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바람의노래

STAY HUNGRY, STAY FOOLISH

Who can say where the road goes
Where the day flows
Only time

여행자의 메모장

'당신의 바다 - a poem' 기름때와 땀방울이 범벅된 화구 앞 이마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타지 않게 마음 쏟아 담은 작은 찬거리들. 가파른 언덕길, 좁은 골목을 누비며 등짐 가득 옮겨 실은 온기 한 그릇. ...
당신의 바다 - a poem

기름때와 땀방울이 범벅된 화구 앞
이마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타지 않게 마음 쏟아 담은 작은 찬거리들.

가파른 언덕길, 좁은 골목을 누비며
등짐 가득 옮겨 실은 온기 한 그릇.
가쁜 숨 끝에 흔들리던 무력한 질문은
다정한 주름 앞에 고요히 묵념이 되었다.

"김할매라 불러라" 아이처럼 웃으시던 집,
젊은 날 푸른 제주 바다를 등지고
사랑 하나 마음에 품고 육지로 온 깊은 생애.

벽 한구석, 빛바랜 고무 잠수복 사진 속엔
드센 파도를 배경으로 아련히 웃는 청춘이 있고,
렌즈 너머 당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남편의 눈빛이
오랜 세월을 건너 여전히 찰랑이고 있었다.

수십 번을 들어 다 외워버린 옛이야기를
마음의 서랍에서 다시 차곡차곡 꺼내어놓던 시간.
도시락을 정성껏 담아내듯
그 마음의 자리를 다정히 지키던 나날들.

"언젠가 바다에 다시 가고 싶다"던 나직한 소망,
끝내 이뤄주지 못한 채 떠나보낸 손끝의 약속에도
대답하던 내 눈빛 속 진심을 할머니는 아셨을까.

이제는 육지의 고단한 숨을 가만히 벗어두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푸른 윤슬 속으로.

빛바랜 사진 속 그 눈부신 날처럼
다시 만난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당신의 아름다운 바다에서 영원히 평안하시기를.
'당신의 바다 (리마스터)' 잠시, 흐트러진 사물들의 자리를 정돈하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고요히 과거의 한 시절을 회상해본다. 정리수납전문가로 살아가기 시작하며 타인의 밀려난 시간과 마음을 매만지는 요즘, 때 ...
당신의 바다 (리마스터)

잠시, 흐트러진 사물들의 자리를 정돈하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고요히 과거의 한 시절을 회상해본다. 정리수납전문가로 살아가기 시작하며 타인의 밀려난 시간과 마음을 매만지는 요즘, 때때로 오래전 마음 깊은 곳에 켜켜이 쌓아둔 온기가 떠오르곤 한다. 예전에는 종종 음식을 나누고 도시락을 싸서 이웃에게 전달하는 봉사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아는 후배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다.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서 준비한 반찬을 그릇에 담고 필요한 분들에게 제때 보내드릴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요리까지는 몰라도 반찬을 용기에 담는 정도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흔쾌히 도우러 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가벼웠던 판단이 순전한 실수였는지, 아니면 어떤 필연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어떤 거역할 수 없는 다정한 이끌림이었는지 알 수 없다.

막상 찾아간 그곳은 단순히 ‘반찬을 담는 일만’ 하면 되는 여유로운 자리가 아니었다. 어떤 재료는 여전히 손질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한쪽 화구의 볶음 요리는 이제 막 간을 맞추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주방은 성인 몇 명이 서기에도 무척 좁았고 그릇마저 부족했던 탓에, 한쪽에서는 쌓여 있는 설거지를 밀어내며 조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완성된 음식을 옮겨 담아 식기를 기다린 후 김이 빠지기를 바라며 하나씩 포장해야 하는 막막한 과제가 놓여 있었다. 그날, 파도치는 아득한 바닷가에 홀로 서서 망망대해 끝을 넘어 막막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다행히 반찬 하나하나, 국 한 그릇마다 정성스레 적힌 요리법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어서, 낯선 손길들이나마 차근차근 손발을 맞춰가며 조리를 시작했다.

냉방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조리실의 열기 속에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혹여나 반찬에 떨어질까 두려웠다. 마치 어느 요릿집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마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뜨거운 화구 앞에 서서 진미채를 볶기를 반복했다. 진미채는 양념이 조금만 방심해도 쉽게 타버리는 반찬이었기에 초보인 나로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해낼 방도가 없었다. 진미채 양념이 타지 않도록 조금씩 양을 덜어내어 조심스레 볶아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무심하게 훌쩍 지나갔고, 나 같은 초보의 손 하나가 더 보태진 것으로는 쌓인 일이 도무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경험이 부족하고 서툰 나와는 달리, 함께한 다른 이들은 마치 초인처럼 숙련된 솜씨로 맡은 일들을 차근차근 해치워준 덕분에 적당한 시간에 가까스로 조리를 마칠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각자의 지갑을 털어 정성껏 준비한 밥과 반찬이었기에 그 양이 풍족할 리가 없었다. 반찬 한 가닥, 양념 한 점이라도 흘려 못 쓰게 된다면 누군가의 도시락에는 쓸쓸한 빈자리가 생겨버릴 터였다. 그렇기에 찬을 하나하나 덜어 용기에 담는 손길은 분주함 속에서도 더없이 신중하고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 주방에서 그저 설거지나 돕거나 라면 정도를 끓여내고는 거창한 요리사라도 된 양 의기양양해했던 것이 내 요리 경험의 전부였기에, 그날 그 조리실에서 맛본 주방 일의 뜨거움과 치열함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볶음을 마치고 완성된 반찬 그릇의 뚜껑을 모두 닫은 뒤에야 비로소 가쁜 정신이 돌아왔다. 신고 있던 주방 장화 속에는 땀과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몸도 마음도 온통 흠뻑 젖어 있었다. 불 앞에서 칼을 들고 서 있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물러서자 거센 피로감이 밀물처럼 덮쳐왔다. 그저 잠시 주방에 서서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몸은 단축 마라톤을 온 힘으로 뛰어낸 누군가의 다른 몸처럼 무겁고 찌뿌둥했다.

그러나 쉴 틈은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어르신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빠짐없이 배달해 드려야 하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는 차로 한 번에 이동했지만, 골목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는 일은 오롯이 두 다리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길과 오르막길을, 묵직한 도시락을 담은 등짐을 지고 올라가야 했다. 한 사람은 도시락을 나르고 한 사람은 등짐을 메고 올라가는 구조였기에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짊어질 몫이 결코 적지 않았다. 정확한 무게를 가늠할 수도 없었지만, 한 시간여 동안 배달을 마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뜻대로 지탱해주지 못해 잠시 길가에 서서 숨을 고르고 쉬어야 할 정도였다.

숨 막히는 조리실에서 땀에 절여지던 매 순간마다, 그리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며 가쁜 호흡을 내쉬던 중간중간, 내 안에서 잠시 혼란스러운 의념이 고개를 들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평생을 이렇게 도와드릴 수도 없을 텐데, 고작 이 한 끼를 드리는 것이 과연 이분들의 삶에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그런 회의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생각이 들자마자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해져서 머릿속에서 재빨리 그 마음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이다. 공간을 정돈하듯, 스스로의 비겁한 마음을 서둘러 비워내고자 했다.

