다. 이 선정 과정이 선정의 책임을 맡은 대표자에게는 아마도 뼈를 깎는 것 같은 시간이었으리 짐작된다. 이웃 주민이 보내준 문안 하나하나가 귀하고 각자의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려운 선택의 시간을 거쳐 선정된 문안은 다음 다섯 가지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2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3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04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05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단지마다 문안을 모아서 결선 1차 투표가 진행되었다. 우선 각 단지에서 올라온 문안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01 포근한 빛이 시린 내 어깨 위를 감싸네 02 이 작은 불빛이 그대 눈과 마음을 밝혀주기를 03 함께해요. 무악에 쌓이는 첫눈 같은 사랑과 희망을 04 도심속의 정원, 인왕산자락의 여유로운 정취 05 꿈이 서린 인왕, 꿈에 그린 무악 06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07 오늘이 행복하길 내일도 모레도 그러하길 08 무악의 해달별 한데 모아 당신 마음에 담아드려요 09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10 미안합니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11 새 날에는 주민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길~ 12 성탄의 기쁨이 내내 당신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13 오늘의 준비는 내일을 빛내기 위한것 힘내세요 14 탁 트인 하늘, 꿈꾸는 삶이 아름다워라 15 배려와 격려로 토닥토닥 우린 서로 행복 비타민 16 따뜻한 한마디로 내미는 손길 따라 새 희망 싹튼다 17 오늘도 기쁜 날 오늘도 행복한 날 오늘도 건강한 날 18 낙엽 떨어져 바람 인줄 알았더니 쌓이는 情 이도다 이 문안 중에서 최종 결선을 위한 4개 문안을 선택했고, 그 과정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활동을 위해 단톡방 투표로 진행되었다. 최종 결선을 위해 선정된 4개 문안은 다음과 같다. 01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 (4 득표) 02 배려와 격려로 토닥토닥 우린 서로 행복 비타민 (4 득표) 03 당신이 함께 있어 감사한 지금 함께라서 빛난 우리 (3 득표) 04 오늘도 기쁜 날 오늘도 행복한 날 오늘도 건강한 날 (3 득표) 여기까지도 짧지 않은 과정이었고, 회의마다 기록의 역할을 담당한 입장으로는 회의가 아주 반갑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회의마다 즐거운 마음이었다. 참여하는 주민의 소중한 마음을 각 단지의 대표자들이 함께 신중하고 정중하게 상의하는 과정은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최종 문안 선정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누가 봐도 정당한 절차를 지키기 위해서 비대면이지만, 실시간 화상 회의를 이용하여 정하게 되었다. 회의 참석자마다 차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고, 투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뒤에 우리 마을을 위한 단 하나의 문장이 선정되었다. 그것이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당신’이다. 공동주택에서 입주자대표란 바람 부는 벌판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바람이 훈풍이건 매서운 겨울바람이건 관계없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마을이란 쉼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입주자 대표에게는 그런 쉼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보통의 주민과 다른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본래의 책임 이외의 활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참여하지 않으면 맞지 않아도 되는 바람을 원치 않게 마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이 따뜻한 미풍이면 괜찮지만, 매서운 찬바람이라면 어느 순간에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마음이다. 나는 그랬다. 이 글은 2020년 한마을에서 있었던 공동주택과 공동주택 사이의 협력 과정을 짧게나마 기록하는 글이라 관찰자로서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모두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낯선 과정들 앞에서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마을의 담장이 높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보았다. 첫 만남에서 의견 하나 내는 것에도 묵직한 기운이 감돌던 것과는 달리 회의라는 이름을 가진 소통의 기회가 늘어날 때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길도 넓어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부터 그러했기 때문이다. 높았던 담장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낮아지기 시작했고, 낮은 담장 사이에는 신뢰가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얻게 될 결과는 각자가 원하던 성과에 이를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궁금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우리는 이미 이번 사업이 그렸던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사업 실행의 결과물은 또 다른 사안이 되겠지만, 오늘 우리 마을이 경험한 협력과 소통의 길이 언젠가 마을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해야 할 날에 조금은 덜 힘들게 동행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을 확실히 얻었다. 글을 마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준 종로구 협치추진단와 주거 재생과에 감사하다. 이 두 조직이 원만히 협의가 안 되었다면 이 글을 쓸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실행 과정에서 서로의 선의를 믿고 나서준 무악현대아파트, 아이파크 1차, 아이파크 2차, 롯데 캐슬 입주자대표회의에 경의를 표한다. 그분들의 용기 있는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특별한 보상 없는 마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좋은 글을 보내주신 이웃분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웃의 동행이 없었다면 이 글은 조금은 쓸쓸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혀 쓸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2년 전 그날 우리는 함께하기 위한 작은 희망을 담아 같은 곳을 바라보았고, 그날 우리가 띄워 보냈던 소망은 따뜻한 미풍이 되어 마을에 불어왔다. 협치, 거버넌스, 민관 협력. 이 모든 말들은 결국 사람 사이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함께 하는 소망이 깊어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리라는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 작은 산책로가 되기 시작했다. 다음에 누군가 이 길을 걸어갈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한 안식이 되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의 짧은 여정을 이 글에 담아 전한다. 희망은 처음부터 놓여 있는 것이 아닌, 동행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소망하며. 2020년 겨울 종로구 무악동 채동균 덧글 - (단편) 캘리그라피 디자인 선정의 뒷 이야기 위와 같이 다양한 캘리그라피를 곽가 선생님이 준비해주셨고, 처음에는 실행그룹에서 선정할 생각을 했지만, 작품은 원 저작자가 의도와 해석을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서 작품을 준비해주신 작가님에게 선정을 의뢰했고 그것이 글 머리에 올린 디자인입니다. "무악동이 선택한 문장이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말인만큼 둥그스름하게 안아주는 느낌으로, 조금은 감정을 투박하게 꺼내는 느낌으로, 연결선이 부드러워 따뜻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글씨" 라는 의미에서 최종 작품을 선택해주셨고, 그 작품을 무악동 올해 문안의 옷으로 입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선정 과정에서 원 저작자의 의도와 선택에 따라 결정하게 된 이유에는, 보상없이 자원활동으로 참여해주신 캘리그라피 작가님에 대한 실행그룹의 존중하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 합의로 실행 방향을 정하고, 소중한 참여를 대함에 있어서는, 존중과 신뢰로 사안을 정하는 실행그룹의 모습에서 저도 새로운 무악동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20-12-25 (No.39)
우리동네 협치 이야기 #함께생각해보고싶은글 #오늘글은매우김... 제가 경험한 우리 동네 무악동은 참 특별한 동네입니다. 주민 생활은 주거지 형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인데, 무악동에는 (일반 주택형태도 소수 있습니다만) 4개의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마을을 구성하고 있고, 이 형태적 특징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동주택 준공은 해당 지역 마을공동체를 초기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을공동체, 커뮤니티란 오랜 시간 동안 교류를 기반으로 한 신뢰의 연결망입니다. 지역 개발을 통해서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고, 원주민이 마을을 떠나는 상황이 되면, 마을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변화의 시간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남아 있는 소수의 원주민은 더 강한 연대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커뮤니티라고 부르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마을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참여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성별, 연령대에 국한된 공동체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지양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공동체가 특정 성향과 이해관계로만 구성이 되면 그때부터는 공동체가 아닌 이익집단화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익집단은 공동체 활동을 쇠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을이 공유해야 할 권리를 독식하게 되는 것에 있습니다. 이익을 위해 새로운 이웃의 참여를 배척하고, 권한을 독점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2005년부터 우리 동네를 조용한 관찰자로 지켜보면서 얻은 저만의 결론입니다. 2016년 마을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흔히들 욕 받이로 사용되는 동대표라는 역할이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2년 동안 경험한 입장에서 입주자대표회의란 제 생각에 꽤 훌륭하게 조직된 주민자치기구입니다. 협력조직으로 관리 주체가 있고, 감독과 협업을 위한 지자체 전담부서가 있으며, 관련 법령(공동주택관리법)까지 마련된 기구입니다. 그와 동시에 입주자대표회의는 매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민조직입니다. 한 개 단지를 관리하는 관리 주체에 대한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상당히 큰 예산을 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2016년 8월 이후로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권한에 따른 무한한 책임의 무게가 더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그 힘은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마을에 있는 주민자치기구는 작은 사업으로 경험을 쌓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다 보니 시범사업 형태나 이웃 만들기 사업 같은 도입부의 활동만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다릅니다. 마치 아무 준비 없이 부모가 되듯이, 이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월 관리 감독과 결정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을 태생적으로 탁월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제가 보기에는 없습니다. 정말 부단한 노력과 섬세한 소통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정에는 늘 모자람이 보이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 역할입니다. 제가 사는 무악현대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964세대 3,200명 주민모임입니다. 같은 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시영아파트까지를 본다면 1,514 세대 주민 거주지입니다. 주민 숫자로 4,8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압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이유는 달성 불가능한 한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임무란 3,200명 주민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마을 활동은 다른 모든 활동이 그렇듯이 실현 불가능한 지향점을 향해서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천상 주민자치기구임이 맞아 보입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중요한 지향점이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년 동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대표로 1년, 감사로 1년을 보낸 뒤에 이 활동의 본질적인 역할을 이웃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기록물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밴드를 통해서 말씀드렸던 2018년도 기록물인 입주자대표회의 업무노트 입니다. 당시에 소량만 인쇄하고 PDF 원본을 공유하였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ORE9jKuelX4bGXo6AQFVXFqb3pEbXcyJ/view?usp=sharing (무악현대아파트_제11기_입주자대표회의_업무백서_완료_최종p.pdf) 이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10 소통업무 15 관리주체 및 관리비부과 20 음식물종량제처리기 장비도입 25 주차장 운영 개선 28 공용시설 조명개선 사업 30 상수도 긴급복구 32 공동체 활성화단체 34 주민공동시설 37 내부감사와 독립감사(외부감사) 39 경비원 처우 개선의 건 41 무악동 86번지 재생사업 45 승강기 메인 인버터 사기공급 사건 48 옹벽 정밀점검 53 건축물 정밀점검 55 각종 가입 보험에 대한 보고 58 조경관리 60 장기수선충당금 63 주택관리업자 등 외부용역업체 선정 66 재건축현장 불편조정(분쟁조정) 69 승강기교체 75 입주민 특별 기고문 78 자라는 것은 늙지 않는다 83 이 글은 공개된 판에서는 88쪽 분량입니다만, 제가 처음 작성할 당시에는 120쪽 분량으로 4개의 소단원이 더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제보를 통해서 확인된 사항, 승강기 인버터 사기 공급 사건 당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과 방송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었지만, 마을의 평안을 위해서 공개할 때 주민에게 돌아갈 실이익이 없다는 판단하에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이 당시 2018년에 이 글을 남겼던 또 다른 이유는 2년 동안 경험으로 이 일이 순수한 주민자치 활동의 영역이었고, 대부분이 자원 활동으로 자기 희생을 감수하면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이웃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일이 쉽지 않기에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해온 일과 미처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이어가는 분들이 기억해주시고 잘 마무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입니다. 위 내용 중 45쪽의 무악동 86번지 재생사업에 관해서도 글에서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 모든 것은 현재 행정적인 절차와 혜안을 가진 지자체 기관의 선택에 놓여 있습니다.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는 마무리하는 날까지 방치 부지의 재생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멋진 도시농장이 된다면 서울에서 마을 텃밭을 소유한 몇 안되는 즐거운 특징이 있는 공동주택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입주민의 것을 입주민에게 온전하고 공정하며 바른 방법으로 돌려드리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이전에 같은 입주민 입장에서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방치하고 포기하는 것이 쉬운 선택이나 저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희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몰랐지만, 결자해지의 법칙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결국은 그 다음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희망으로 남겼던 일을 관리 주체와 협력하여 3년 만에 실행으로 옮기고 지금의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가 되어서 우리 동네 마을공동체 활동의 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앞서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실천했던 주민자치 활동의 경험을 동력 삼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LH 공사 주관 마을공동체 사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는 지원조직과 관련 법령, 충분히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자체 예산을 확보한 매우 그럴듯한 주민자치기구입니다. 다만 그것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주민공동체의 본분을 지킬 수 있을 때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이 활동이 앞서 언급했던 소수 특정한 이익집단에 점령되면 가지고 있는 권한의 크기로 볼 때, 쉽게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2018년에 쓰고, 지웠던 4개 소단원에는 그에 관한 사실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관련해서 66,000,000원이라는 비용을 이전의 활동으로부터 환수조치를 했었기에 그 이상 얻을 실이익 없이 단죄를 위한 마을갈등에 불을 지르는 것이 무의미하다 생각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그 불길 속에 뛰어든 상태로 이제 막 시작된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열정을 마을공동체 활동을 일으키는데 온전히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아래는 그 당시 대검찰청에서 사건 수사 게시를 앞둔 시점에 제가 보냈던 사건 수사취하요청서 일부입니다. " 무악현대 과거사에 대한 추가적 수사를 원치 않고 수사 종결을 청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무악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채동균입니다. 다른 인사에 앞서 우선, 마을의 정의를 살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7개월의 시간동안 이곳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동주택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시기를 주민들이 청하였던 시간 이후에 이곳에는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었고, 저는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새로운 주민 공동체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오직 주민의 힘과 노력으로 공동주택에 새로운 작은도서관이 태어났고, 바로 얼마전인 11월 17일에는 정식 개관을 하였습니다. 작은도서관 이라는 새로운 주민 공유 공간이 조성된 이후로는 10년 넘는 동안 한번도 없었던 주민간의 작은 소모임들이 이어졌습니다. 함께 하는 이웃이 늘었고, 벼룩시장과 같은 행사도 이웃하는 주민들의 힘과 뜻을 모아서 외부의 도움 없이 즐거운 행사로 진행하였습니다. 무관심으로 그늘졌던 곳들이 주민의 참여와 관심으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함께 힘을 더해주는 더 많은 이웃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악현대아파트에는 도시농업공동체 모임, 마을행복공동체,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 주거환경개선사업단과 같은 주민 자발적인 소모임들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제 무악현대아파트라는 작은 공동주택은 주민이 함께 관찰자로서, 참여자로서 마을의 일을 함께 살피고, 공동주택의 작은 행정적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이웃의 가치를 이해하는 분들이 늘면서 이제 이곳에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더해주시는 분들도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중략) 저는 이곳에서 마을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작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이웃이 함께 만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꿈 같은 일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에 거주하면서 듣지 못했던 마을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벼룩시장 하는 날 들려왔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여러 이웃과 함께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마을공동체의 이웃과 함께 라면 미래의 부정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하는 신념을 공유하는 이웃 주민과 함께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마을의 행복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다른 무엇보다 진심을 헤아려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수많은 국가적 사안을 감당해야 하는 정부에서 이렇게 작은 마을의 일도 살피고 지키기 위해서 외면하지 않고 살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중략)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에서는 꼬마 주민들의 책 읽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내년 봄에는 구청의 지원과 함께 텃밭에 새로운 희망도 심고 가꾸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었고, 이제는 답을 찾고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갈 희망도 생겼습니다. 시민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마을을 지켜 나갈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더 이상의 수사를 원치 않음을 진심을 담아 말씀 드립니다. 이웃과 함께 이곳의 행복을 더 크게 키워 보겠습니다. 상기와 같은 사유로 수사 진행 종결을 요청 합니다. 2018년 12월 3일 작성 " 이 선택으로 정의로운 실행을 요구했던 분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봐도 선택에 후회가 없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저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처럼 다양한 권한과 실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태생적인 한계 또한 있습니다. 그 한계란 철저하게 해당 단지의 권리를 지키고, 시설의 유지보수와 '공유시설'에 한정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크게 보면 그 모든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해야 할 업무의 범주가 공동소유한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를 낳게 되는데, 주민 입장에서 보면 공유시설이지만, 공동주택이라는 단위로 보면 이는 모두 사유지입니다. 간단한 예로 공동주택 단지 내 도로는 일반적인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우리 동네 무악동에는 소통의 힘이 형성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행정에서 조직한 별도의 주민조직이 있지만, 서로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동주택에서 원활한 활동이 전개되려면 필연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승인과 승인을 근거로 한 관리 주체의 실행 협력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우리마을 4개 단지에 연결될 길을 만들 기회가 필요했고, 그때 주목한 것이 협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것도 2년 전의 일이 되었네요. 이웃과 함께 마을 의제를 발굴하는 전초전에 공동주택 논쟁거리를 제출했습니다. 그 시점에서는 공동주택마다 있는 공유시설을 서로 공유하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소통의 흐름을 일으킬 생각으로 안건을 제출했습니다만, 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하에서 사업의 형태는 크게 달라졌지만, 처음 안건을 제출한 그룹의 1인으로서 의견은 그래도 기쁘다는 것입니다. 글의 시작 부분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협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설치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번 우리마을 모든 주민에게 참여 기회를 나누고 공모했던 2020년 무악동이 선택한 문안 공모전도 같은 사업의 하나였습니다. 누구의 글이 선정되었는가보다, 그 과정이 모두와 공유할 수 있었고, 무악동 마을 전체가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에 대한 실행 요청이 행정에서 무악동으로 넘어온 것이 10월 초순입니다. 그 당시 생각하기에 실행 논의 시작이 여름만 되었어도 형태는 다르겠지만, 프로그램의 실행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입니다. 년 초에 계획된 사업이 10월이 되어서야 마을에서 논의 과정이 시작된 것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은 제가 언급할 부분은 아니고, 다만 10월에 처음 사업 실행을 논의할 때 저의 솔직한 마음은 이랬습니다. "이 사업이 실행까지 마무리 되면 그건 기적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사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무악동 4개 단지 모든 주민대표그룹이 참여하고 관리 주체가 실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만큼 동력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 그동안 우리 동네는 서로 다른 4개 단지가 한가지 의제를 가지고 함께 소통한 경험이 없습니다. 글 어딘가에서 말씀드렸던 공동주택이 형성되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과정은 마을 커뮤니티를 지키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이 없던 이유는 아주 분명했습니다. 우선 저부터도 업무노트 69쪽에서 언급한 마을 분쟁의 대표자로 활동하면서 2년 동안 분쟁조정자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다른 단지 사이의 높은 장벽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아님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우리마을 모든 단지가 참여하여 논의하고 실행하는 기적 같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협치 사업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혹은 행정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업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고 우려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협치냐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글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주민 공모로 선정된 올해 무악동의 문안의 현수막 디자인입니다. 전체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 세로로 첨부합니다. 이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주민공모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서 4번의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무악동 수십여 세대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일을 아끼는 캘리그라피 작가님은 순수 자원 활동으로 문안을 디자인하고, 현수막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이 사업의 행정 쪽에서 담당하신 분은 추운 날씨에도 마을을 오가며 소통의 길을 넓혀 주셨습니다. 무악동 단지마다 형태가 다르지만 드디어 불밝히고 있는 조명과 트리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라도 실행의 결과까지 이른다면 기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그 결과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의 의미와 가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과는 참여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입주자대표회의는 권한이 뚜렷하고 활동의 한계가 분명한 조직입니다. 마을의 다른 주민조직이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마을 안 각자의 공동소유한 사유지를 지키는 역할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마을의 4개 단지 주민을 추산하면 약 1만 명이 약간 안될 것 같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 인원으로 구성된 이번 협치 사업 실행그룹은 달리 말하면 1만 명의 이웃을 마주 보고 의제를 선택하고 사안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민조직의 협치 사업 실행과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주민조직보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무게를 견디고 실행그룹으로 참여한 단지별 위원님들에게 감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업무노트의 맺음말에 썼던 한 문장으로 긴 글의 문을 닫고자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언제나처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태하다는 핀잔 하나 받으면 되지만, 다섯가지 새로운 일을 하면 때로는 다섯 번 이상의 비난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일이 입주민을 위한 일이 되길 바라는 신념 하나로 바보처럼 견디면서. ” 끝으로, 2020년 무악동 협치 사업의 실행그룹으로 참여하며 보여주신 협의 정신에 감사드립니다. 