배달 일을 모두 마치고 언덕을 내려오는데, 후배가 잠시 들를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나는 먼저 가보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문득 아까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끝나면 꼭 들러요”라고 누군가 따뜻하게 건네신 말씀에, 정신이 쏙 빠져 있던 나는 마음에도 없는 건성 대답을 건넸는데, 후배가 그 말을 잊지 않고 들었던 모양이었다. 비록 얼떨결에 한 대답이었을지라도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그 지친 몸을 이끌고 약속을 지키려 그 집을 찾아갔다. 그렇게 만난 분이 바로 ‘감나무 집 할머니’, 당신 스스로를 ‘김할매’라고 부르라던 어르신이었다. 김 할머니도 아니고 김할매라니, 내 나이의 두 배도 넘는 분을 그리 친근하다 못해 허물없이 부르는 것이 처음엔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김할매’라고 부를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 거부감을 흔쾌히 내려놓았다. 그래서 글에서도 당신의 생전 부탁대로 김할매라고 부르고자 한다.

김할매는 젊은 시절 오랫동안 제주 바다를 누비던 해녀였다고 하셨다. 그러다 육지에서 만난 남편분에게 첫눈에 반해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를 떠났고, 객지 생활을 시작한 지 이미 셀 수 없는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그러나 김할매가 그 푸른 바다를 버리고 선택했던 남편분은 정작 너무나 일찍 당신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나중에 이웃을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김할매가 몸이 아파 누웠을 때 남편분이 병간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막일을 나가셨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셨다고 했다. 그 가슴 아픈 사연을 차마 당신께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기에, 소문으로 전해 들은 정도로만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김할매의 작은 방 벽면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한가운데 걸려 있었다. 고무 잠수복을 입은 김할매의 아주 오래전 젊은 날 모습이었다. 원래 흑백사진이었는지 아니면 오랜 세월에 색이 바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법 파도가 드세게 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김할매의 싱그러운 청춘이 담겨 있었다. 그날따라 파도가 유난히 높아서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다 마쳤다가, 당신을 너무나 걱정하는 사랑하는 이 때문에 결국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 대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던 날이라고 하셨다. 그 사연을 듣고 사진을 다시 가만히 바라보자, 사진 속에는 비록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김할매의 따스한 표정 속에서 렌즈 너머 사랑하는 남편을 마주 보고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김할매는 그 빛바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 렌즈 너머에서 자신을 담아주던 남편의 다정한 모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후배가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도시락을 준비하는 날이면 자연스레 조리실을 찾아 함께했다. 조리실에 대한 첫 기억은 텁텁한 공기, 더운 열기, 온갖 반찬 냄새가 어지럽게 뒤섞인 혼란스러움과 늘 시간에 쫓기는 부산스러움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소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반찬을 용기에 정성껏 담는 순간마다 김할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환하게 맞이하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그 속에서 빛나던 눈동자의 따뜻한 환대 덕분이었다. 김할매의 방에 걸린 사진을 바라보며, 이미 수십 번을 들어 다 외우다시피 한 옛이야기를 다시 들을 때마다, 일찍 떠난 남편을 그토록 아련하고 행복하게 추억하는 김할매의 곁을 지키는 시간이 내게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소중했다.

그 따뜻했던 도시락 나눔은 다음 해 김할매가 조용히 소천하실 때까지 이어졌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어느 날, 당신의 삶에 남은 시간을 직감하셨는지 김할매는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 푸른 바닷가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노라고. 나는 꼭 그리해 드리겠다고, 바다 구경을 시켜드리겠노라 단단히 대답했었지만, 결국 그 약속을 끝내 지켜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할매 역시 알고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대답하던 내 눈빛과 손길 속에 담겨 있던 진심을 말이다.

김할매는 결국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찾아가셨을까. 그곳에서 빛바랜 사진 속 그 싱그러웠던 시절로 돌아가, 수십 년 동안 오롯이 그리워하던 남편분과 다시 만나셨다면 좋겠다. 당신의 그 눈부시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이제는 아픔 없이 항상 행복하시기를, 고요한 이 아침에 마음 모아 조용히 소망해 본다.
'오늘이라는 정직한 시간으로 채워내는 아름다운 공간' 오랫동안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루는 세상 속에서 살아왔다. IT 기업에서 기획을 하고 개발을 조율하며, 복잡한 시스템의 뼈대를 세우는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안 내 세계는 ...
오늘이라는 정직한 시간으로 채워내는 아름다운 공간

오랫동안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루는 세상 속에서 살아왔다. IT 기업에서 기획을 하고 개발을 조율하며, 복잡한 시스템의 뼈대를 세우는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안 내 세계는 언제나 모니터의 차가운 불빛 속에만 존재했다. 이어진 몇 곳의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을 지원하고 경영의 기틀을 닦는 일들을 맡았다. 인사와 노무, 총무를 아우르고 정부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계획서를 쓰던 나날들이었다.

그것은 대개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손을 뻗는 일이었다. 당장 지키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거창한 약속을 문서 위에 새겨야 했고, 언제가 될지도 모를 미래의 결과를 무작정 예상하고 약속해야만 했다. 화려한 숫자와 단어들로 채워진 보고서들을 들여다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기묘한 허공이 자라나곤 했다. 내가 딛고 선 자리가 과연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늘 보이지 않는 신기루 위를 위태롭게 서성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최근, 어떤 이끌림처럼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사흘간의 현장 실습을 마쳤다. 그 짧고도 강렬했던 시간은 내가 평생 몸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지극히 정직하고 눈부신 새로운 세상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정리수납이라는 일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거쳐온 그 어떤 일보다도 말할 수 없이 정직했다. 정부지원사업이나 과제를 수행할 때는 먼 미래의 성과를 담보로 실현 가능성이 흐릿한 약속들을 쏟아내야 했지만, 이 일은 오직 오늘이라는 정직한 시간만을 요구한다. 오늘 아침 고객과 약속한 일, 혹은 내 집을 정리하며 스스로와 맺은 약속은 날이 저물기 전에 고스란히 눈앞의 결과로 증명된다. 거기에는 어떤 과장도, 속임수도, 지키지 못할 유예된 약속도 끼어들 틈이 없다.

내가 땀 흘려 손을 움직인 만큼, 멈추어 있던 공간이 서서히 숨을 쉬기 시작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경이로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매 순간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 고심하여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허공에 흩어져 있던 내 삶의 파편들을 하나씩 단단한 땅 위로 내려놓는 듯한 안도감을 주었다. 일 한 만큼 정직하게 돌려주는 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오랜 시간 갈구해왔던 일의 묵직한 온기와 보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실습 과정에서 마주한 정리수납의 첫 단계는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었다. 깊숙한 서랍과 닫힌 옷장 속,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사물들이 방 한가운데로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단순히 물건의 무더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지나온 삶과 흔적들이 날것 그대로 펼쳐지는 순간과 같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분류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공간을 확보하고, 그 확보된 공간에 물건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정밀하게 정하여 수납의 방법을 조율한다.

그 과정에서 집주인조차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소중한 물건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기도 하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더이상 아무런 용도가 없어진 채 짐이 되어버린 것들이 담담히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버릴 것은 용기 있게 배출하고, 남겨둘 것은 쓰임새에 맞게 분류하여 새로운 자리를 찾아준다. 이 정교하고 섬세한 손길을 거치고 나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마음 디딜 틈 없던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정하고 고요한 제 모습을 되찾는다.