종로구 무악동 무악현대아파트, 아이파크 1차, 아이파크 2차, 롯데 캐슬에서 입주자대표로서, 주민그룹으로 실행에 참여하여 협의 과정을 즐겁게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동네 협치 이야기 #함께생각해보고싶은글 #오늘글은매우김... 제가 경험한 우리 동네 무악동은 참 특별한 동네입니다. 주민 생활은 주거지 형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인데, 무악동에는 (일반 주택형태도 소수 있습니다만) 4개의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마을을 구성하고 있고, 이 형태적 특징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동주택 준공은 해당 지역 마을공동체를 초기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을공동체, 커뮤니티란 오랜 시간 동안 교류를 기반으로 한 신뢰의 연결망입니다. 지역 개발을 통해서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고, 원주민이 마을을 떠나는 상황이 되면, 마을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변화의 시간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남아 있는 소수의 원주민은 더 강한 연대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커뮤니티라고 부르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마을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참여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성별, 연령대에 국한된 공동체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지양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공동체가 특정 성향과 이해관계로만 구성이 되면 그때부터는 공동체가 아닌 이익집단화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익집단은 공동체 활동을 쇠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을이 공유해야 할 권리를 독식하게 되는 것에 있습니다. 이익을 위해 새로운 이웃의 참여를 배척하고, 권한을 독점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2005년부터 우리 동네를 조용한 관찰자로 지켜보면서 얻은 저만의 결론입니다. 2016년 마을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흔히들 욕 받이로 사용되는 동대표라는 역할이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2년 동안 경험한 입장에서 입주자대표회의란 제 생각에 꽤 훌륭하게 조직된 주민자치기구입니다. 협력조직으로 관리 주체가 있고, 감독과 협업을 위한 지자체 전담부서가 있으며, 관련 법령(공동주택관리법)까지 마련된 기구입니다. 그와 동시에 입주자대표회의는 매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민조직입니다. 한 개 단지를 관리하는 관리 주체에 대한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상당히 큰 예산을 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2016년 8월 이후로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권한에 따른 무한한 책임의 무게가 더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그 힘은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마을에 있는 주민자치기구는 작은 사업으로 경험을 쌓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다 보니 시범사업 형태나 이웃 만들기 사업 같은 도입부의 활동만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다릅니다. 마치 아무 준비 없이 부모가 되듯이, 이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월 관리 감독과 결정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을 태생적으로 탁월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제가 보기에는 없습니다. 정말 부단한 노력과 섬세한 소통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정에는 늘 모자람이 보이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 역할입니다. 제가 사는 무악현대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964세대 3,200명 주민모임입니다. 같은 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시영아파트까지를 본다면 1,514 세대 주민 거주지입니다. 주민 숫자로 4,8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압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이유는 달성 불가능한 한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임무란 3,200명 주민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마을 활동은 다른 모든 활동이 그렇듯이 실현 불가능한 지향점을 향해서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천상 주민자치기구임이 맞아 보입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중요한 지향점이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년 동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대표로 1년, 감사로 1년을 보낸 뒤에 이 활동의 본질적인 역할을 이웃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기록물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밴드를 통해서 말씀드렸던 2018년도 기록물인 입주자대표회의 업무노트 입니다. 당시에 소량만 인쇄하고 PDF 원본을 공유하였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ORE9jKuelX4bGXo6AQFVXFqb3pEbXcyJ/view?usp=sharing (무악현대아파트_제11기_입주자대표회의_업무백서_완료_최종p.pdf) 이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10 소통업무 15 관리주체 및 관리비부과 20 음식물종량제처리기 장비도입 25 주차장 운영 개선 28 공용시설 조명개선 사업 30 상수도 긴급복구 32 공동체 활성화단체 34 주민공동시설 37 내부감사와 독립감사(외부감사) 39 경비원 처우 개선의 건 41 무악동 86번지 재생사업 45 승강기 메인 인버터 사기공급 사건 48 옹벽 정밀점검 53 건축물 정밀점검 55 각종 가입 보험에 대한 보고 58 조경관리 60 장기수선충당금 63 주택관리업자 등 외부용역업체 선정 66 재건축현장 불편조정(분쟁조정) 69 승강기교체 75 입주민 특별 기고문 78 자라는 것은 늙지 않는다 83 이 글은 공개된 판에서는 88쪽 분량입니다만, 제가 처음 작성할 당시에는 120쪽 분량으로 4개의 소단원이 더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제보를 통해서 확인된 사항, 승강기 인버터 사기 공급 사건 당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과 방송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었지만, 마을의 평안을 위해서 공개할 때 주민에게 돌아갈 실이익이 없다는 판단하에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이 당시 2018년에 이 글을 남겼던 또 다른 이유는 2년 동안 경험으로 이 일이 순수한 주민자치 활동의 영역이었고, 대부분이 자원 활동으로 자기 희생을 감수하면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이웃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일이 쉽지 않기에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해온 일과 미처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이어가는 분들이 기억해주시고 잘 마무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입니다. 위 내용 중 45쪽의 무악동 86번지 재생사업에 관해서도 글에서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 모든 것은 현재 행정적인 절차와 혜안을 가진 지자체 기관의 선택에 놓여 있습니다.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는 마무리하는 날까지 방치 부지의 재생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멋진 도시농장이 된다면 서울에서 마을 텃밭을 소유한 몇 안되는 즐거운 특징이 있는 공동주택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입주민의 것을 입주민에게 온전하고 공정하며 바른 방법으로 돌려드리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이전에 같은 입주민 입장에서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방치하고 포기하는 것이 쉬운 선택이나 저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희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몰랐지만, 결자해지의 법칙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결국은 그 다음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희망으로 남겼던 일을 관리 주체와 협력하여 3년 만에 실행으로 옮기고 지금의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가 되어서 우리 동네 마을공동체 활동의 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앞서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실천했던 주민자치 활동의 경험을 동력 삼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LH 공사 주관 마을공동체 사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는 지원조직과 관련 법령, 충분히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자체 예산을 확보한 매우 그럴듯한 주민자치기구입니다. 다만 그것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주민공동체의 본분을 지킬 수 있을 때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이 활동이 앞서 언급했던 소수 특정한 이익집단에 점령되면 가지고 있는 권한의 크기로 볼 때, 쉽게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2018년에 쓰고, 지웠던 4개 소단원에는 그에 관한 사실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관련해서 66,000,000원이라는 비용을 이전의 활동으로부터 환수조치를 했었기에 그 이상 얻을 실이익 없이 단죄를 위한 마을갈등에 불을 지르는 것이 무의미하다 생각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그 불길 속에 뛰어든 상태로 이제 막 시작된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열정을 마을공동체 활동을 일으키는데 온전히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아래는 그 당시 대검찰청에서 사건 수사 게시를 앞둔 시점에 제가 보냈던 사건 수사취하요청서 일부입니다. " 무악현대 과거사에 대한 추가적 수사를 원치 않고 수사 종결을 청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무악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채동균입니다. 다른 인사에 앞서 우선, 마을의 정의를 살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7개월의 시간동안 이곳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동주택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시기를 주민들이 청하였던 시간 이후에 이곳에는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었고, 저는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새로운 주민 공동체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오직 주민의 힘과 노력으로 공동주택에 새로운 작은도서관이 태어났고, 바로 얼마전인 11월 17일에는 정식 개관을 하였습니다. 작은도서관 이라는 새로운 주민 공유 공간이 조성된 이후로는 10년 넘는 동안 한번도 없었던 주민간의 작은 소모임들이 이어졌습니다. 함께 하는 이웃이 늘었고, 벼룩시장과 같은 행사도 이웃하는 주민들의 힘과 뜻을 모아서 외부의 도움 없이 즐거운 행사로 진행하였습니다. 무관심으로 그늘졌던 곳들이 주민의 참여와 관심으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함께 힘을 더해주는 더 많은 이웃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악현대아파트에는 도시농업공동체 모임, 마을행복공동체,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 주거환경개선사업단과 같은 주민 자발적인 소모임들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제 무악현대아파트라는 작은 공동주택은 주민이 함께 관찰자로서, 참여자로서 마을의 일을 함께 살피고, 공동주택의 작은 행정적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이웃의 가치를 이해하는 분들이 늘면서 이제 이곳에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더해주시는 분들도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중략) 저는 이곳에서 마을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작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이웃이 함께 만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꿈 같은 일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에 거주하면서 듣지 못했던 마을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벼룩시장 하는 날 들려왔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여러 이웃과 함께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마을공동체의 이웃과 함께 라면 미래의 부정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하는 신념을 공유하는 이웃 주민과 함께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마을의 행복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다른 무엇보다 진심을 헤아려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수많은 국가적 사안을 감당해야 하는 정부에서 이렇게 작은 마을의 일도 살피고 지키기 위해서 외면하지 않고 살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중략)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에서는 꼬마 주민들의 책 읽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내년 봄에는 구청의 지원과 함께 텃밭에 새로운 희망도 심고 가꾸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었고, 이제는 답을 찾고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갈 희망도 생겼습니다. 시민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마을을 지켜 나갈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더 이상의 수사를 원치 않음을 진심을 담아 말씀 드립니다. 이웃과 함께 이곳의 행복을 더 크게 키워 보겠습니다. 상기와 같은 사유로 수사 진행 종결을 요청 합니다. 2018년 12월 3일 작성 " 이 선택으로 정의로운 실행을 요구했던 분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봐도 선택에 후회가 없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저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처럼 다양한 권한과 실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태생적인 한계 또한 있습니다. 