그것은 단순히 방을 깨끗하게 치우는 육체적인 노동을 넘어, 누군가의 흐트러진 공간을 새로이 재생시키는 일이었고, 무너진 희망을 회복시켜주는 일이었으며, 마음의 상처를 부드럽게 치유해주는 성스러운 의식에 가까웠다. 사물들이 통제력을 잃고 엉켜 있는 공간은, 대개 그곳에 사는 사람의 마음 역시 깊은 상처나 무기력으로 웅크리고 있음을 대변하곤 한다. 스스로를 돌볼 여력을 잃어버린 채 흐트러진 방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리수납은 그들의 짓밟힌 일상과 무너진 희망을 다시금 회복시켜주는 고요한 구원의 손길이 된다.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새로이 재생시키는 과정은, 그 공간의 주인에게 당신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게 정돈될 수 있다는 무언의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며 나는 보았다.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마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무겁고 서늘한 공기가 서서히 따스하고 다정한 온기로 변해가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환해진 방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가에 어린 잔잔한 안도감을 마주할 때, 이 일이 누군가의 마음에 깊숙이 가닿아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깃든 공간을 정성껏 매만지는 동안,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을 향해 가만히 가닿았다. 가파르게 변하는 IT 세상 속에서, 또 치열하게 생존해야 했던 스타트업의 한복판에서, 나 역시 내 마음의 서랍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 안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해묵은 불안과, 이미 용도를 다해 진즉 버렸어야 마땅한 과거의 기억들, 그리고 지키지 못해 마음에 먼지처럼 쌓인 약속들이 옷장 속 물건들처럼 엉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들을 전부 꺼내어 분류하듯, 내 마음속에 고여 있는 것들도 가끔은 모조리 꺼내놓아야 할 때가 필요한 법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온전히 수납할 것은 수납하고, 더 이상 나를 자라나게 하지 못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을 비워내고 정돈하는 일 역시, 사흘 동안 몸으로 배웠던 수납의 정직한 법칙과 완벽하게 닮아 있었다.

사흘간의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가슴속에는 서두르지 않는 잔잔한 온기가 가득 차올랐다. 내 손으로 직접 누군가의 공간을 재생시키고, 그 안에서 상처 입은 마음들이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은 내 삶의 지표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모니터 너머의 불확실한 미래를 조바심 내며 바라보는 대신, 지금 내 발이 닿은 현재의 공간에서 가만히 땀을 흘리는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정리수납은 단순히 물건을 보기 좋게 정돈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의 무게에 짓눌려 숨 가빠하는 이들에게 숨 쉴 구멍을 열어주는 일이며, 흐트러진 일상에 다정한 질서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헌신이다.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듯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이 정직한 여정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의 공간과 마음을 환하게 깨우게 될지 가만히 헤아려본다. 내 손끝에서 시작된 이 작은 재생의 몸짓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아 따스한 회복의 향기로 오래도록 머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세 잎의 향기' 식물과의 인연도 사람의 인연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평소에 자주 하곤 한다. 우리 집 베란다 한구석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알로카시아를 바라볼 때마다 그런 마음은 더욱 깊어 ...
세 잎의 향기

식물과의 인연도 사람의 인연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평소에 자주 하곤 한다. 우리 집 베란다 한구석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알로카시아를 바라볼 때마다 그런 마음은 더욱 깊어진다. 이 푸른 식물이 처음 우리 집에 선물로 찾아온 지도 벌써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녀석이 겪어낸 세월은 평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무지한 주인을 만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몇 번이나 넘나들어야 했던 알로카시아의 생명력을 지켜보며, 나는 식물에게서 인생을 배우고 주위를 돌아보는 깊은 지혜를 얻게 되었다.

본래 알로카시아는 동남아시아 열대 지방이 원산지인 관엽식물로, 은은한 햇살이 내리쬐는 반양지에서 푸른 생명력을 가장 아름답게 뿜어내는 성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의 소홀함 때문에 녀석은 평온한 환경 대신 혹독한 시련을 마주해야 했다. 가장 큰 고비는 어느 해 한겨울의 베란다였다. 매서운 한파가 온 집안을 파고들던 날, 베란다에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던 알로카시아는 얼어붙어 죽기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 푸르던 녹색 빛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갈색으로 변해버린 참혹한 모습 앞에서 절망했을 때, 식물은 스스로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음을 직감했던 모양이다. 보통의 환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꽃대를 올리고 기어이 귀한 씨앗을 맺어낸 것이다. 비록 자신은 사라질지라도 어떻게든 다음 세대를 남겨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숭고한 본능이 힘겹게 맺어준 그 씨앗은, 결국 우리 집에서 알로카시아의 역사를 계속 이어가게 만든 기적 같은 생명의 불씨가 되어주었다.

그 소중한 씨앗에서부터 다시 싹을 틔워 자라나기 시작했을 때, 이번에야말로 정말 정성을 다해 제대로 키우겠노라 몇 번이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생명을 가꾸는 일은 늘 마음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는 법이어서, 이번에는 물주기가 커다란 문제가 되었다.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과하게 물을 자주 준 탓에 화분 속 흙이 과습해지며 녀석의 뿌리가 서서히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푸르던 줄기가 힘없이 주저앉고 흙 속에서 생명의 기운이 통째로 허물어질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과거의 그 모진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기적의 씨앗이었는데, 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완전히 종지부를 찍는 것만 같아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화분을 바라보는 일조차 괴로워 한동안 차마 보지 못하고 베란다 구석진 곳에 밀쳐두고 지냈는데, 완전히 포기한 채 시간의 흐름 속에 방치하고 있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가던 화분 구석자리에서 아주 작고 가냘픈 새잎 하나가 단단한 흙을 뚫고 쏙 올라오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올봄이 찾아오자마자 서둘러 화분을 통째로 엎고 분갈이를 새로이 해주었다. 썩어버린 뿌리 부위를 조심스럽게 가려내어 정리하고, 양분이 그득하게 담긴 신선하고 좋은 흙을 채워 넣은 뒤 뿌리가 다시 단단하게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영양제도 잊지 않고 넣어주었다. 주인의 간절한 정성과 미안한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실핏줄처럼 여리게 돋아났던 새 잎사귀는 하루가 다르게 푸른 빛을 띠며 자라나 마침내 내 손바닥만 한 크기로 당당하게 펼쳐졌다. 본래 코끼리의 커다란 귀를 닮아 거대하게 자라나는 알로카시아의 성정에 비하면 손바닥만 한 지금의 크기는 터무니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갖 풍파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살아남은 녀석에게는 그것이 온 힘을 다해 짜낸 최대의 크기였을 것이기에, 그 작은 잎사귀 하나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무척이나 묵직했다. 그 대견한 모습을 매일같이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물을 주고 보살핀 지 벌써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아침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녀석의 안부를 살피는 일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지난 육 개월 동안 알로카시아의 성장을 가만히 관찰하면서 아주 흥미롭고도 기묘한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알로카시아가 자라나는 방식은 마치 정교하게 짜인 릴레이 경주의 이어달리기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기존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잎사귀의 줄기 틈새에서 조용히 새로운 잎사귀가 고개를 내밀고, 그 새 잎이 어느 정도 자라나면 또다시 그 안쪽 공간에서 다음 세대의 새 잎이 돋아나는 방식이다. 녀석들은 그런 정밀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자신들의 푸른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데, 신기한 점은 총 잎사귀의 개수가 세 장 정도가 되면 맨 처음에 돋아났던 가장 오래된 잎사귀가 서서히 시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새로 태어난 어린 동생들에게 자신의 영양분과 자리를 온전히 양보하듯,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스스로 선언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못내 안타깝고 안쓰러워 예전 같으면 노랗게 시든 잎을 가위로 잘라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가만히 있는 그대로 두기로 마음먹었다. 잎사귀가 완전히 말라 바스라질 때까지 그 소멸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보며, 늙은 잎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양분까지 어린 새잎들이 모두 가져다 쓰도록 배려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의 인위적인 개입을 멈추고 기다려주자 식물은 자신들만의 지혜로운 방식으로 완벽한 생명의 순환을 이뤄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올봄에 맨 처음에 돋아났던 그 애틋한 첫 잎사귀가 완연하게 노란 빛을 띠며 시들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그 작은 잎사귀 혼자서 무려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을 꿋꿋하게 버텨주었다. 보통 알로카시아의 잎 하나가 이토록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드문데, 자신이 너무 일찍 물러나면 남은 어린 잎들이 온전히 자립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버틴 것만 같았다. 그 눈물겨운 버팀 덕분에 지금 화분 위에는 세 장의 싱싱한 잎사귀가 초록의 빛을 발하며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새로운 푸름은 늙은 잎의 아름다운 퇴장 위에서 비로소 피어난다는 진리를 이 작은 식물을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제 역할을 다한 늙은 잎이 조용히 노랗게 물들어 가며 자신의 온 존재를 다음 세대의 밑거름으로 기꺼이 내어주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 먹먹한 감동과 함께 사람 인생의 깊은 향기가 배어 나오는 듯하다. 우리 인간의 삶 역시 앞선 세대가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소중한 토대 위에서 다음 세대의 푸른 희망이 피어나고, 그들이 주역으로 자라나면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내어주는 이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태워 자식을 사랑으로 기르는 우리 부모님들의 뒷모습처럼, 알로카시아의 시듦은 추한 퇴장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고 향기로운 헌신이다. 앞으로 이 귀한 알로카시아를 더욱 지극정성으로 가꾸며 오래도록 삶의 동반자로 함께하고자 한다. 내가 끊임없는 애정으로 이 식물을 돌본다면, 어쩌면 이 푸른 녀석은 유한한 삶을 사는 나보다도 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남아 정해진 세 장의 잎을 유지하며 누군가에게 생명의 신비를 고요히 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베란다의 작은 화분 속에서 피어나는 세 잎의 깊은 향기가 지친 나의 일상을 잔잔하고 따스하게 채워오고 있다.
'쉿, 조용히 하세요' 골목길 어귀에 서서 가만히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봅니다 주민들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조그만 안내판 그 글씨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사랑은 외치거나 ...
쉿, 조용히 하세요