그 한계란 철저하게 해당 단지의 권리를 지키고, 시설의 유지보수와 '공유시설'에 한정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크게 보면 그 모든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해야 할 업무의 범주가 공동소유한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를 낳게 되는데, 주민 입장에서 보면 공유시설이지만, 공동주택이라는 단위로 보면 이는 모두 사유지입니다. 간단한 예로 공동주택 단지 내 도로는 일반적인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우리 동네 무악동에는 소통의 힘이 형성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행정에서 조직한 별도의 주민조직이 있지만, 서로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동주택에서 원활한 활동이 전개되려면 필연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승인과 승인을 근거로 한 관리 주체의 실행 협력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우리마을 4개 단지에 연결될 길을 만들 기회가 필요했고, 그때 주목한 것이 협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것도 2년 전의 일이 되었네요. 이웃과 함께 마을 의제를 발굴하는 전초전에 공동주택 논쟁거리를 제출했습니다. 그 시점에서는 공동주택마다 있는 공유시설을 서로 공유하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소통의 흐름을 일으킬 생각으로 안건을 제출했습니다만, 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하에서 사업의 형태는 크게 달라졌지만, 처음 안건을 제출한 그룹의 1인으로서 의견은 그래도 기쁘다는 것입니다. 글의 시작 부분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협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설치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번 우리마을 모든 주민에게 참여 기회를 나누고 공모했던 2020년 무악동이 선택한 문안 공모전도 같은 사업의 하나였습니다. 누구의 글이 선정되었는가보다, 그 과정이 모두와 공유할 수 있었고, 무악동 마을 전체가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에 대한 실행 요청이 행정에서 무악동으로 넘어온 것이 10월 초순입니다. 그 당시 생각하기에 실행 논의 시작이 여름만 되었어도 형태는 다르겠지만, 프로그램의 실행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입니다. 년 초에 계획된 사업이 10월이 되어서야 마을에서 논의 과정이 시작된 것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은 제가 언급할 부분은 아니고, 다만 10월에 처음 사업 실행을 논의할 때 저의 솔직한 마음은 이랬습니다. "이 사업이 실행까지 마무리 되면 그건 기적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사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무악동 4개 단지 모든 주민대표그룹이 참여하고 관리 주체가 실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만큼 동력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 그동안 우리 동네는 서로 다른 4개 단지가 한가지 의제를 가지고 함께 소통한 경험이 없습니다. 글 어딘가에서 말씀드렸던 공동주택이 형성되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과정은 마을 커뮤니티를 지키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이 없던 이유는 아주 분명했습니다. 우선 저부터도 업무노트 69쪽에서 언급한 마을 분쟁의 대표자로 활동하면서 2년 동안 분쟁조정자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다른 단지 사이의 높은 장벽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아님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우리마을 모든 단지가 참여하여 논의하고 실행하는 기적 같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협치 사업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혹은 행정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업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고 우려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협치냐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글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주민 공모로 선정된 올해 무악동의 문안의 현수막 디자인입니다. 전체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 세로로 첨부합니다. 이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주민공모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서 4번의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무악동 수십여 세대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일을 아끼는 캘리그라피 작가님은 순수 자원 활동으로 문안을 디자인하고, 현수막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이 사업의 행정 쪽에서 담당하신 분은 추운 날씨에도 마을을 오가며 소통의 길을 넓혀 주셨습니다. 무악동 단지마다 형태가 다르지만 드디어 불밝히고 있는 조명과 트리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라도 실행의 결과까지 이른다면 기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그 결과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의 의미와 가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과는 참여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입주자대표회의는 권한이 뚜렷하고 활동의 한계가 분명한 조직입니다. 마을의 다른 주민조직이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마을 안 각자의 공동소유한 사유지를 지키는 역할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마을의 4개 단지 주민을 추산하면 약 1만 명이 약간 안될 것 같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 인원으로 구성된 이번 협치 사업 실행그룹은 달리 말하면 1만 명의 이웃을 마주 보고 의제를 선택하고 사안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민조직의 협치 사업 실행과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주민조직보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무게를 견디고 실행그룹으로 참여한 단지별 위원님들에게 감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업무노트의 맺음말에 썼던 한 문장으로 긴 글의 문을 닫고자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언제나처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태하다는 핀잔 하나 받으면 되지만, 다섯가지 새로운 일을 하면 때로는 다섯 번 이상의 비난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일이 입주민을 위한 일이 되길 바라는 신념 하나로 바보처럼 견디면서. ” 끝으로, 2020년 무악동 협치 사업의 실행그룹으로 참여하며 보여주신 협의 정신에 감사드립니다. 종로구 무악동 무악현대아파트, 아이파크 1차, 아이파크 2차, 롯데 캐슬에서 입주자대표로서, 주민그룹으로 실행에 참여하여 협의 과정을 즐겁게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12-25 (No.38)
서울특별시의회 30초영화제 - 대상수상! https://youtu.be/LpO-awkujbo?t=6024 (화제 시상식 녹화영상. 처음부터 플레이되는 분은 영상 1:40:25 부근에 수상 소식이 있습니다) *** 서울시에는 조금은 특별한 영화제가 있습니다. 바로 29초 영화제인데요, 올해는 1초를 더 주었는지 30초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영화제라는 것은 전문인 영역이라서 참여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이어주는 서울시 조례'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상을 제출하면서도 마을공동체나 관련 조례에 관해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하였습니다. 영상의 주제는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이라고 정하고 참여를 했습니다. 영상은 30초 영화제라 아주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정확히 담기는 어려웠고, 시작부터 2020년 현재까지 4년간 이야기를 몇장의 사진으로 전하려고 노력 하였습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행정 지원 없이는 시작하기 어려운 공동체였습니다. 주민이 함께 모인다는 것의 의미도 잘 모르고, 마을공동체라는 용어도 생소한 사람들이 모여서, 분쟁이 쌓여 있는 공유지를 주민의 힘만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저는 그렇게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습니다.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 입주자대표회의(공동주택 주민자치기구) 적극적인 협력과 관리주체의 실무적인 참여, 그리고 주민공동체가 조성된 이후에 종로구청 도시농업팀의 현실적인 조언과 도움으로 지금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된 주민공동체가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라는 기반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영상 자체가 한나절 동안 몇 분의 공동체 회원 인터뷰와 30분만의 편집으로 완성하여 제출 한 것이라서, 수상의 성과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마을의 공동체 활동이 시작된 과정의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서 다음에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상금이 있다는 것도 수상 뒤 온라인 생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 짧은 영상임에도 수많은 회원분들이 선의로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영상의 제작은 한두시간 밖에 안 걸렸지만, 이야기 속에 담은 것은 우리 마을 공동체 활동 4년 동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마도 영화제 심사과정에서는 그런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상식은 온라인 실황으로 중계되었습니다. 출품한 시민들에게는 줌 화상회의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시상식 시작과 그 이후에도 수상자가 누구인지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저는 시상식 보면서 앞서 수상하신 다른 분들이 워낙 말씀을 잘 하셔서, 그래도 사전에 수상자들에게는 안내가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욕실에서 머리 감다가 대상 발표하는 소리 듣고 제가 대상 수상자인 것을 알고는 황급히 나와서 머리 말리고 인터뷰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시상식 영상보면 제가 입고 있는 옷이 거의 속옷 수준이에요. 😂 저는 마음을 울리는 글이 보이면 하나씩 모아 두었다가 맘이 어지러울때 꺼내보곤 하는데요, 유난히 이 글은 자주 꺼내보곤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글은 마을공동체 활동 그 자체와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생계를 위한 일보다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참여하는 일이 더 치열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들로 가까운 분과 어긋나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마음 아픈 날도 있고, 혹여나 다시 만나게 될까 그 길 위에 멈춰서 차마 두려워 뒤 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던 날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하리라 생각했던 동료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되는 날마다 험한 길을 혼자 걷는 외로움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지치고 힘들때 조금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날 내 옆에서 함께 손 잡아주는 감사한 이웃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조금 빨리 가서 길 앞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조언해 주시기도 하고, 다른 이는 갈림길에서 주저하는 저에게 용기 낼 수 있는 한마디로 힘을 더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올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쉬엄쉬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참 험한 한해였지만, 그 덕분에 안될 때는 잠시 내려 놓는 것도 방법이라는 작은 지혜도 얻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성과의 목표보다, 누가와 함께 가느냐가 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이런 인사를 드릴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올 한해 직장에서, 마을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자신만의 마음터에서, 일상의 고민과 시대의 무거운 힘든 짐을 안고 걸어 오신 이웃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지구별 여행자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렇게 일상이 뜻한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는 날에 너무 막막해지면, 여행중에 그럴수도 있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였습니다. 단 한번 제대로 놀기 위해서 온 지구별에서 2020년 한 해는 참 막막한 날들이 많았어요. 언젠가 평범한 일상이 돌아와서 오늘의 근심을 지난 추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연말 인사를 드리기는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내일은 또 기회가 없을지 모르니, 감히 먼저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영화제에 출품했던 영상과 관련 기사들 - 부끄럽지만 올려둡니다🌼 https://youtu.be/w2e-A6jVzkM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0121481781 "조례 덕분에 찍은 영상…상금도 공동체 위해 쓸 것"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0121479841 주민 갈등 치유, 학교 밖 청소년 배려…"조례로 시민의 삶 지켜요" http://beyond.29sfilm.com/17CDP/bbs/board.php?bo_table=29sfilm_notice&wr_id=786 29초영화제 수상 공고문