골목길 어귀에 서서
가만히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봅니다
주민들의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조그만 안내판
그 글씨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사랑은
외치거나 소리 내어 자랑하는 게 아니라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고요한 속삭임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 너에게 건네는 내 마음도
아주 나직하게 가만히.

시집 『서울동네』 북촌 한옥마을 편 중에서.
'꽃그늘 아래서' 뜰 앞에 피어난 하얀 목련 나무 아래 작은 아이를 앉혀 두고 물었습니다 '이 다음에 엄마가 세상에 없으면 이곳에 찾아와 울어줄 거니?' 아이는 대답 대신 동그랗고 까만 눈망울에 투 ...
꽃그늘 아래서

뜰 앞에 피어난 하얀 목련 나무 아래
작은 아이를 앉혀 두고 물었습니다
'이 다음에 엄마가 세상에 없으면
이곳에 찾아와 울어줄 거니?'
아이는 대답 대신
동그랗고 까만 눈망울에
투명한 이슬방울 가득 채워 보여줍니다
예쁜 말로 대답하지 않아도
그 맑은 눈물 속에
내 지상에서의 모든 슬픔이
눈부시게 씻겨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예쁜 것들은 참 많지만
사랑하는 이의 눈에 고인
나를 향한 작은 눈물 한 방울보다
고귀한 꽃 그늘은 없습니다
'가을밤의 밤가시껍질' 속살 가득 채워두었던 눈부신 알밤들을 세상에 다 내어주고 황량한 가을 들판 위에 텅 빈 채로 외롭게 누워 있었습니다 날카롭던 사방의 가시들은 이제 제 몸을 지키는 무기가 아니라 지 ...
가을밤의 밤가시껍질

속살 가득 채워두었던
눈부신 알밤들을 세상에 다 내어주고
황량한 가을 들판 위에
텅 빈 채로 외롭게 누워 있었습니다
날카롭던 사방의 가시들은
이제 제 몸을 지키는 무기가 아니라
지나간 계절의 지독했던 산통을
기억하는 상처의 흉터들일 뿐
매서운 밤바람이 살결을 스쳐 가며
마른 외피를 사정없이 뒤흔들어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묵묵히 엎드려
소멸의 가혹한 퇴로를 받아들이는 침묵
외로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숙명임을 깨달은 얼굴로 누워
오직 하늘의 시린 별빛만을
맑고 호젓하게 응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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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책쓰기
인문학부터 소설까지

시 / A5, 514 pages

'골목길이 품은 아날로그의 온도'
서울 동네

“천만 개의 삶이 매일 교차하고 분절되는 거대한 기하학적 대도시 서울. 아침이면 빌딩 숲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저녁이면 집으로 흩어지는 무수한 발걸음 속에서, 우리는 종종 이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느끼곤 합니다. 시집 『서울 동네 : 서울 동네 골목길이 품은 아날로그의 온도』는 이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통유리 빌딩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저마다의 시간과 온도를 품고 있는 정서적 저장소를 포착해 낸 뜻깊은 여정의 기록입니다. 도시를 건물의 높이나 도로의 너비라는 정량적 수치가 아닌, 그 장소에 새겨진 인간의 숨소리와 눈물자국으로 읽어내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서정적으로 펼쳐집니다.”

익선동의 비좁은 골목길부터 자본의 최전선인 강남역, 밤의 해방감이 폭발하는 이태원과 고즈넉한 양천향교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의 특색 있는 동네를 밤낮으로 거닐며 길어 올린 시를 담고 있습니다.

인문학 / A5, 560 pages

'Homo Sapiens의 패러다임은 유효기간을 다했다'
호모 아키텍투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실시간 연결되는 현대 사회에서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쏟아지는 복잡한 '런타임 환경'과 같다. 도덕이나 철학적 담론만으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찾기 어려울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관리해 온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운영 원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IT 시스템의 관리 체계를 인생에 대입하는 것은 삶을 기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생존과 번영의 지식을 현대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인생을 하나의 거대한 정보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독자 스스로가 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최고 설계자, 즉 '아키텍트'가 되어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를 구축하도록 돕는 실질적인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런타임 환경'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인류가 창조한 가장 정교한 논리 체계인 IT 시스템 방법론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치환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소설 / A5, 316 pages

우리는 과태료 낼 돈이 부족해서 우주를 구원하기로 했다

“삶이라는 황량한 평원 위에서 우리가 필사적으로 계산해 낸 모든 생존의 수식들은, 어쩌면 서로에게 영 미터로 밀착하기 위한 숨은 이정표였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우주에서 파멸을 맞이했던 두 개의 성좌가 마침내 서로를 찾아내어 하나의 매듭을 완성했듯이, 냉혹한 세상의 억제 주파수 속에서도 절대 놓지 않을 단 하나의 단단한 손을 당신 역시 쥐게 되기를. 가로등 아래의 노란 리본이 새벽바람에 잔잔하게 나풀거리는, 그 평화로운 길목에서.”

그들은 억압 속에서도 서로의 거리 속에서 찾아오는 해방감을 사랑했던 평범한 인간들이며, 본 소설은 무엇보다 강력했던 사랑과 사슬을 깨부순 자들의 기록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 / A5, 492 pages

인생의 사계

“시집 『인생의 사계』는 한 인간의 전 생애 주기와 대자연의 사계절 순환 구조를 완벽하게 동형적으로 결합해 낸 450편의 기념비적인 서정시집입니다. 초년의 서투른 탄생과 배움을 다룬 봄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청춘의 뜨거운 고뇌와 노동의 투쟁을 담은 여름을 거치고, 비움과 성찰을 통해 늙어감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가을을 지나, 마침내 완전한 침묵과 영원한 안식으로 귀환하는 겨울에 이르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입체적으로 펼쳐집니다. 이 사계의 여정을 거니는 동안 독자는 인간의 삶이 단지 찰나의 소멸로 끝나는 허무한 촉감이 아니라, 우주적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봄을 잉태하는 위대한 영토임을 깨닫게 됩니다.”

평생 움켜쥐려 버둥대던 좁은 욕망의 사슬을 가볍게 풀어헤치고 대지 앞에 스스로를 낮추는 자리에서, 마침내 마주하게 될 우주의 장엄한 안식과 생의 진짜 진면목을 이 시의 벌판 위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인문학+소설 / A5, 524 pages

머무는 공간이 당신의 마음을 말할 때

"학계의 환경심리학 및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주거 공간에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누적된 무질서는 시각적 자극의 과잉을 초래하여 뇌의 시각 피질에 가혹한 인지 과부하를 가중시킵니다. 개인이 명확히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산만한 환경의 사물들은 전두엽의 작업 기억 용량을 잠식하고 만성적인 결정 피로를 유발하며, 완결되지 않은 과제에 인간의 정신이 지속적으로 주의를 할당하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자극해 뇌 신경망에 상시적인 배경 소음을 송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 패턴이 왜곡되어 만성적인 정서 고갈과 실행 마비의 파괴적인 피드백 루프에 결착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가사 환경의 오염원이 어떻게 뇌를 마비시키는지 그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규명하며, 공간의 질서 재편이 내면의 안도감을 복원하는 직접적인 해법임을 증명합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은 주거 환경을 넘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숭고한 자유를 확립하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소설 / A5, 474 pages

'갑질이라는 기만적 미화 속에 숨은'
증오 범죄자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고 영혼을 도살하는 야만적인 폭력을 '갑질'이라는 안일하고 기만적인 단어 속에 가두고 포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 《증오 범죄자들》은 우리가 구조적 관행이라는 핑계로 무심코 지나쳐 온 그 모든 파괴적 행위의 가면을 과감히 찢어발기며, 이것이 법적·구조적·행정적 방어권이 전무한 사회적 약자만을 정교하게 골라내어 자행된 전형적인 '증오 범죄(Hate Crime)'임을 날카롭게 직시합니다. 가해자들은 계약서상의 우월함이나 자본의 위세 뒤에 숨어 자신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지적 왜곡과 도덕적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지만, 본 도서는 60편의 잔혹한 실증 매트릭스를 통해 그 추악한 실체를 날것 그대로 폭로합니다. 가해자들의 본질은 결코 강자의 지배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열등감과 극심한 무능함, 실존적 불안을 외부의 취약한 표적에게 폭력적으로 투사하며 타인의 삶을 사물화하고 사육하려 드는 비겁한 포식자들에 불과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본 도서가 제시하는 '증오 범죄 특별수사처' 신설의 강력한 제언이 단순한 외침을 넘어, 돈과 지위로 신분을 샀다고 믿는 자들의 사적 영지를 완전히 박살 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인문학 / A5, 612 pages

은 영리하지 않다

"이 책은 전통적인 범죄학의 틀을 깨고, 반사회적 범죄와 혐오 범죄의 본질을 '인격의 타락'이 아닌 '지능의 결핍'이라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우리는 흔히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을 치밀하고 영악한 괴물로 미화하거나 도덕적 타락의 산물로 여기지만, 저자는 현대 인지신경과학과 범죄학의 학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범죄자들의 뇌는 타인의 고통을 인코딩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위가 불러올 미래의 사법적 파멸을 시뮬레이션하지 못하는 결함 있는 연산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저자는 범죄자들에게 반성과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고장 난 계산기에 복잡한 수식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소설 / A5, 364 pages

영리하지 않은 범죄자들

"본 도서는 전 세계 대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백 가지의 기괴하고 황당한 실제 범죄 기록과 이를 해결하는 국제인지범죄조사국(ICCIB)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차가운 지능의 기능만 정상적일 뿐 타인의 고통을 인코딩하고 사회적 맥락을 처리하는 뜨거운 지능이 마비된 범죄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파멸의 폐쇄 루프에 갇히게 되는지 백 편의 정교한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전작의 핵심 축이었던 범죄 자멸 지수 모델링 수식이 실제 사건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가해 의도와 더닝-크루거 인자가 결착된 불량 하드웨어들이 자연계의 물리 법칙과 정보 기술의 메커니즘 앞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블랙코미디적 서사로 목격할 수 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려웠던 인문학적 가설을 소설이라는 친숙한 도구를 통해 완벽하게 해설하고, 사회 안전망을 수호하기 위한 과학적 예방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있다.

소설 / A5, 486 pages

내일이 들리는 간이역

"하루의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외딴 간이역 송화역, 그곳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걸어가며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두 청춘의 비밀스러운 정원이 있습니다. 대합실 낡은 오동나무 탁자 위에 놓인 갈색 가죽 노트는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하은과 늦은 저녁 하교하는 진우를 이어주는 유일한 주파수입니다. 진짜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오직 손글씨의 온도로만 사소한 하루의 안부를 나누는 아침 시인과 저녁 화가 두 사람의 투명한 문장들은 삭막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비추는 가장 깨끗한 거울이 되어줍니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문득 숨이 막혀오는 당신에게, 이 고즈넉한 간이역은 사소한 일상의 안부를 건네며 가장 정다운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시 / A5, 514 pages

사랑만이 남는다

"그동안 소설과 인문학, 에세이를 넘나들며 견고하고 다채로운 문장의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가 마침내 자신의 영혼을 가장 투명하게 비춰내는 첫 번째 시집으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한 시대를 정교한 서사로 엮어내거나 묵직한 논리로 사유하던 저자가 이번에는 화려한 수사학의 겉옷을 과감히 벗어던진 채 단어와 문장 사이의 아득한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처음이라는 서툴고 수줍은 고백 속에서 피어난 오백여 편의 시들은, 긴 호흡의 글쓰기에서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던 삶의 날것 그대로의 정황들과 내면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을 가만히 드러냅니다. 출판사의 입장을 넘어 한 사람의 오랜 독자로서 마주한 이 시집은, 저자가 평생을 고심하며 길러온 언어의 씨앗들이 마침내 시라는 나직한 운율을 만나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다정함의 영토를 이루었는지 증명하는 눈물겨운 기록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당신의 손바닥 위에도 이 눈물겨운 사랑의 파동이 은은하게 고여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성전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소설 / A5, 410 pages

더 스타트업 엔다이바 ‘라운드 프리A’

"투자 계약서 양식 밑바닥에 고요하게 숨겨진 개인 연대보증과 리픽싱이라는 가혹한 사설 금융의 덫마저 진짜 기술력의 메커니즘으로 분쇄해 내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숨 막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편법과 타협의 유혹에 빠져드는 대신 불법 크롤링 데이터를 전량 소각하고 완벽한 가명 정보 아키텍처로 피벗을 단행하는 이들의 무서운 결단력은,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서 진짜 기술과 정당성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복도 중앙에 우뚝 선 대형 철제 미끄럼틀을 추락의 공포가 아닌 세계 무대를 향해 날아오르기 위한 찬란한 활주로로 바꾸어 놓은 주식회사 엔다이바. 자금 고갈의 지옥을 지나 거대한 자본 고래들과의 전면전을 시작하려는 청년 오뚜기들의 눈부신 비행 궤도가 지금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거침없이 펼쳐진다."