서울특별시의회 30초영화제 - 대상수상! https://youtu.be/LpO-awkujbo?t=6024 (화제 시상식 녹화영상. 처음부터 플레이되는 분은 영상 1:40:25 부근에 수상 소식이 있습니다) *** 서울시에는 조금은 특별한 영화제가 있습니다. 바로 29초 영화제인데요, 올해는 1초를 더 주었는지 30초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영화제라는 것은 전문인 영역이라서 참여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이어주는 서울시 조례'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상을 제출하면서도 마을공동체나 관련 조례에 관해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하였습니다. 영상의 주제는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이라고 정하고 참여를 했습니다. 영상은 30초 영화제라 아주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정확히 담기는 어려웠고, 시작부터 2020년 현재까지 4년간 이야기를 몇장의 사진으로 전하려고 노력 하였습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행정 지원 없이는 시작하기 어려운 공동체였습니다. 주민이 함께 모인다는 것의 의미도 잘 모르고, 마을공동체라는 용어도 생소한 사람들이 모여서, 분쟁이 쌓여 있는 공유지를 주민의 힘만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저는 그렇게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습니다.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 입주자대표회의(공동주택 주민자치기구) 적극적인 협력과 관리주체의 실무적인 참여, 그리고 주민공동체가 조성된 이후에 종로구청 도시농업팀의 현실적인 조언과 도움으로 지금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된 주민공동체가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라는 기반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영상 자체가 한나절 동안 몇 분의 공동체 회원 인터뷰와 30분만의 편집으로 완성하여 제출 한 것이라서, 수상의 성과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마을의 공동체 활동이 시작된 과정의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서 다음에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상금이 있다는 것도 수상 뒤 온라인 생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 짧은 영상임에도 수많은 회원분들이 선의로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영상의 제작은 한두시간 밖에 안 걸렸지만, 이야기 속에 담은 것은 우리 마을 공동체 활동 4년 동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마도 영화제 심사과정에서는 그런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상식은 온라인 실황으로 중계되었습니다. 출품한 시민들에게는 줌 화상회의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시상식 시작과 그 이후에도 수상자가 누구인지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저는 시상식 보면서 앞서 수상하신 다른 분들이 워낙 말씀을 잘 하셔서, 그래도 사전에 수상자들에게는 안내가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욕실에서 머리 감다가 대상 발표하는 소리 듣고 제가 대상 수상자인 것을 알고는 황급히 나와서 머리 말리고 인터뷰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시상식 영상보면 제가 입고 있는 옷이 거의 속옷 수준이에요. 😂 저는 마음을 울리는 글이 보이면 하나씩 모아 두었다가 맘이 어지러울때 꺼내보곤 하는데요, 유난히 이 글은 자주 꺼내보곤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글은 마을공동체 활동 그 자체와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생계를 위한 일보다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참여하는 일이 더 치열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들로 가까운 분과 어긋나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마음 아픈 날도 있고, 혹여나 다시 만나게 될까 그 길 위에 멈춰서 차마 두려워 뒤 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던 날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하리라 생각했던 동료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되는 날마다 험한 길을 혼자 걷는 외로움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지치고 힘들때 조금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날 내 옆에서 함께 손 잡아주는 감사한 이웃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조금 빨리 가서 길 앞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조언해 주시기도 하고, 다른 이는 갈림길에서 주저하는 저에게 용기 낼 수 있는 한마디로 힘을 더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올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쉬엄쉬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참 험한 한해였지만, 그 덕분에 안될 때는 잠시 내려 놓는 것도 방법이라는 작은 지혜도 얻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성과의 목표보다, 누가와 함께 가느냐가 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이런 인사를 드릴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올 한해 직장에서, 마을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자신만의 마음터에서, 일상의 고민과 시대의 무거운 힘든 짐을 안고 걸어 오신 이웃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지구별 여행자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렇게 일상이 뜻한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는 날에 너무 막막해지면, 여행중에 그럴수도 있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였습니다. 단 한번 제대로 놀기 위해서 온 지구별에서 2020년 한 해는 참 막막한 날들이 많았어요. 언젠가 평범한 일상이 돌아와서 오늘의 근심을 지난 추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연말 인사를 드리기는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내일은 또 기회가 없을지 모르니, 감히 먼저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영화제에 출품했던 영상과 관련 기사들 - 부끄럽지만 올려둡니다🌼 https://youtu.be/w2e-A6jVzkM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0121481781 "조례 덕분에 찍은 영상…상금도 공동체 위해 쓸 것"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0121479841 주민 갈등 치유, 학교 밖 청소년 배려…"조례로 시민의 삶 지켜요" http://beyond.29sfilm.com/17CDP/bbs/board.php?bo_table=29sfilm_notice&wr_id=786 29초영화제 수상 공고문
2020-12-25 (No.37)
겨울햇살, 그 따스함에 관하여 무악동에는 예년과 조금 다른 불빛이 마을에 피어났습니다. 힘든 2020년을 보낸 우리를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희망의 문구를 함께 고민하고, 희망을 꽃피우는 심정으로 밝힌 작은 불빛이 피어 오르기까지의 짧은 여정을 이웃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영상으로 담아 보았어요. 🍀 영상은 부족함이 많지만, 배경음은 시즌에 어울리는 곡(Christmas Homecoming - Aaron Kenny)이라, 여건이 되시면 이어폰으로 배경음악과 함께 영상을 감상해주세요. 🌼 https://youtu.be/S2j_KPGyo5g (겨울햇살, 그 따스함에 관하여 : 2020년 무악동 공동주택이 함께 한 동행에 관한 짧은 이야기) 겨울밤, 오가는 길 어디선가 반짝이는 불빛마다 담긴 소중한 마음이 전해지길 희망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겨울햇살, 그 따스함에 관하여 무악동에는 예년과 조금 다른 불빛이 마을에 피어났습니다. 힘든 2020년을 보낸 우리를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희망의 문구를 함께 고민하고, 희망을 꽃피우는 심정으로 밝힌 작은 불빛이 피어 오르기까지의 짧은 여정을 이웃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영상으로 담아 보았어요. 🍀 영상은 부족함이 많지만, 배경음은 시즌에 어울리는 곡(Christmas Homecoming - Aaron Kenny)이라, 여건이 되시면 이어폰으로 배경음악과 함께 영상을 감상해주세요. 🌼 https://youtu.be/S2j_KPGyo5g (겨울햇살, 그 따스함에 관하여 : 2020년 무악동 공동주택이 함께 한 동행에 관한 짧은 이야기) 겨울밤, 오가는 길 어디선가 반짝이는 불빛마다 담긴 소중한 마음이 전해지길 희망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2020-10-09 (No.36)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는 비대면 종합처방전 – 종로구 무악현대아파트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무악현대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 활동을 실현해가는 꿈 많은 964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입니다. 2016년부터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준비한 공동체활성화단체가 2019년에 결실을 보아서,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 <책수다>, 550㎡의 텃밭과 공동체공유정원을 가꾸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온라인 활동을 통한 관리주체와 입주민의 소통창구 <무악행복톡톡>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민모임이 결성되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에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면서 연말에는 조촐하지만, 함께 행복한 송년 모임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 활동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날벼락 같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에 처음 공동주택에서 공동체 활성화단체를 시작하면서 2020년에는 활짝 피어날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며 단꿈을 꾸었는데, 함께 모일 수 없는 날이 와버린 것입니다. 일상의 잠시 멈춤으로, 영원히 이전의 생활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에 생각이 까맣게 타서 마음속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행복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는 무악현대아파트의 분투기이자 생존기입니다. 100여 명의 이웃이 생각과 지혜를 모아서 이겨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드리려 합니다. 1편 -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 이야기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는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무악현대아파트에 정식 등록된 공동체 활성화단체로 독서 활동과 논제 문을 활용한 평생학습 동아리를 지향하는 건설적인 자생단체입니다. 지난해에도 수십 회의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함께 단단한 공동체가 되었고, 독서토론을 통해서 마음치유라는 삶의 질 향상을 경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2019년 봄에 의기투합하여 가벼운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하면서, 서로 지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가자는 의미에서 ‘느슨한’ 주민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희한하다’라는 수식어가 더해진 이유는, 서로 왕래가 전혀 없던 주민 십여 명이 어느 날 독서모임이 시작되니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모여보자는 소문만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라 저마다 시작도 참 희한하다는 뜻으로 이름에 더해졌습니다. 함께 모여 즐거운 공동체 활성화단체가 비대면의 시대를 마주하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날이 깊어져 가다가 누군가 비대면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을 내고 그때부터 작은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수다는 우선 채팅방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둘러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비대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에서 익숙한 몇 가지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수다 독서모임에서는 논제 문을 이용한 토론이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에 각자 순번을 정해서 논제 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된 논제 문은 전자 우편과 SNS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받았고, 모임 날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을 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할 방법을 찾는 다른 공동체를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대화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체 대화방의 음성 대화 기능을 이용하였습니다.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 사용하는 대화방에 있는 단체통화 버튼만 누르면 쉽게 함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면 갈증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선택이 있고, 대부분 도구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ZOOM이나 WEBEX, 그리고 구글 MEET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방법이 정말 쉽기 때문입니다. 이 도구들은 앱만 설치하면 컴퓨터가 없어도 괜찮고,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수다의 비대면 활동을 요약해본다면, 단체 대화방을 통한 의사소통, 그룹 호출 기능을 활용한 독서토론, 그리고 온라인 화상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얼굴 보면서 대화하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2편 –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앞서 <책수다>의 활동과 달리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참여 세대가 많고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약 33세대 100여 명의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에 맞는 비대면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화방을 이용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은 예도 있는 공동체에서 비대면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전통적인 비대면 서비스인 서신 교환이었습니다. 