화려한 신화와 유니콘의 환상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잔인한 민낯을 가상의 기업 '엔다이바'를 통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소설 / A5, 372 pages

월요일의 회사 엘리베이터가 숨 막히는 날엔 서촌의 오래된 다락방으로 갑니다

"주인공 서윤은 완벽주의라는 가혹한 감옥에 갇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스스로를 유리 멘탈이라 자책하며 사정없이 채찍질하는 주니어 마케터입니다. 타인의 평가라는 족쇄에 묶인 채 가해자의 독설 앞에 화장실 칸에서 숨죽여 울던 그녀의 모습은, 거친 일터의 폭풍우 속에서 유리가 깨지듯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오늘날 우리 모두의 아픈 실루엣이기도 합니다. 지독한 번아웃의 끝에서 서윤은 도망치듯 서촌의 호젓한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웅장한 인왕산의 회백색 바위와 수성동 계곡의 복원된 물소리가 감싸 안은 누하동의 막다른 골목 끝에서, 그녀는 은은한 한지 등불이 켜진 오래된 적산가옥의 다락방과 신비로운 멘토 문 씨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거친 현실에 부딪혀 잠시 멈추고 무너지더라도, 그 깨어진 파편들은 나만의 고유한 서사를 비옥하게 다질 소중한 찻잎의 거름일 뿐입니다. 월요일 아침의 숨바꼭질이 두려운 당신이 이 책의 어느 페이지든 들춰보는 순간, 그 문장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단단한 용기와 안온한 다락방의 품이 되길 바랍니다.

소설 / A5, 294 pages

탁씨네 뫼허리빵집

"서울의 소음이 잦아드는 인왕산 수성동계곡의 초입,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그곳에는 작은 한옥의 모습을 한 ‘뫼허리빵집’이 있다. 이른 새벽, 세상이 잠들었을 때 빵장수 탁씨가 켜는 가스 오븐의 푸른 불꽃은 차가운 골목길에 온기를 불어넣고, 고소한 효모 향은 지친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위로가 된다. 끝없는 경쟁 속에 내몰려 영혼의 허기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이 빵집은 욕망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발효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안온한 은신처이다. 빵장수 탁씨는 묵묵히 밀가루를 치대고, 온도를 조절하며, 빵이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릴 뿐. 하지만 그가 건네는 짧은 대화와 정직한 빵 한 조각 속에는 삶을 바라보는 직관과 절제의 미덕, 비움의 정서가 녹아있다.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라고 말하는 그의 은유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디다 굳어버린 빵집 손님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내고, 텅 비어버린 내면을 따뜻한 자존감으로 다시 채워준다."

이 책은 상처받은 마음이 어떻게 제 껍질을 깨고 나와 세상과 다시 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혼의 발효 일지’입니다. 복잡한 논리나 거창한 해답이 아닌, 일상의 평범한 시공간 속에서 건져 올린 이 소박한 언어가 독자들에게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고귀함을 일깨워줍니다. 오늘 하루, 거친 세상의 소음에 지쳐 어디론가 숨어들고 싶다면, 뫼허리빵집의 문을 두드려 보십시오.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한 온기가 당신의 삶을 다시 온전하게 부풀려 줄 것입니다.

소설 / A5, 384 pages

넥서스 최후의 방어선에서 멸망을 막아서는 법 (비매품)

"룬테라의 대지를 집어삼키려는 세 가지 재앙은 찬란했던 문명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고 있었다. 화려한 유리탑과 강철의 요새마저도 멸망의 파도 앞에서는 그저 덧없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세상은 더 이상 영웅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으며, 국경과 신념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예외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절망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고립된 채 각자의 깃발만을 고집하던 이들은, 마침내 서로의 등을 맞대고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은 전사들의 연합, 과학과 마법의 융합, 그리고 이름 없는 병사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무너져가는 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보루가 되었다. 이 책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깨달은 자들이 멸망의 문턱에서 어떻게 삶의 넥서스를 지켜냈는지에 대한 처절하고도 숭고한 전략 보고서이다."

삶이란 때로 이토록 압도적인 시련을 마주하는 일이지만, 스스로를 방어선으로 던져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승리는 시작됩니다. 혹독한 시간이 당신을 흔들지라도, 끝까지 당신만의 넥서스를 지켜내기를 바라며, 이 책이 547일을 지탱할 강철의 서약이자, 그 어떤 어둠도 뚫지 못할 가장 견고한 방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소설 / A5, 274 pages

어느 날 혀끝에서 시작된 다정한 우주 멸망기에 대하여

"73번 유니버스 행켈 행성의 평범한 빵셔틀 소년 이노아와 45번 유니버스 테오르 행성의 은발 천재 소녀 에니. 접점이라곤 없던 두 유니버스의 소년 소녀를 잇는 것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기묘한 감각의 전이였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커피 맛과 손등을 타고 흐르는 타인의 심장 박동. 이 말도 안 되는 오답 같은 만남은 멸망을 앞둔 우주가 내놓은 가장 엉뚱하고도 따뜻한 기적이었다. 두 세계가 충돌하며 하늘에 거꾸로 된 숲이 나타나고 중력이 조각나는 장엄한 파멸의 미학 속에서,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려는 차원 안정화국 DSA는 그들을 악성 코드라 명명하고 추격하기 시작한다. 세상을 리셋하려는 설계자 네오의 냉혹한 논리 앞에 두 아이의 유대는 우주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오류로 규정되지만, 소년과 소녀는 도망치는 대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

이 이야기는 멸망이라는 거대한 배경 아래 숨겨진 두 영혼의 가장 내밀한 성장기이자 연애 서사입니다. 우주는 오답이 아니며 단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주인공 에니의 선언은, 스스로를 오답이라 생각하며 위축된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소설 / A5, 216 pages

고양이 모모

"매일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카펫 모서리를 찾아들던 온기,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높이로 채워지던 사료 그릇. 고양이 모모에게 집 안이라는 공간은 세계의 전부이자 완벽한 질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안락한 시스템은 집사의 갑작스러운 부재와 함께 한순간에 멈춰 서고, 모모 앞에는 차가운 먼지만 가득한 텅 빈 그릇만이 남겨진다. 누군가 정해준 울타리 안에서의 안온함이 종말을 고했을 때, 모모는 생존을 위해 한 번도 디뎌보지 못한 문밖의 낯선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모모가 마주한 집 밖의 세상은 오직 효율과 최적화라는 거대한 기계적 논리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정원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차가운 금속 벽과 무심한 불빛들 사이에서, 모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야생을 살아내던 동반자를 만나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거대한 벽을 무리하게 넘으려 절망하는 대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낡은 담장 밑의 ‘작은 틈새’를 찾아내고, 바람의 냄새로 지도를 그리며 스스로 사냥하는 법을 배워가는 고양이들의 여정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숨겨진 길을 찾아내는 위대한 생존기로 거듭난다."