물론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는 이웃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참여가 쉽지 않은 이웃과는 서면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소통에 참여하는 이웃은 오랜만에 우편함을 지날 때 기다려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청구서와 고지서, 광고물만 들어 있던 우편함에 이웃의 소식이 들어 있는 날이 늘어가면서 우편함에 작은 편지가 들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도 독서모임 책수다에서 실행해본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서 행복원예 수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공동체활성화단체가 함께 소통하면서 먼저 경험한 효과적인 비대면 서비스에 관한 정보 교류를 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 준비한 행복원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이 시기에 참여하는 주민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수업에 참여한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한 사진입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찾아옵니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서비스라는 완성된 기술만으로 비대면 공동체 활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다름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기다려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익숙하고 능숙하게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도 있습니다. 비대면일지라도 동행하는 이웃의 느린 발걸음도 이해와 배려로 기다려주는 마음이 혜윰뜰의 비대면 행복원예수업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결국, 공동체활성화단체의 진정한 힘은 소통과 배려라는 것이 대면이건 아니건 도구와 방법과 관계없이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편 –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의 활성화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역시 2019년에 정식 승인된 공동체활성화단체입니다. 밴드 리더와 자원 활동으로 참여하는 이웃들이 매일 아침을 여는 좋은 글과 단지 내 소식을 전하는 안내 창구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무단침입한 이 시기에는 온라인 활동이라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행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 게시판에 공지한 내용을 밴드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지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입주민의 피드백과 민원도 접수하여서 내용을 정리해서 관리주체 (무악현대아파트에서는 생활지원센터라고 부릅니다)에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면, 답변을 정리해서 다시 밴드에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여러 번 방문할 필요 없이 민원 사항의 해결될 수 있어서 비대면의 톡톡한 효과를 무악행복톡톡을 통해서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입주자등의 의결이 필요한 내용은 어렵지만, 간혹 주민 설문을 시행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기 위한 주민 의견을 모을 때도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에 기본 제공되는 설문 기능이나, 구글 설문지 기능을 연계해서 밴드에 공지하고, 설문에 참여하는 주민을 통해서 주된 방향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가 없었다면 설문지를 세대마다 방문해서 돌려야 했을 것입니다.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사례는 공동체활성화단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관리주체가 서로 조화롭게 코로나19 시대의 문제를 이겨내는 활동이 되고 있고,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밴드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 이외의 입주민 이용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밴드에서는 최근에 실시간 동영상 실황도 가능해서, 관리주체에서 추첨 이벤트를 하거나, 공동체활성화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실황으로 중계도 가능해서 대규모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주민이 투명하게 행사의 진행을 관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마무리 편 – 다 함께 부르는 노래 비대면으로 소통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있어도,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애초에 무악현대아파트에서 이웃 간 소통의 길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도구가 좋아도 비대면으로 참여를 활성화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에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해온 시간의 깊이가 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비대면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 좋은 것은 한 개의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함께 교류하는 흐름이 이 시대에 더욱더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모임에서 처음 시도했던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의 독서토론이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는 앞서 소개해 드린 행복원예 수업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혜윰뜰의 행복원예 수업의 비대면 성공에 대한 입소문은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애초에 온라인 기반 활동인 무악행복톡톡 밴드는 무악현대아파트 내의 공동체활성화단체 사이 소통의 창구 기능,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활동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면서 비대면에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름 그대로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범해 있습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표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우울감을 나타내는 용어까지 등장했을까요. 그렇지만 무악현대아파트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활성화단체,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는 해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해법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할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해법임을 기억하며 소통의 길을 주민공동체를 통해서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이 되어, 조용히 울려 퍼지는 하모니가 무악현대아파트의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지혜가 되어 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는 비대면 종합처방전 – 종로구 무악현대아파트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무악현대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 활동을 실현해가는 꿈 많은 964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입니다. 2016년부터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준비한 공동체활성화단체가 2019년에 결실을 보아서, 희한하고 느슨한 독서모임 <책수다>, 550㎡의 텃밭과 공동체공유정원을 가꾸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온라인 활동을 통한 관리주체와 입주민의 소통창구 <무악행복톡톡>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민모임이 결성되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에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면서 연말에는 조촐하지만, 함께 행복한 송년 모임까지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 활동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날벼락 같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에 처음 공동주택에서 공동체 활성화단체를 시작하면서 2020년에는 활짝 피어날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며 단꿈을 꾸었는데, 함께 모일 수 없는 날이 와버린 것입니다. 일상의 잠시 멈춤으로, 영원히 이전의 생활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에 생각이 까맣게 타서 마음속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행복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고 있는 무악현대아파트의 분투기이자 생존기입니다. 100여 명의 이웃이 생각과 지혜를 모아서 이겨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드리려 합니다. 1편 -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 이야기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는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무악현대아파트에 정식 등록된 공동체 활성화단체로 독서 활동과 논제 문을 활용한 평생학습 동아리를 지향하는 건설적인 자생단체입니다. 지난해에도 수십 회의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함께 단단한 공동체가 되었고, 독서토론을 통해서 마음치유라는 삶의 질 향상을 경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2019년 봄에 의기투합하여 가벼운 책 읽기 모임으로 시작하면서, 서로 지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가자는 의미에서 ‘느슨한’ 주민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희한하다’라는 수식어가 더해진 이유는, 서로 왕래가 전혀 없던 주민 십여 명이 어느 날 독서모임이 시작되니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모여보자는 소문만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라 저마다 시작도 참 희한하다는 뜻으로 이름에 더해졌습니다. 함께 모여 즐거운 공동체 활성화단체가 비대면의 시대를 마주하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날이 깊어져 가다가 누군가 비대면 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을 내고 그때부터 작은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수다는 우선 채팅방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둘러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비대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에서 익숙한 몇 가지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수다 독서모임에서는 논제 문을 이용한 토론이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에 각자 순번을 정해서 논제 문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된 논제 문은 전자 우편과 SNS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받았고, 모임 날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을 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할 방법을 찾는 다른 공동체를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대화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체 대화방의 음성 대화 기능을 이용하였습니다.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 사용하는 대화방에 있는 단체통화 버튼만 누르면 쉽게 함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면 갈증이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선택이 있고, 대부분 도구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ZOOM이나 WEBEX, 그리고 구글 MEET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방법이 정말 쉽기 때문입니다. 이 도구들은 앱만 설치하면 컴퓨터가 없어도 괜찮고,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수다의 비대면 활동을 요약해본다면, 단체 대화방을 통한 의사소통, 그룹 호출 기능을 활용한 독서토론, 그리고 온라인 화상회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얼굴 보면서 대화하기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2편 –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이야기 앞서 <책수다>의 활동과 달리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경우에는 참여 세대가 많고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약 33세대 100여 명의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에 맞는 비대면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는 대화방을 이용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도 편하지 않은 예도 있는 공동체에서 비대면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전통적인 비대면 서비스인 서신 교환이었습니다. 물론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는 이웃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소통을 이어가면서 참여가 쉽지 않은 이웃과는 서면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소통에 참여하는 이웃은 오랜만에 우편함을 지날 때 기다려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청구서와 고지서, 광고물만 들어 있던 우편함에 이웃의 소식이 들어 있는 날이 늘어가면서 우편함에 작은 편지가 들어 있으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도 독서모임 책수다에서 실행해본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서 행복원예 수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공동체활성화단체가 함께 소통하면서 먼저 경험한 효과적인 비대면 서비스에 관한 정보 교류를 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 준비한 행복원예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이 시기에 참여하는 주민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수업에 참여한 각자의 결과물을 공유한 사진입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찾아옵니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서비스라는 완성된 기술만으로 비대면 공동체 활동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다름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기다려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익숙하고 능숙하게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도 있습니다. 비대면일지라도 동행하는 이웃의 느린 발걸음도 이해와 배려로 기다려주는 마음이 혜윰뜰의 비대면 행복원예수업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결국, 공동체활성화단체의 진정한 힘은 소통과 배려라는 것이 대면이건 아니건 도구와 방법과 관계없이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편 –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의 활성화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역시 2019년에 정식 승인된 공동체활성화단체입니다. 밴드 리더와 자원 활동으로 참여하는 이웃들이 매일 아침을 여는 좋은 글과 단지 내 소식을 전하는 안내 창구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무단침입한 이 시기에는 온라인 활동이라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행하고 있는 것은, 단지 내 게시판에 공지한 내용을 밴드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지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입주민의 피드백과 민원도 접수하여서 내용을 정리해서 관리주체 (무악현대아파트에서는 생활지원센터라고 부릅니다)에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면, 답변을 정리해서 다시 밴드에 안내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여러 번 방문할 필요 없이 민원 사항의 해결될 수 있어서 비대면의 톡톡한 효과를 무악행복톡톡을 통해서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입주자등의 의결이 필요한 내용은 어렵지만, 간혹 주민 설문을 시행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기 위한 주민 의견을 모을 때도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에 기본 제공되는 설문 기능이나, 구글 설문지 기능을 연계해서 밴드에 공지하고, 설문에 참여하는 주민을 통해서 주된 방향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악행복톡톡 온라인 밴드가 없었다면 설문지를 세대마다 방문해서 돌려야 했을 것입니다. 무악현대아파트의 무악행복톡톡 사례는 공동체활성화단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관리주체가 서로 조화롭게 코로나19 시대의 문제를 이겨내는 활동이 되고 있고,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밴드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 이외의 입주민 이용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밴드에서는 최근에 실시간 동영상 실황도 가능해서, 관리주체에서 추첨 이벤트를 하거나, 공동체활성화단체의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실황으로 중계도 가능해서 대규모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주민이 투명하게 행사의 진행을 관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마무리 편 – 다 함께 부르는 노래 비대면으로 소통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있어도,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애초에 무악현대아파트에서 이웃 간 소통의 길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도구가 좋아도 비대면으로 참여를 활성화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에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해온 시간의 깊이가 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비대면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 좋은 것은 한 개의 공동체활성화단체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함께 교류하는 흐름이 이 시대에 더욱더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의 모임에서 처음 시도했던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의 독서토론이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에서는 앞서 소개해 드린 행복원예 수업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혜윰뜰의 행복원예 수업의 비대면 성공에 대한 입소문은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애초에 온라인 기반 활동인 무악행복톡톡 밴드는 무악현대아파트 내의 공동체활성화단체 사이 소통의 창구 기능,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활동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면서 비대면에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을 이름 그대로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범해 있습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표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우울감을 나타내는 용어까지 등장했을까요. 그렇지만 무악현대아파트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활성화단체,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는 해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해법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할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해법임을 기억하며 소통의 길을 주민공동체를 통해서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이 되어, 조용히 울려 퍼지는 하모니가 무악현대아파트의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지혜가 되어 줄 것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2020-06-28 (No.35)
(추신) <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기> 저 스스로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다보니, 지난 시간 동안 이웃과 힘들고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어느날인가는 민원 전화를 하루동안 9시간 내내 받으면서 이제 그만 전화를 내려 놓고 싶다 생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이에게 험한 말을 듣고 상처 받아서 함께 걷기를 저 스스로 포기한 날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저는 그냥 들어드리기만 하면 되는 일도 저만의 주장과 관점으로 이웃을 불편하게 한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2017년도에는 주변 단지의 재건축과 관련된 주민 분쟁 협의체 대표를 하면서 양쪽 모두의 입주민 분들에게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분쟁을 만들어서 불편하게 한다는 말씀과, 능력있는 사람이 대표였으면 보상을 충분히 받았을 것이라는 말씀들에 마음 아팠습니다. 아마도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느날은 무슨 이유에선지 저를 알아본 어느 이름 모를 어르신분께서 길가는 중에 제 뺨을 때리고 가셔서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까지 사는 동네에서 감수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여러날 되묻기도 하였습니다. 승강기 교체를 하던 기간에는 관리주체 혼자 민원을 감당하는 것이 마음 아파서 함께 민원을 대했지만, 일방적인 주장과 냉소와 비난과 의심의 말들을 쏟아내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아팠습니다. 아마 그 당시 같이 의지했던 분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승강기 교체 한 것이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승강기를 탈 때마다 그 시기의 일들이 떠올라 기쁘지 않아요. 재도장 공사, 어린이 놀이터 보수나 최근에 실시한 차량 입출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면 새로운 분쟁과 민원을 만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어두운 마음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 옵니다. 그래서 4년 동안 다른 분들이 수고했다고 칭찬하시는 일들 사이에 행복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쌓이는 비난을 고개 숙이고 바라보다가 어느날인가 우연히 혜윰뜰 도서관을 찾아 갔는데 이웃분들이 모여서 무언가 만들며 정담을 나누고 계시더군요. 방해가 될까싶어 인사만 드리고 나왔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날은 처음으로 참 행복했습니다. 그 뒤로 독서모임과 도시농업공동체가 생기고 주민공동체 활동으로 마을탐방을 하면서 이웃을 사람대 사람으로 만날 기회가 늘어갔습니다. 이웃을 사람으로 만나면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웃분들이 서로 함께 하며 작은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민원을 듣고 살아도, 가끔 찾아오는 독서모임에 가서 책 이야기에 빠져, 때로는 환상의 모험으로, 깊은 대자연 속의 서사 속을 이웃과 함께 거닐다보면 쌓여 있는 무거움이 날아감을 느꼈습니다. 도시농업공동체의 소중함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시작까지의 과정은 혹독했지만 그곳에서 함께 하며 이웃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행복합니다. 어떻게든 이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는 작은 소명의식도 어느 순간부터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지난 뒤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이웃과 이웃이 만나서 동행이 되고, 그 길이 함께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깊고 넓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참 행복하고 보람이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연히 만나서 시작된 이 인연이 작은 기적과 같은 행복으로 오랫동안 번져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지난 시간 동안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소중한 인연이 되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고달픈 삶의 길에 그 모든 만남이 저에게는 선물이었습니다. 그 만남 하나 하나가 제 삶을 지탱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희망에서 시작된 길이 언젠가 바다로 이르기를 소망하며,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기> 저 스스로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다보니, 지난 시간 동안 이웃과 힘들고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어느날인가는 민원 전화를 하루동안 9시간 내내 받으면서 이제 그만 전화를 내려 놓고 싶다 생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이에게 험한 말을 듣고 상처 받아서 함께 걷기를 저 스스로 포기한 날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저는 그냥 들어드리기만 하면 되는 일도 저만의 주장과 관점으로 이웃을 불편하게 한 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2017년도에는 주변 단지의 재건축과 관련된 주민 분쟁 협의체 대표를 하면서 양쪽 모두의 입주민 분들에게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분쟁을 만들어서 불편하게 한다는 말씀과, 능력있는 사람이 대표였으면 보상을 충분히 받았을 것이라는 말씀들에 마음 아팠습니다. 아마도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느날은 무슨 이유에선지 저를 알아본 어느 이름 모를 어르신분께서 길가는 중에 제 뺨을 때리고 가셔서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까지 사는 동네에서 감수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여러날 되묻기도 하였습니다. 승강기 교체를 하던 기간에는 관리주체 혼자 민원을 감당하는 것이 마음 아파서 함께 민원을 대했지만, 일방적인 주장과 냉소와 비난과 의심의 말들을 쏟아내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아팠습니다. 아마 그 당시 같이 의지했던 분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승강기 교체 한 것이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승강기를 탈 때마다 그 시기의 일들이 떠올라 기쁘지 않아요. 재도장 공사, 어린이 놀이터 보수나 최근에 실시한 차량 입출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면 새로운 분쟁과 민원을 만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어두운 마음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 옵니다. 그래서 4년 동안 다른 분들이 수고했다고 칭찬하시는 일들 사이에 행복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쌓이는 비난을 고개 숙이고 바라보다가 어느날인가 우연히 혜윰뜰 도서관을 찾아 갔는데 이웃분들이 모여서 무언가 만들며 정담을 나누고 계시더군요. 방해가 될까싶어 인사만 드리고 나왔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날은 처음으로 참 행복했습니다. 그 뒤로 독서모임과 도시농업공동체가 생기고 주민공동체 활동으로 마을탐방을 하면서 이웃을 사람대 사람으로 만날 기회가 늘어갔습니다. 이웃을 사람으로 만나면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웃분들이 서로 함께 하며 작은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민원을 듣고 살아도, 가끔 찾아오는 독서모임에 가서 책 이야기에 빠져, 때로는 환상의 모험으로, 깊은 대자연 속의 서사 속을 이웃과 함께 거닐다보면 쌓여 있는 무거움이 날아감을 느꼈습니다. 도시농업공동체의 소중함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시작까지의 과정은 혹독했지만 그곳에서 함께 하며 이웃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행복합니다. 어떻게든 이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는 작은 소명의식도 어느 순간부터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지난 뒤 생각해보면, 저에게는 이웃과 이웃이 만나서 동행이 되고, 그 길이 함께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깊고 넓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참 행복하고 보람이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연히 만나서 시작된 이 인연이 작은 기적과 같은 행복으로 오랫동안 번져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지난 시간 동안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소중한 인연이 되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고달픈 삶의 길에 그 모든 만남이 저에게는 선물이었습니다. 그 만남 하나 하나가 제 삶을 지탱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희망에서 시작된 길이 언젠가 바다로 이르기를 소망하며,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2020-06-20 (No.34)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이제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기를' 입주민 댁내 평안을 기원합니다. 무악현대아파트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입니다. 본래 떠나는 이는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을 합니다. 