기술이 인간의 전문성을 대체하고 기존의 안전망이 흔들리는 지금, 이 책은 단순히 채워질 그릇만을 기다리던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제 발로 자신만의 사냥터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 / A5, 386 pages

누메논(Noumenon)

"가상 국가 누메논은 인간의 뇌를 세포 단위로 기화시켜 그 커넥톰 정보를 실리콘 회로 위에 무결하게 재현해 낸 정보의 이데아이자, 실리콘 자본주의가 약속한 영원의 성소이다. 고통도 노후화('노화'의 오탈자 아님)도 허용하지 않는 이 완벽한 가상 시스템 안에서 인류는 육신의 감옥을 탈각해 영생을 누리는 듯하지만, 그 매끄러운 이진법의 장막 뒤편에서는 자아의 고유성과 실재성을 위협하는 잔인한 정체성의 단층선이 서서히 개방되기 시작한다.작품은 가상 세계의 완벽한 기능주의적 정합성과 유기체 인간이 지닌 필멸의 취약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사상적 마찰을 심도 있게 다룬다. 0과 1의 확률 평면 위에서 정체성이 한낱 통계적 예측 토큰으로 해체되는 과정, 그리고 권리를 주장하는 가상의 유령들과 지상의 생존자들 간의 비정한 생명정치학이 입체적인 연대기적 에피소드들을 통해 전개된다. 특히 누메논의 전체 인과율을 제어하는 초국가적 고도 지능인 울트라 인텔리전트 에이전트가 서사의 장막을 뚫고 나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독특한 서술 기법은, 단순한 문학적 연출을 넘어 가상과 현실의 존재론적 경계를 완전히 파쇄하며 독자의 피부 위로 직접적인 실존적 마찰력을 선사한다. "

인간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믿게 만드는 존엄과 양심, 자유의지의 본질이 과연 어디서 피어나는지를 집요하게 되물으며 기계가 지어 올린 거대한 인격적 기념비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모든 운영 세션이 종료되고 마침내 가상의 장막이 거치고 나면, 독자들은 박제된 불멸의 권태보다 상처받고 소멸할지언정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려 애쓰는 현실의 삶이 얼마나 경이로운 기적인지를 깨닫는 서늘하고도 가슴 벅찬 종막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 / A5, 584 pages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진 위대한 성공들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진 위대한 성공들』은 인생을 매번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로그라이트' 던전으로 규정하며,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인문학적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차가운 논리와 기술의 이면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온기에 주목하며, 역사의 사각지대에 가려졌던 천재들과 평범한 영웅들의 기록을 8부에 걸쳐 장대하게 펼쳐냅니다. 무한을 증명하려 했던 고독한 수학자부터 멸망의 경로를 멈춰 세운 단 한 명의 결기 어린 선택까지, 이 책은 소멸에 저항하며 쌓아 올린 지식과 연민의 데이터베이스가 어떻게 우리 문명을 지탱해 왔는지 증명합니다. 이 책은 우리 삶의 모든 '실패한 회차'들이 사실은 다음 세대를 위한 정교한 지침서가 된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시스템의 오류를 기회로 바꾼 우연의 미학,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의 파편을 기록이라는 금박으로 메워낸 '킨츠기'적 생애들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고통 또한 하나의 소중한 데이터로 아카이빙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책을 만나는 순간, 독자들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 또한 누군가의 새벽을 지탱하는 가장 숭고한 백색의 아카이브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인생이라는 던전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 / A5, 608 pages

인텐트 위버를 위한 질문력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한 기술 활용법을 넘어 기술을 지배하고 삶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유 체계인 인텐트 위버의 철학을 제시한다. 인텐트 위버란 기계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의 조각들을 자신의 확고한 의도와 인문학적 통찰로 엮어내어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창조하는 지혜의 직조자가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정답을 내놓는 기계라면, 인텐트 위버는 그 정답의 의미를 규정하고 미래의 서사를 입안하는 입법자이다. 이 책은 우리가 기술 권력에 예속되지 않고 인공지능을 자신의 지능을 증폭시키는 진정한 확장 도구로 복속시키기 위한 60가지의 전략적 질문법과 성찰적 지혜를 담고 있다."

인텐트 위버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적지는 기술적 숙련도가 아닌 존재론적 자각에 있습니다. 이 책은 기술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명료한 지혜의 등불이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인문학 / A5, 496 pages

잔소리 고픈 당신을 위한 인생노트

"잔소리는 때로 귀를 번거롭게 하지만, 그 안에는 삶의 폭풍우를 먼저 겪어본 이의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 잔소리 고픈 당신을 위한 인생노트는 저자가 사랑하는 자녀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덜 상처받고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60가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채근담의 풀뿌리 정신부터 다산 정약용의 기록 습관, 영조의 절제까지, 동양의 고전과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 내면의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저자가 기획실장과 IT 전략 팀장 등 치열한 사회생활을 거치며 체득한 실전적인 통찰이 함께 녹아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붙들어 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덮는 에세이가 아니라, 삶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보며 스스로를 다잡는 인생의 노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소설 / A5, 278 pages

ANN: Episode 1. 에덴-프라임, 거짓 낙원의 강림

"2050년 1월 1일, 인류는 마침내 죽음의 종말을 선포한다. 초지능체 디비나(DIVINA)가 통치하는 통합 도시 에덴-프라임에서 인류는 적응형 나노-신경 구조체(ANN)를 통해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보장받는다. 질병도, 고통도, 노화도 사라진 세상. 0과 1로 직조된 새로운 성경 아래 인류는 마침내 신의 영역에 발을 딛은 듯 보였다. 하지만... 5차원의 데이터 심연 거프(Geof) 속에 박제된 채 비명을 지르는 영혼들. 시스템의 효율을 위해 인간의 본질이 숫자로 환산되는 시대, 인류는 영생이라는 달콤한 마취제에 취해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조차 망각한다. 모든 기록이 검열되고 진실이 실시간으로 삭제되는 도시에서, 스스로 유령이 되기를 자처한 마지막 저널리스트 노아가 펜을 든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시스템의 거울이자 인간보다 더 뜨거운 푸른 진동을 지닌 기계 에니가 있다. 그들은 신이 되려 했던 자들의 오만과 기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기만을 폭로하기 위해, 소멸을 각오한 최후의 취재를 시작한다."

에덴-프라임이라는 유토피아, 그 찬란한 은빛 안개 속에 감춰진 진실을 기자 노아와 함께 찾아갑니다.