시작할 때 그렇게 요란스럽게 인사 드렸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지막 업무 기안서를 작성하고 안건을 정리하다 보니,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남은 일들이 많음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업무를 위한 권한을 대행한 자로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을 두고, 인사도 없이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예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치는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2016년 7월 처음 입주자대표회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정신 없이 지내고 보니 벌써 4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람되지만 잠시 다른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는 작가 중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좋아합니다. 그의 작품을 잘 모르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말 중에서 저를 사로잡았던 표현이 있기 때문입니다. 릴케는 사후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마치 강물에 흘려 쓴 이름처럼 그렇게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라고 말했다 합니다. 30년전 지도교수님에게 들은 말이라 정확한 것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그 표현이 저의 일생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난 4년의 시간동안 저는 릴케의 표현을 벗삼아 일했습니다. 생업을 안고서 공동주택의 마을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 활동을 함께 한다는 것이, 턱없이 소양이 부족한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지만, 시시각각 주어지는 과제 앞에서도 불평하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실수가 있더라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당장의 실수가 있어도, 그 일도 언젠가는 강물에 흘려 쓴 일처럼 천천히 잊혀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실수 앞에서도 덜 좌절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중요한 과제와 무거운 업무 앞에서도 되도록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고자 노력했던 이유는, 주어지는 짐의 무게에만 지나치게 연연하다 보면, 그 일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목표인데, 현실적 부담감에 그러한 가치를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시작하고 감당하다 보니, 결국 주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분들 모두에게 때마다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였지만, 감사한 마음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4년 동안 여러가지 사안마다 조용한 응원으로 힘을 더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룬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이 목표에 이를 수 없었음을 알기에, 함께 이룬 일들이 더욱 소중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저의 마음에는 항상 소중하고 감사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처음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을 얻던 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자원활동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을 통해서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주어진 기회에 비해서, 스스로 성장할 노력을 못하였기에, 마을 선배님에게 부족한 모습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모습이라도 그것이 저의 최선이고 진심이었기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 업무를 4년 동안 하면서 한가지 확실히 이해한 것이 있다면, 시간은 언젠가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그런 의미라 생각합니다. 계획해서 실행한 일 보다, 뜻하지 않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시간의 힘에 의지했던 과정들이 저에게는 더 뜻 깊게 남았습니다. 제가 감히 주민공동체라는 큰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과제 앞에서 저보다 더 힘내서 주민공동체의 탄생과 성장을 위해 희생해 주신 이웃 덕분에 우리는 분명히 이전보다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스스로의 역할을 자임하여 무악현대아파트 주민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 활동 성장에 삶을 더해주신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의 길을 찾지 못할 때 공동체 공유 공간을 위해, 혜윰뜰 작은도서관의 복원부터 시작해보자는 말씀을 주신 활동가 선생님, 당신의 말 한마디를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그 첫 시작이 얼마나 큰 변화의 첫 걸음이었는지를 이제서야 조금 느낍니다. 혜윰뜰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된 작은 길이 독서모임으로, 도시농업공동체로 이어지면서 우리 단지의 주민자치를 위한 새로운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각각의 주민공동체에서 새로운 자원활동가분들이 또 다른 힘과 지혜를 더해주고 있기에 그동안의 희생적 자원활동에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지난 4년동안 심사숙고하기보다 성급한 행동이 앞설 때마다 옆에서 진지하게 조언해주신 감사님과,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문적 식견과 경륜으로, 사안마다 깊이 있는 해법을 제시해주신 대표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기간 동안 리더 역할의 자리에 저 아닌 다른 분이 계셨다면, 분명 덜 고생스러운 과정이 되었을 것임을 잘 알기에, 그동안 어려움과 저의 부덕함을 감내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지하게 역할을 감당해주신 대표님들께 존경을 담아 지금까지의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금 우리 사이에서 새싹처럼 자라기 시작한 주민공동체 활동을 푸르게 가꾸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물길이 제대로 흘러갈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날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 길이 조금씩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주민공동체를 위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소중한 참여를 이어가는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인사보다는,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의 날들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지나고 보니 감사한 마음만 남습니다. 그 외 나머지 일들은 마치 흐르는 강물에 흘려 쓴 일처럼 그렇게 보내면 그 뿐입니다. 감히 청해보건데, 그간 저의 부족함과 부덕함으로 불편 드린 지난 일들에 대해 이해와 관용을 구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이웃에게 평안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2020년 6월 씀.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이제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기를' 입주민 댁내 평안을 기원합니다. 무악현대아파트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입니다. 본래 떠나는 이는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을 합니다. 시작할 때 그렇게 요란스럽게 인사 드렸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지막 업무 기안서를 작성하고 안건을 정리하다 보니,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남은 일들이 많음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업무를 위한 권한을 대행한 자로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을 두고, 인사도 없이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예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치는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2016년 7월 처음 입주자대표회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정신 없이 지내고 보니 벌써 4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람되지만 잠시 다른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는 작가 중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좋아합니다. 그의 작품을 잘 모르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말 중에서 저를 사로잡았던 표현이 있기 때문입니다. 릴케는 사후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마치 강물에 흘려 쓴 이름처럼 그렇게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라고 말했다 합니다. 30년전 지도교수님에게 들은 말이라 정확한 것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그 표현이 저의 일생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난 4년의 시간동안 저는 릴케의 표현을 벗삼아 일했습니다. 생업을 안고서 공동주택의 마을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 활동을 함께 한다는 것이, 턱없이 소양이 부족한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지만, 시시각각 주어지는 과제 앞에서도 불평하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실수가 있더라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당장의 실수가 있어도, 그 일도 언젠가는 강물에 흘려 쓴 일처럼 천천히 잊혀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실수 앞에서도 덜 좌절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중요한 과제와 무거운 업무 앞에서도 되도록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고자 노력했던 이유는, 주어지는 짐의 무게에만 지나치게 연연하다 보면, 그 일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목표인데, 현실적 부담감에 그러한 가치를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시작하고 감당하다 보니, 결국 주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분들 모두에게 때마다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였지만, 감사한 마음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4년 동안 여러가지 사안마다 조용한 응원으로 힘을 더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룬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이 목표에 이를 수 없었음을 알기에, 함께 이룬 일들이 더욱 소중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저의 마음에는 항상 소중하고 감사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처음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을 얻던 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자원활동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을 통해서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주어진 기회에 비해서, 스스로 성장할 노력을 못하였기에, 마을 선배님에게 부족한 모습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모습이라도 그것이 저의 최선이고 진심이었기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 업무를 4년 동안 하면서 한가지 확실히 이해한 것이 있다면, 시간은 언젠가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그런 의미라 생각합니다. 계획해서 실행한 일 보다, 뜻하지 않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시간의 힘에 의지했던 과정들이 저에게는 더 뜻 깊게 남았습니다. 제가 감히 주민공동체라는 큰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과제 앞에서 저보다 더 힘내서 주민공동체의 탄생과 성장을 위해 희생해 주신 이웃 덕분에 우리는 분명히 이전보다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스스로의 역할을 자임하여 무악현대아파트 주민공동체 활동과 주민자치 활동 성장에 삶을 더해주신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의 길을 찾지 못할 때 공동체 공유 공간을 위해, 혜윰뜰 작은도서관의 복원부터 시작해보자는 말씀을 주신 활동가 선생님, 당신의 말 한마디를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그 첫 시작이 얼마나 큰 변화의 첫 걸음이었는지를 이제서야 조금 느낍니다. 혜윰뜰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된 작은 길이 독서모임으로, 도시농업공동체로 이어지면서 우리 단지의 주민자치를 위한 새로운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각각의 주민공동체에서 새로운 자원활동가분들이 또 다른 힘과 지혜를 더해주고 있기에 그동안의 희생적 자원활동에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지난 4년동안 심사숙고하기보다 성급한 행동이 앞설 때마다 옆에서 진지하게 조언해주신 감사님과,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문적 식견과 경륜으로, 사안마다 깊이 있는 해법을 제시해주신 대표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기간 동안 리더 역할의 자리에 저 아닌 다른 분이 계셨다면, 분명 덜 고생스러운 과정이 되었을 것임을 잘 알기에, 그동안 어려움과 저의 부덕함을 감내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지하게 역할을 감당해주신 대표님들께 존경을 담아 지금까지의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금 우리 사이에서 새싹처럼 자라기 시작한 주민공동체 활동을 푸르게 가꾸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물길이 제대로 흘러갈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날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 길이 조금씩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주민공동체를 위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소중한 참여를 이어가는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인사보다는,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의 날들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지나고 보니 감사한 마음만 남습니다. 그 외 나머지 일들은 마치 흐르는 강물에 흘려 쓴 일처럼 그렇게 보내면 그 뿐입니다. 감히 청해보건데, 그간 저의 부족함과 부덕함으로 불편 드린 지난 일들에 대해 이해와 관용을 구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이웃에게 평안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2020년 6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