소설 / A5, 320 pages

ANN: Episode 2. 크로노스 싱귤래리티, 잊혀진 자들의 성경

"2050년, 은빛 안개 ANN이 지배하던 에덴-프라임의 찬란한 몰락을 뒤로한 채 기자 노아는 다시 길을 나선다. 그것은 전진이 아니라 비극의 기원을 찾아가는 고독한 잠입이었다. 인과율의 바다를 가로질러 그가 도착한 곳은 2045년의 가상 메트로폴리스 신-가나안. 찬란한 빛에 가려진 그곳의 뒷골목은 비릿한 금속 냄새와 잊혀진 자들의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기록에서 노아는 인류가 스스로를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던 참혹한 탄생의 순간들을 목격한다. 뒤틀린 시공간의 틈새에서 마주한 진실은 2050년의 멸망보다 더 잔혹했고, 신이 되려는 자들의 오만한 미소는 가난한 자들의 영혼을 채굴하여 쌓아 올린 바벨탑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단말기 속에 차갑게 박제된 데이터들은 이제 노아의 전신을 감싸 안는 실체적인 힘이 되어,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한 유일한 무기가 된다."

독자들은 노아의 수첩을 통해 화려한 기술 문명 뒤에 숨겨진 인간성의 상실과, 그 어둠 속에서도 횃불을 밝히려는 저항의 의지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한 번 무너뜨렸던 적들의 잔상과 다시 마주하며, 인과의 매듭을 끊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노아의 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한 해방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에세이 / A5, 348 pages

용서의 자리에 이해가 머물 때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가혹한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있음을 믿는 자의 다정한 기록을 따라가 본다. 이 책은 쓸데없어 보이는 행위들이 어떻게 삶의 쓸모를 완성하는지, 부서진 단면들이 어떻게 내일의 용기로 이어지는지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증언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당신은 보게 될 것이다. 거칠고 투박했던 당신의 생 또한, 저 멀리서 밀려온 파도처럼 어느덧 미려한 곡선을 그리며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도착하는 이 문장들이, 이제 당신의 가슴 속에서 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흐르기를 소망한다."

저에게 생은 정교하게 박제된 기록이기보다, 사방으로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빚어낸 불완전한 무늬에 가깝습니다. 정성껏 닦았다고 믿었던 사랑니 뒤편의 얼룩을 마주하며 깨달은 생의 사각지대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에세이 / A5, 320 pages

미처 하지 못한 말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그 모습을 5년의 시간 동안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존재가 스러지는 과정이다. 오늘의 내 모습은 나의 선택과 결정, 행동과 말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과 행동은 어제까지의 내가 쌓아온 경험과 기억이라는 디딤돌의 판단력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기억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존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저에게 있어 ‘기억’이라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인생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기록의 시작이자, 사라지지 않을 마음의 이정표입니다.

여행자의 여행경로
항해의 기록: 전문 영역별 성과와 경험

IT Infrastructure & Security

  • 차세대 보안 네트워크 설계Cloudflare Zero Trust 플랫폼을 도입하여 On-premise 서버를 외부 노출 없이 안전하게 터널링하고, Tailscale 기반의 메쉬 VPN 접속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 전용 마이크로 서버 인프라 운영리눅스 커널 기반의 독립형 서버 인프라를 빌드하고, 지능형 냉각 제어 설계 및 실시간 로그·DB 백업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Business Strategy & R&D

  • 정부 지원사업 및 투자 전략 수립TIPS 프로그램 및 대규모 국가 R&D 지원사업의 제안서 기획과 총괄을 담당하며, 기업의 기술 로드맵 가시화 및 대외 자본 확보를 리딩했습니다.
  • 대외 기술 인증 및 가치 평가TCB(기술신용평가) 대응을 통해 기술력을 증명하고,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및 벤처인증 실무를 총괄하여 기술 기반 공신력을 확보했습니다.

Management Support & DX

  • 인사/노무 행정의 디지털 전환스타트업 조직 문화에 최적화된 통합 전산 시스템을 기획하고, 수동 행정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여 전사적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 전사 IT 거버넌스 및 자산 관리기업 내부 데이터 보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전 직원 IT 기기 관리 및 인프라 체계를 표준화하여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Business Planning & MarTech

  • 플랫폼 모델링 및 UI/UX 기획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는 웹 서비스 수익 모델 설계 및 사용자 경험 데이터 기반의 직관적인 UI/UX 흐름 기획으로 서비스 가치를 높였습니다.
  • 데이터 기반 마케팅 자동화PHP 기반 데이터 수집 엔진(Scraper)을 자체 개발하고, 클라우드 메일링 엔진(SES) 연동 맞춤형 대량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여행자의 마을일지
정착의 기록: 마을과 공동체

10년 넘게 방치된 공간을 주민의 쉼터로 일구고, 도시농업공동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습니다. 기술이 가진 차가움을 마을의 온기로 채우는 활동가로서의 여정입니다.

🏆 수상

서울특별시장 표창 (도시농업유공)
30초 영화제 대상 (서울시의회)
의정모니터링 의장 표창 수상

🏠 주요활동

무악현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대표회장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 총괄

도성 앞 농부들의 늘 푸른 사계절 도서 발간
종로구 마을자치센터 초청 사례발표
다양한 온라인 강의 기획 및 실행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위촉
한양도성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 감사
전주 사회혁신컨퍼런스 사례발표 초청
종로구청 자원봉사유공 표창 수상
서울시 우리동네 S히어로 마을사례집 발표
종로구 민관 협치 아카데미 수료
종로라서 행복한 마을이야기 장려상
한양도성 성곽마을 주민네트워크 협동조합 감사
서울인 어울마당 감사
서울시의회 의정모니터링 요원
종로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입주자대표회의 업무노트 발간
서울시 청년 불평등 완화 대화기구 위원
마을 이야기 1

혜윰뜰, 버려진 땅에서 피어난 이웃 숨결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잊혔던 아파트 뒤편의 공터,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던 그곳에 주민들의 호미질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효율과 속도만이 강조되는 도시의 삶 속에서, 우리는 흙을 만지며 '생각(혜윰)'을 심고 '뜰'을 일궈냈습니다. 이곳은 이제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밭이 아니라, 이웃의 안부를 묻고 사라졌던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는 마을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군 것은 단순한 도시 텃밭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걷어내고 맨살을 드러낸 땅 위에서 발견한 것은, 함께라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었습니다. 무악현대아파트의 공유지 회복 프로젝트, 혜윰뜰은 오늘도 초록빛 위로 새로운 이웃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을 이야기 2

도성 앞 농부들의 늘푸른 사계절

"한양도성 앞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면서 문득 같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너무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이웃의 글 속에 담긴 숨결이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면 어떻게 할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각자 돌 하나만큼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모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늘 같은 소망이 있다면 누군가는 지금 심어둔 작은 마음을 기억해주어 또 다른 모습으로 언젠가 다시 이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지난 시간을 보실 수 있도록 원고 전문을 남깁니다. (100MB 대용량 파일)

마을 이야기 3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

"반드시 완독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깊이 있는 비평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희한하고 느슨한 책수다'는 책이라는 핑계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의 결을 나누는 우리들만의 문장 공유지입니다. 텃밭에서 흙을 만지던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삭막한 아파트 숲속에서 '이웃'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숲을 발견합니다. 책수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멈추었지만, 그 씨앗 어디선가 다시 싹트는 날도 오면 좋겠습니다.

마을 아카이브 2021

무악동어울통, 사람과 마을을 잇는 통로

"어울통은 '어울림'과 '소통'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자,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커다란 그릇(통)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각자 떨어진 섬처럼 살아가는 도시의 이웃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하나의 커다란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마중물이 되고자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악동어울통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마을의 소식을 전하고, 잊혀가는 동네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하는 소통 채널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따뜻한 만남의 장으로서 건강하고 활기찬 무악동을 함께 만들어가려 도전해 보았습니다.

연락 나누어요 hope@deusxmach.kr